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에 웃는 日 완성차…가만히 앉아서 9조원 수혜 전망
엔화 약세로 영업이익은 늘어 호재
수입 의존 도소매·제조업은 ‘비상’

4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질 위기에 놓인 엔화 약세에 일본 정부가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쏟아붓고 있지만 정작 도요타 등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9340억 엔(8조 9000억 원)의 추가 이익을 안겨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5일 블룸버그통신은 현재 수준의 환율이 유지된다고 가정했을 때 일본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실적 전망치를 토대로 약 9340억 엔의 이익 증가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일본 최대 자동차 업체인 도요타는 지난달 발표한 실적 전망에서 달러당 150엔 환율을 가정했다. 그러나 현재 환율은 약 161엔 수준이다. 도요타는 엔화 가치가 달러 대비 1엔 하락할 때마다 영업이익이 500억 엔(약 4700억 원) 증가한다고 추산한다. 엔저가 지속될 경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도요타는 지난달 이란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과 생산 차질로 연간 실적이 6700억 엔(6조 3800억 원)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러나 엔화 약세는 심화되는 반면 지정학적 위험이 완화되면서 당시 회사가 제시한 영업이익 전망치 3조 엔도 높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널리스트 평균 전망치는 4조 엔 수준이다.
혼다는 달러당 145엔, 닛산은 150엔, 스바루와 마쓰다는 각각 155엔을 기준으로 삼아 역시나 추가 이익의 여력이 있다.
또 다른 호재는 이란 전쟁이 종식 국면에 들어서면서 원자재와 에너지 비용이 예상보다 크게 낮아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미국과 이란 간 평화 합의 이후 호르무즈해협 재개방 기대가 커지면서 국제유가는 급락했다. 4월 말 기준 30% 이상 하락한 수치다.
다쓰오 요시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수석 애널리스트는 “도요타와 혼다처럼 중동 긴장 고조의 영향을 연간 전망에 반영했던 기업들에게 최근 상황 변화는 실적에 중대한 호재가 될 수 있다”면서 휘발유 가격 하락도 소비 심리 개선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항공업계도 수혜가 예상되는 업종이다. 항공유 가격은 지난 3월 고점 대비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4월 일본 정기항공협회는 회원사 전일본공수(ANA)와 일본항공 등을 대표해 중동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업계 비용이 연간 수천억 엔 증가하고 산업 안정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ANA가 추정한 이번 회계연도 영업이익 감소분만 약 600억 엔에 달했다.
그러나 완성차업계와 마찬가지로 싱가포르 제트 등유 가격은 회사의 예상치를 크게 밑도는 반면, 엔화 환율은 연간 전망의 기준이던 155엔보다 더 약세를 보이는 상황이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도소매업과 제조업은 비상이 걸렸다. 일본 신용조사기관 도쿄 쇼코 리서치가 실시한 기업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40.7%가 5월 말 달러당 159엔 수준의 환율이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응답했다. 기업들이 선호하는 적정 환율은 평균 달러당 136.8엔으로 집계됐다.
박민주 기자 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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