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예상 못 한 ‘손흥민 벤치’…홍명보의 승부수일까, 자충수일까[월드컵]

2026 북중미 월드컵 32강 진출이 걸린 마지막 승부에서 홍명보 감독은 가장 과감한 선택을 했다. 모두가 선발 출전을 예상했던 주장 손흥민(LAFC)을 벤치에 앉혔고, 이재성(마인츠)까지 제외하며 공격진을 대폭 바꿨다. 대신 오현규(베식타시)를 최전방에 세우고 황희찬(울버햄프턴),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을 양 측면에 배치하는 새로운 공격 조합을 꺼내 들었다.
이번 선택은 단순한 선수 교체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한국은 남아프리카공화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32강 진출을 확정한다. 안정적인 운영을 택할 수도 있었지만 홍 감독은 경기 초반부터 강한 압박과 빠른 전환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활동량이 뛰어난 오현규와 황희찬을 앞세워 상대 수비를 흔들고, 후반 승부처에서 손흥민을 투입하는 시나리오를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상대 입장에서도 예상 밖의 변화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손흥민을 중심으로 한국 공격을 대비했을 가능성이 크다. 수비 조직과 압박 강도 역시 손흥민을 기준으로 준비했을 텐데, 홍 감독은 그 예상을 완전히 뒤집는 선발 명단을 내놓았다. 손흥민을 후반 조커로 활용하면 체력이 떨어진 상대를 상대로 결정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그러나 위험 부담 역시 적지 않다. 손흥민은 여전히 한국 공격에서 가장 위협적인 선수다. 조별리그 두 경기 동안 공격 전개의 중심 역할을 맡았고, 상대 수비를 끌어내는 존재감만으로도 팀에 큰 영향을 미쳤다. 경기 초반 손흥민이 빠질 경우 한국 공격의 무게감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팬들과 축구계에서는 손흥민의 선발 출전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주장이자 에이스를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벤치에 앉히는 선택은 상당한 모험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홍 감독 역시 이런 여론을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승부수는 결과에 따라 평가가 극명하게 갈릴 가능성이 크다. 오현규와 황희찬이 초반부터 남아공 수비를 흔들고, 후반 손흥민 카드까지 적중한다면 홍 감독의 용병술은 이번 월드컵 최고의 한 수로 평가받을 수 있다. 상대의 허를 찌른 과감한 결단으로 32강 진출을 이끌었다는 찬사가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결과가 좋지 않다면 비판은 더욱 거세질 수 있다. 홍 감독은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이후 선임 과정부터 경기력까지 꾸준히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월드컵 탈락이라는 최악의 결과가 나온다면 “왜 손흥민을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선발로 쓰지 않았느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그의 전술적 판단과 리더십은 물론 감독직을 둘러싼 논란까지 다시 거세질 가능성도 있다.
몬테레이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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