에너지값 쇼크 진정 국면…산업계, ‘원가 절감’ 체감은 아직
고가 원자재 재고 소진 필요해 원가 절감 효과 ‘제한적’
국내 산업계, 협상 예의주시하며 보수적 경영 기조 유지
[미디어펜=박준모 기자]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진행되면서 글로벌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고 있지만, 원가 절감에 대한 국내 산업계의 기대감은 그리 크지 않다. 높은 가격에 사들인 원자재 재고가 남아있는 데다가 고공행진 중인 원·달러 환율과 해상운임으로 인해 수익성 개선은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5일 싱가포르에서 거래된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배럴당 64.39달러로 전일 대비 2.9달러(-4.3%) 하락했다. 미국과 이란 전쟁으로 인해 국제 유가가 치솟았던 3월 평균가격 128.52달러와 비교하면 64.13달러(-49.9%) 떨어졌으며, 전쟁이 벌어지기 전 수준과 비슷해졌다.
나프타 가격 역시 하락했다. 지난 19일 기준 나프타 가격은 톤당 677달러로 전주 대비 24달러(-3.4%) 떨어졌다. 3월 평균가격 1018.64달러보다는 341.64달러(-33.5%) 내린 수준이다.
이 같은 원자재 가격 하락은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되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불안 심리가 진정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과 이란 측은 동결 자산 사용 방식과 이란 핵 사찰 등에 대해 이견을 보이고 있으나 추가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어서 종전 기대감은 지속되고 있다.
◆원자재 가격 하락 효과까지 시차 발생
그러나 국내 산업계 내에서는 원자재 가격 하락에 대한 효과가 반영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부분의 제조업체는 가격이 높은 시기에 확보한 원자재 재고를 아직 보유하고 있어 가격 하락 효과가 실제 제조원가에 반영되기까지는 시차가 발생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전쟁 중에 재고를 확보하기 위해 아프리카, 중남미 등 기존에 수입을 하지 않던 지역에서도 원유를 들여왔다”며 “전보다 재고 수준은 낮지만 여전히 고가 원유가 남아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환율과 해상운임도 수익성 발목을 잡고 있다. 국내 제조업체들의 경우 대부분의 원자재를 해외에서 도입하며 달러화로 결제한다. 이에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원·달러 환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원가 절감 효과가 상당 부분 상쇄될 수밖에 없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15일 주간거래 종가 기준 1500.8원을 기록한 뒤 한달 넘게 1500원 대를 웃돌고 있다. 26일 주간거래 종가 기준 원·달러 환율은 1532원을 보였다.
해상운임 역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18일 기준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3121.69로 전주 2985.22 대비 136.47포인트 상승했다. SCFI가 3000선을 넘어선 것은 약 1년 10개월 만이다.
수출이 많은 국내 산업 특성상 해상운임 상승은 비용 부담으로 작용하며 국내 기업들의 수익성 개선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산업계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자유로워지더라도 선복 정상화와 운임 안정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원자재 가격 하락이 곧바로 기업들의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중동 정세 악화 가능성도 여전”…긴장감 지속
여기에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중동 정세가 다시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 피격 사건이 발생하면서 5거래일 연속 하락했던 국제유가가 상승하기도 했다. 25일(현지시간) 기준 8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75.26달러로 전장 대비 2.06% 상승했으며, 같은 달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배럴당 71.92달러로 전장 대비 2.25% 올랐다.
이에 국내 산업계도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당분간은 보수적인 경영 기조를 유지하면서 대응할 예정이다. 종전 협상이 마무리된다면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수익성 개선 효과는 고가 재고가 소진되는 시점 이후에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라는 초대형 대외 변수가 시장에 반영되는 과정에서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며 “국내 산업계가 비용 절감 효과를 체감하며 수익성을 회복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