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을 지우는 대신 까맣게 칠하기… '한국 흑인' 조나단의 유쾌한 뒤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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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밤 서울 도심 횡단보도 앞 흑인 남성 넷이 서 있다.
지난 1월부터 '조나단' 채널을 통해 공개하고 있는 시리즈 '휴먼다크'에는 한국에서 태어났거나 오래 거주한 또래 흑인 지인들이 함께 출연한다.
조나단은 지난 10일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에서 "제 한국말이 완벽한 줄 알았는데 한국에서 태어난 흑인 친구들은 차원이 다르더라"며 "특히 '아' '엇' '네' 라고 하며 (몸을 자꾸 숙이는) 모습을 보며 이런 추임새는 타고나는 거라고 생각했다. 흑인 친구들을 만났는데도 애들이 그냥 한국인인 모습이 너무 재밌더라"고 기획 배경을 설명했다.
조나단과 친구들은 학교 생활, 연애 관련 에피소드를 공유하며 한국 청년으로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동시에 흑인의 시각에서 본 미의 기준, 헤어스타일, 패션 등을 자유롭게 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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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서 소수 인종으로 사는 경험을 웃음으로 풀어
"인종적 상상력 부족한 한국사회에 새로운 자극" 호평

어느 밤 서울 도심 횡단보도 앞 흑인 남성 넷이 서 있다. 신호가 바뀌고 길을 건너던 중 한 명이 입을 연다. “스타벅스 들고 있으니까 다행이다. 위협적으로 안 보이겠지.” 나머지 셋이 웃음을 터뜨린다. 다른 한 명이 말한다. “(우리가 걸어가는 장면에 갱스터 노래를 배경음악으로 깔았던데) 우리가 진짜 공격적으로 보였나요?”
방송인 조나단(26·본명 조나단 토나 욤비)이 올해 시작한 유튜브 시리즈 '휴먼다크' 영상의 한 장면이다. 쉽게 입에 올리기 어려운 인종 문제를 웃음과 일상의 영역으로 끌어내는, 한국 사회에서 흔치 않은 콘텐츠다.
조나단은 콩고민주공화국 출신으로 8세 때 가족과 함께 한국에 정착해 초중고를 모두 광주에서 다녔다. KBS ‘인간극장’을 통해 처음 이름을 알린 그는 2024년 유병재와 유규선이 설립한 콘텐츠 제작사 블랙페이퍼에 합류하고 유튜브 채널 '조나단'으로 지난해 100만 구독자를 돌파하며 자신만의 콘텐츠 장르를 만들어가고 있다. 핵심은 자신의 흑인 정체성을 유머로 풀어낸다는 점.
금기와 편견을 유쾌하게 비트는 새로운 유머
조나단이 예능인으로 주목받은 계기는 이른바 '암살 개그'였다. 인종 특징에 대한 농담으로 상대방을 당황하게 하고 웃음을 유발하는 걸 뜻한다. 친구가 그를 '밝은 친구'라고 표현하면 '그럼 어두운 줄 알았냐'며 되받아치는 식. 그는 지난달 유튜브 채널 '요정재형'에 출연해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이 '흑인'이라는 말을 입에 올리지도 못했다"며 "불편해지는 분위기를 풀어보고자 내가 먼저 농담을 던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출발한 인종 농담은 그의 콘텐츠를 관통하는 정체성이 됐다. 지난 1월부터 '조나단' 채널을 통해 공개하고 있는 시리즈 '휴먼다크'에는 한국에서 태어났거나 오래 거주한 또래 흑인 지인들이 함께 출연한다. 노래방에 가고, 두쫀쿠를 찾아다니고, '경도(경찰과 도둑) 놀이'를 하는 등 평범한 일상을 담는 한편으로 흑인 정체성을 활용해 특별한 웃음 포인트를 만들어낸다.

이들은 흑인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언급하며 신선한 그림을 만든다. 어두운 밤에 경도 놀이를 하며 "(카메라로 우리를 촬영하니) 아무것도 안 보인다" "그런데 우리가 도둑이면 오히려 잘 숨을 수 있다"와 같은 대화를 나누는 식. 흑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유쾌하게 비틀기도 한다. '흑인 소울'이 정말 있는지 확인해 보겠다며 노래방에 간 이들의 선곡은 아이유의 '밤편지', 김현식의 '내 사랑 내 곁에', 크러쉬의 '나빠'.

