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열리다 '주춤'…이란, 통항시도 화물선에 의도적 공격
트럼프 압박 포석…통제권 인정·핵협상 등 양보 노린 듯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억지수단과 협상 지렛대로 사용하고 있는 이란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26/yonhap/20260626105416255wqsq.jpg)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MOU)에 따라 완전 개방될 예정이던 호르무즈 해협이 좀처럼 열리지 않고 있다.
이란이 25일(현지시간) 해협 통과를 시도하던 화물선을 다시 공격함에 따라 유엔이 주도하는 페르시아만 내 선박의 탈출에 제동이 걸리는 등 통항 회복세가 다시 주춤해졌다.
일단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을 보면 이번 공격이 우발적 사고가 아니며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권을 과시하려고 한 의도적 행위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번 사건 몇 시간 전에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해군은 이란 측이 지정한 것과 다른 항로로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들에 대응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오만이 유엔 산하 전문기구인 국제해사기구(IMO)와 조율해 선박들에 제공키로 했다고 지난 23일 발표했던 임시 통항로를 이용하지 말라는 경고로 풀이됐다.
오만이 임시 통항로 좌표를 제공했던 것은 호르무즈 해협에 갇힌 선박 수백 척과 선원 1만 1천 명을 철수시키기 위해 IMO가 수립한 '철수 프레임워크'의 일환이었다.
싱가포르 선적 컨테이너선 '에버러블리'호는 이라크 움카스르에서 화물을 선적한 뒤 전쟁으로 100일 넘게 페르시아만에 묶여 있다가 현지시간 25일 새벽 해협 출입구 방향으로 항해 중이었으며, 다른 선박 3척이 밀착해서 뒤를 따르고 있었다.
이란은 선박들에 대한 별도 경고 없이 곧바로 에버러블리호에 대핸 공격을 실행했다.
함교에 파손이 발생했으나 인명 피해나 환경 피해는 없었다.
피격 지점은 오만 다히트항 남동쪽 약 14㎞ 해역으로, 이란 쪽이 아니라 오만 쪽에 가까웠다.
다만 IMO는 피격 선박이 '철수 프레임워크'에 따라 통행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을 처음 보도한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자폭 드론이 에버러블리호를 타격하기 전에 선박의 서쪽으로 기동했다며 이는 공격이 의도적이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으로 에버러블리호 등 함께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던 4척은 페르시아만으로 돌아갔으며, 다른 배들의 호르무즈 해협 통항 시도도 일단 거의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IMO는 '철수 프레임워크'의 시행을 "추가로 명확성이 확보될 때까지" 중단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피격 사건이 보도된 후 이란 정부 기관인 페르시아만해협청(PGSA)은 소셜 미디어 X에 "우리가 지정한 구역을 벗어난 항로를 통항할 경우 안전 통항을 보장할 수 없으며, 보험 적용 및 관련 배상 책임 대상에서도 제외된다"고 발표했다.
PGSA는 "미승인 항로를 이용해 발생하는 모든 결과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선주와 선박 운영사, 선장에게 있다"고 경고했다.
이란은 이번 공격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을 확인하는 한편 체결된 MOU와 진행 중인 협상에 대한 미국의 태도를 시험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이스라엘과 전쟁 기간에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강력한 억지 수단이자 협상 지렛대로 활용해왔다.
세계는 에너지 수송로가 경색되자 물가급등을 비롯한 경제적 충격을 받았고 미국도 그 예외는 아니었다.
이란은 전쟁 후에도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할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통행료 징수 등으로 통제권한을 인정받기를 요구하고 있다.
더욱이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통제력을 앞세워 핵 프로그램, 대이란제재 해체 등 미국과의 추가협상에서 양보를 얻어내려는 것으로도 관측된다.
올해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표심을 크게 흔들 수 있는 물가에 예민한 태도를 노출하며 호르무즈 해협의 안정에 공을 들여왔다.
미국은 국제수로에 대한 국제법상 통과 통항권 개념을 내세워 이란의 통제에 반대하고 있으며 해협 남부에 있는 오만과 외교적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주에 서명된 미국-이란 종전 MOU의 제5항에는 "이란 이슬람 공화국은 적용 가능한 국제법 및 호르무즈 해협 연안국의 주권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의 미래 관리 및 해상 서비스를 규정하기 위해 페르시아만 연안국들과 협의하면서 오만 술탄국과 대화를 진행할 것이다"라는 문구가 있다.
이란은 MOU에 규정된 휴전 기간 60일이 만료된 후에는 자국이 안전 통항 등 '서비스'에 대한 '수수료' 명목으로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들로부터 돈을 받을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미국과 오만은 불가 입장을 밝히고 있다.
solat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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