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없는’ IBM은 왜 1나노 벽 깼나…반도체 생태계 다시 짜는 ‘IP 전략’

심화영 2026. 6. 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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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의 1나노미터 이하 공정 웨이퍼/사진:IBM

세계 최초 0.7나노 ‘나노스택’ 공개…2나노 대비 집적도 2배

제조 대신 원천특허 확보…차세대 반도체 공급망 설계자 노려

상용화는 결국 파운드리 몫…삼성·TSMC 새 수주전 예고

삼성 CFET와 기술적 접점…5년 승부는 ‘수율’이 좌우

[대한경제=심화영 기자]미국 정보기술(IT) 기업 IBM이 세계 최초로 1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반도체 기술을 공개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전 세계가 2나노 양산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IBM은 한발 더 나아가 0.7나노(7옹스트롬) 시대를 선언했다.

더 흥미로운 것은 발표 주체다. IBM은 반도체를 직접 생산하는 기업이 아니다. 이미 생산공장을 매각한 지 오래다. 그럼에도 차세대 반도체 기술을 가장 먼저 공개하며 시장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업계에선 이번 발표를 단순한 기술 시연이 아니라 차세대 반도체 생태계에서 원천기술(IP)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한다. 제조시설 없이도 특허와 기술 표준을 확보하면 미래 반도체 공급망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계산이다.

◇ 공장 대신 특허…IBM이 노리는 것은 ‘표준’

IBM이 공개한 ‘나노스택(Nanostack)’은 기존처럼 트랜지스터를 평면으로 배치하는 대신 수직으로 적층하는 3차원 구조다.

손톱 크기 칩에 약 1000억개의 트랜지스터를 집적할 수 있으며 2021년 발표한 2나노 칩보다 집적도는 약 두 배, 성능은 최대 50%, 에너지 효율은 최대 70% 향상될 것으로 IBM은 설명했다. 생성형 AI 확산으로 급증하는 데이터센터 전력 문제를 해결할 차세대 기술로 평가된다.

IBM은 이 기술을 미국 뉴욕 올버니 나노테크 연구단지에서 개발했다. 이곳에는 ASML과 램리서치, 도쿄일렉트론 등 글로벌 장비업체들이 참여해 차세대 High-NA EUV 공정과 차세대 트랜지스터 구조를 공동 연구하고 있다.

IBM은 반도체를 생산하지 않지만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특허를 확보해, 차세대 공정의 기술 표준을 주도하는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 결국 양산은 파운드리(위탁 생산)…삼성에 다시 열린 기회

IBM이 제시한 상용화 시점은 향후 5년 안팎이다.

하지만 IBM이 직접 칩을 생산하지 않는 만큼 연구 성과가 실제 제품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첨단 공정을 구현할 파운드리 파트너가 필요하다.

IBM은 2021년 세계 최초 2나노 기술을 발표한 이후 일본 라피더스와 협력해 2나노 기술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0.7나노 기술에서는 상용화 파트너를 공개하지 않았다.

결국 차세대 공정을 실제 양산으로 구현할 기업을 둘러싼 경쟁이 다시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선 라피더스(일본의 첨단 반도체 파운드리 국책 합작법인)가 IBM의 기술을 바탕으로 첨단 공정 개발을 추진하고 있지만, 초미세 공정의 핵심 경쟁력인 대량 양산과 수율은 앞으로 검증이 필요한 단계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스티븐 디프란코 라피더스 미국 법인 마케팅 총괄은 “빅테크 기업들이 원하는 맞춤형 AI 칩을 가장 빠르게 공급하는 '스피드 파운드리'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1나노 이하 공정에서는 기술 개발만큼이나 안정적인 양산 능력이 중요하다”며“TSMC와 삼성전자도 수년간 공정을 다듬으며 수율을 끌어올렸는데, 신생 파운드리가 이를 단기간에 따라잡기는 쉽지 않은 과제”라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삼성전자에는 새로운 기회도 열려 있다. IBM이 직접 생산시설을 보유하지 않는 만큼 차세대 0.7나노 기술을 실제 양산으로 연결할 파트너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향후 5년간 삼성전자가 2나노와 3나노 공정에서 고객 신뢰와 수율 경쟁력을 확보할 경우 IBM의 차세대 공정 생산 파트너 경쟁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수율(양품 비율)’

기술적으로도 IBM의 발표는 삼성전자의 장기 로드맵과 맞닿아 있다.

삼성전자는 GAA(Gate-All-Around)에 이어 1나노 이하 공정을 목표로 상보형 트랜지스터를 수직으로 적층하는 차세대 구조인 CFET(Complementary Field Effect Transistor)를 개발하고 있다.

IBM의 나노스택 역시 트랜지스터를 3차원으로 적층한다는 점에서 기술적 방향성이 유사하다. 업계에서는 향후 IBM의 원천기술과 삼성의 제조 기술이 결합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다만 5년 뒤 IBM의 낙점을 받기 위해 한국 파운드리 업계가 해결해야 할 과제도 존재한다. IBM이 예고한 상용화 시점까지 삼성전자가 현재 진행 중인 3나노 및 2나노 공정에서 빅테크 고객사들이 만족할 만한 ‘압도적인 양산 수율’을 증명해 내야만 한다.

심화영 기자 doro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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