조나단은 지난 10일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에서 "제 한국말이 완벽한 줄 알았는데 한국에서 태어난 흑인 친구들은 차원이 다르더라"며 "특히 '아…' '엇…' '네…' 라고 하며 (몸을 자꾸 숙이는) 모습을 보며 이런 추임새는 타고나는 거라고 생각했다. 흑인 친구들을 만났는데도 애들이 그냥 한국인인 모습이 너무 재밌더라"고 기획 배경을 설명했다. 댓글에도 '인종은 상관없고 자란 문화가 전부구나' '그냥 한국인 남성 넷이 이태원에서 술 마시고 노래 부르는 영상이다'와 같은 시청자 반응이 이어진다. 흑인을 이방인으로 바라보는 시선과, 한국에서 나고 자라 한국 문화를 체화한 모습 사이의 간극이 웃음 포인트가 되는 것이다.
박소정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조나단의 콘텐츠는) 한국 사회의 인종 인식 구조를 건드리며 기존의 기대를 벗어나기 때문에 새로운 자극을 주는 유머로 받아들여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누가 한국인인가' '어디까지가 한국적인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져 한국은 단일민족이라는 인식을 깨는 효과를 지닌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방인의 적응기 대신 한국에서 자란 이들의 일상 이야기
국가데이터처의 이주배경인구 통계에 따르면, 2024년 11월 1일 기준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이주배경인구는 271만 5,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5.2%다. 20명 중 1명은 외국인·귀화자·이민자 자녀라는 뜻이니, 이들은 이미 한국 사회의 주요 구성원인 셈이다.
조나단의 예능 활동은 이러한 흐름 속에 있다. 그는 한국 사회의 내부자이면서도, 외모 등으로 종종 낯선 위치에 놓이기도 하는 흑인으로서의 삶을 주체적이고 일상적으로 풀어낸다. 과거 외국인 예능이 한국 사회에 적응하려는 이방인의 고군분투나 한국 문화에 반응하는 외부자의 시선에 머물렀던 것과 확연히 다르다. 조나단과 친구들은 학교 생활, 연애 관련 에피소드를 공유하며 한국 청년으로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동시에 흑인의 시각에서 본 미의 기준, 헤어스타일, 패션 등을 자유롭게 논한다.

이 과정에서 흑인 당사자가 아니라면 알지 못했을 일상 속 미묘한 불편함 역시 담담하게 풀어낸다. 예컨대 조나단은 한 영상에서, 어린아이가 "얼굴이 왜 이렇게 까매요?"라고 묻는 순간 자신보다 아이의 부모가 더 당황해하는 상황을 언급하며 이로 인해 '어린이집 공포증'이 생겼다고 말한다. 그러자 다른 출연자가 "그럴 때 일부러 다가가 '안녕'하고 하이파이브를 해준다"며 "엄마, 아빠가 까매서 나도 까만 거라고 말하면 끝"이라고 조언한다.

말로만 하지 않았다. 어린이날에 초등학교를 찾아 조나단의 공포증을 정면 돌파한다는 콘셉트로 영상을 찍은 것. 일행은 체육 시간에 팀 게임을 하면서 학생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조나단은 '아프리카에는 물이 없잖아요'라고 단언하는 아이에게 "물이 적은 데도 있고 물 많은 데도 엄청 많다"며 신뢰감 있게 편견을 덜어낸다. 피부색을 두고는 "햇빛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짙은 것"이라고 눈높이에 맞춰 설명한다. 영상은 조나단의 사인을 받기 위해 아이들이 길게 줄을 선 모습을 보여주며 마무리된다.
박 교수는 "한국은 다문화 사회가 되어가고 있음에도 한민족이라는 믿음 속에서 인종을 일상의 차원에서 고려하는 경험이 부족했다"며 "인종 갈등을 겪으며 인종 언급이 금기시된 문화권과 달리 한국은 상상력이나 담론 자체가 부족해 인종을 언급하지 않는 문화가 형성됐는데, 조나단은 인종을 일상의 담론으로 만들고 대화 가능한 영역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아슬아슬 선 타는 인종 개그, 유머와 무례의 경계선
조나단의 인종 개그에 대한 우려도 없지 않다. 박 교수는 "조나단의 유머는 자기 비하적 성격을 지니기도 한다"며 "원시성, 야만성 등 기존 유색인 및 흑인에 대한 관념을 활용한 유머는 오히려 고정관념을 더 고착시킬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당사자는 당사자대로 우리 사회의 과도한 인종 개그를 불편해한다. '요정재형' 채널에 출연한 조나단은 "(암살 개그는) 서로가 배려한다는 전제하에 넘으면 안 되는 선 사이를 무섭게 오가면서 서로 웃는 고도의 개그"라며 "가끔 어떤 분들은 (그런 배려 없이) 갑자기 '불 끄면 안 보이시겠네요' 하고 웃는다"고 전했다. 함께 출연한 동생 파트리샤 역시 "그런 것들을 많이 봐서 사실 암살 개그를 별로 안 좋아한다"고 말했다.

인종 개그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조건에 관해 박 교수는 "경험에 기반한 진정성 있는 발화는 그 자체로 힘을 갖기에 당사자성은 필수는 아니지만 중요한 조건"이라며 "또한 단순한 재미를 넘어 비판적 맥락이 담길 때 더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인종 감수성이 충분치 않은 환경에서는 유머가 오히려 공격적으로 받아들여지거나 웃음으로만 소비될 수 있다"며 "사회적 의식이 함께 성장할 때 웃음과 동시에 성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예림 인턴기자 herewego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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