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 “숙의” 총리 “폐지”… 당권 경쟁에 볼모 잡힌 보완수사권

김민석 국무총리가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정부 입장으로 최종 정리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국회가 숙의를 거쳐 존폐를 논의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갑자기 총리가 폐지를 확정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대통령과 총리 발언 간 존재하는 분명한 차이가 혼란스럽다. 입장이 바뀐 경위가 뭔지, 김 총리가 여당 당권에 도전하는 것과 보완수사권 폐지 사이 상관관계가 있는지 여러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25일 김 총리는 “정부의 검찰개혁 기본 원칙은 수사·기소 분리”라면서 보완수사권 폐지 입장을 확정했다. 이 문제는 정부·여당 입장이 달라 당청 갈등 요인으로 지목됐다. 이 대통령은 “국회의 숙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꾸준히 밝혔고, 불과 엿새 전엔 “예외적 경우까지 봉쇄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완전 폐지”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존폐를 두고 의견차가 분명 있었던 상황에서, 갑자기 김 총리가 “폐지를 정부 입장으로 정리한다”고 밝힌 것은 뜬금없다. 법조계와 학계가 꾸준히 부작용을 지적하는 보완수사권 폐지 논란은 사실상 이번 김 총리 선언으로 허무하게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정부가 공식 입장이 ‘폐지’라고 밝힌 마당에, 당에서 뭘 숙의하고 말 게 있단 말인가.
총리가 대통령 말을 뒤집은 경위가 석연치 않다. 상황이 달라진 게 없는데, 서두르듯 정부 입장을 정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 경찰 수사를 바로잡을 기회 자체를 없앨 때 생길 여러 부작용을 그 짧은 시간에 충분히 검토했는지도 의문이다.
여당 대표를 뽑는 8월 전당대회가 원인일 수 있다는 의심도 지우기 어렵다. 표심을 좌우할 여당 강성 지지층이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당대표를 노리는 김 총리가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는 해석이 끊이지 않았다. 이게 사실이라면 형사사법제도나 국민 권리보다 당권 경쟁을 더 우선시하는 위험한 발상이다. 이재명 정부 정책의 신뢰성을 위해서라도 대통령 말 다르고, 총리 말이 다른 데 대해 분명한 설명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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