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국가도 아닌데”…39초 간격 7.2·7.5 ‘쌍둥이 강진’, 왜 하필 베네수였나[디브리핑]

서지연 2026. 6. 25.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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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브판·남미판 충돌하는 숨은 지진대
39초 간격 7.2·7.5 ‘더블릿 강진’…피해 키운 결정적 변수
노후 건물·얕은 진원 겹치며 수도 카라카스 직격
1812년 3만명 사망 악몽 되풀이되나 우려 고조
24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지진으로 붕괴된 건물 현장에서 구조대원들이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규모 7.5 지진이 덮친 베네수엘라는 흔히 일본이나 칠레처럼 ‘지진 국가’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지질학적으로는 카리브판과 남아메리카판이 맞부딪히며 응력이 축적되는 ‘숨은 지진대’에 자리 잡고 있다. 이번에는 수십 년간 쌓인 에너지가 39초 간격으로 규모 7.2와 7.5의 연쇄 지진 형태로 방출된 데다 진원까지 얕아 수도 카라카스를 강타하면서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현지시간)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이날 베네수엘라 카리브해 연안 모론 인근에서 규모 7.2의 지진이 발생한 뒤 39초 만에 규모 7.5의 강진이 같은 단층대에서 다시 발생했다.

USGS는 “이번 지진은 두 차례의 대형 지진이 거의 동시에 발생한 연쇄 강진”이라며 “규모 7.5의 두 번째 지진이 사실상 본진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는 강한 본진 뒤에 규모가 작은 여진이 이어지지만, 이번에는 규모 7을 넘는 강진이 연속으로 발생했다. 첫 번째 충격으로 약해진 구조물이 두 번째 더 큰 흔들림을 견디지 못하면서 건물 붕괴와 인명 피해 위험이 크게 높아졌다는 것이다.

USGS는 재난평가시스템(PAGER)을 통해 이번 지진으로 대규모 인명 피해와 광범위한 재산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초기 분석에서는 사망자가 1만~10만명에 이를 가능성이 44%로 추산됐다. 다만 베네수엘라 정부는 아직 공식 사망자와 부상자 규모를 발표하지 않고 구조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지진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베네수엘라가 흔히 지진 국가로 인식되지는 않지만, 실제로는 대형 지진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24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지진으로 붕괴된 건물 현장에서 구조대원들이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로이터]

지질학적으로 베네수엘라는 카리브판과 남아메리카판이 서로 미끄러지며 맞닿는 경계에 위치한다. 두 판이 수십 년 동안 응력을 축적하다가 한꺼번에 방출되면 규모 7 이상의 강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

USGS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에서는 지난 수백 년 동안 피해를 낸 지진이 180여 차례 기록됐다. 1812년 카라카스 대지진으로 약 3만명이 숨졌고, 1967년에도 규모 6.3 지진이 수도를 강타해 큰 인명 피해를 냈다. 2018년에도 규모 7.3 지진이 발생했지만 진앙이 해상에 가까워 피해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

25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라과이라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건물이 붕괴된 가운데, 한 시민이 잔해 사이를 수색하고 있다. [로이터]

전문가들은 이번 지진의 피해를 키운 결정적인 요인으로 ‘연쇄 강진’과 ‘얕은 진원’을 꼽는다.

첫 번째 지진의 진원 깊이는 약 22㎞, 두 번째는 약 10㎞로 분석됐다. 진원이 얕을수록 지진 에너지가 지표면으로 그대로 전달돼 같은 규모라도 흔들림이 훨씬 강하게 나타난다.

여기에 수도 카라카스와 가까운 지역에서 발생하면서 인구 밀집지역이 직접 충격을 받았다. 카라카스에서는 건물과 주택이 붕괴됐고, 병원 천장이 무너졌으며 일부 고층 건물도 큰 피해를 입었다. 주민들은 거리로 뛰쳐나와 밤늦게까지 귀가하지 못했고, 구조대는 붕괴된 건물 잔해 속에서 생존자 수색 작업을 이어갔다.

Rescue workers comb through the rubble of a collapsed building after an earthquake in Caracas, Venezuela, Thursday, June 25, 2026. (AP Photo/Ariana Cubillos)

AFP통신은 카라카스 알타미라 지역에서 22층 건물이 크게 붕괴됐으며, 가족들이 잔해 앞에서 실종자의 이름을 외치고 구조를 요청하는 장면이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일부 주민들은 “1967년 지진보다 훨씬 무서웠다”, “계단이 무너지고 벽 전체에 금이 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노후 건축물도 피해를 키운 요인으로 지목된다. 경제난이 장기화하면서 건물 유지·보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곳이 적지 않은 데다, 최신 내진 설계가 적용되지 않은 건축물이 많아 강한 진동에 취약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진의 영향은 베네수엘라에만 그치지 않았다. 진동은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에서도 감지됐고, 미국 쓰나미경보센터는 한때 푸에르토리코와 미국령·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등에 쓰나미 경보를 발령했다가 약 1시간 뒤 위험이 낮아졌다고 판단해 해제했다.

25일 새벽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북서쪽으로 약 30㎞ 떨어진 라과이라주 카티아 라 마르에서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건물 주변 잔해 위를 주민들이 수색하고 있다. [AFP]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안심하기는 이르다고 보고 있다. 규모 7 이상의 연쇄 강진 이후에는 단층에 남은 응력이 재조정되는 과정에서 규모 5~6 이상의 여진이 수주에서 수개월 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콜롬비아 국립지진네트워크도 추가 여진 가능성을 경고하며 붕괴 위험 건물 접근을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이번 지진은 단순히 자연재해의 규모뿐 아니라 도시의 내진 성능과 재난 대응 체계가 피해 규모를 얼마나 좌우하는지를 다시 한번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기후위기와는 별개로 대도시의 노후 인프라와 내진 보강이 앞으로 대형 지진 피해를 줄이는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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