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스 아닌 가위로 절단, 믿기 어려웠다"…현직 의사가 본 '인천 다리 사건'

[파이낸셜뉴스] 요양병원 병실에서 이뤄진 환자 다리 절단과 신체 일부 배출 경위를 두고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현직 의사가 의료진 판단의 배경도 들여다봐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의료폐기물 처리 문제와 별개로 중증 고령 환자를 감당하기 어려운 의료 현실도 함께 봐야 한다는 취지다.
의사 겸 작가인 양성관 의정부백병원 가정의학과 과장은 지난 22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 나 역시 믿기 어려웠다"며 "요양병원 병실에서, 그것도 메스가 아닌 가위로 다리를 절단했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지난 10일 인천 연수구 송도동 남부권 광역 생활자원회수센터에서는 재활용품 선별 과정에서 붕대에 감긴 사람의 왼쪽 다리 일부가 발견됐다.
당초 경찰은 강력범죄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수사에 나섰다. 이후 지난 17일 인천의 한 요양병원 관계자가 "병원에서 나온 신체 일부가 잘못 분류돼 배출된 것 같다"며 자진 신고하면서 경위가 파악됐다.
경찰 조사에서 신체 일부는 해당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던 89세 여성 환자의 것으로 확인됐다. 이 환자는 심장 기능 저하와 다리 괴사가 심한 상태였고, 앞서 입원했던 대형병원에서는 추가 치료가 어렵다는 판단을 받고 퇴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퇴원 뒤 가족들은 환자를 받아줄 병원을 찾아다녔으나 여의치 않았고, 여러 곳을 알아본 끝에 해당 요양병원으로 옮긴 것으로 파악됐다.
요양병원 측은 입원 후 괴사가 더 진행되자 지난 8일 병실에서 절단을 했다는 입장이다. 경찰 조사에서는 "무릎 부위가 이미 상당 부분 분리된 상태였고 남아 있던 조직을 가위로 절단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과장은 통상 이 정도 괴사라면 종합병원급 의료기관에서 정형외과 의사가 절단 수술을 맡는다고 짚었다. 그는 "일반적으로 이 정도 괴사가 진행되면 종합병원 이상에서 정형외과 의사가 절단 수술을 시행한다"며 "고령에 심장 기능까지 크게 떨어진 환자의 경우 수술 자체가 생명을 위협할 수 있어 수술하는 의사도 망설일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양 과장은 대학병원이나 요양원이 이런 환자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에서, 가족들의 요청 끝에 해당 요양병원이 사실상 마지막 선택지가 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는 환자 상태를 고려하면 의료진도 선택이 쉽지 않았을 수 있다고 봤다. 양 과장은 "수술을 하지 않으면 감염과 패혈증 위험이 커지고 수술을 하자니 환자가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었을 수 있다"며 "의료진 입장에서는 매우 어려운 선택지 앞에 놓였을 것"이라고 짚었다.
양 과장은 법적 책임을 따지는 문제와 현장의 의료 현실을 살피는 문제를 나눠 봐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의료폐기물 관리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면 그에 대한 책임은 당연히 물어야 한다"면서도 "이번 사건을 단순히 병원의 일탈로만 볼 것인지 아니면 중증 고령 환자를 감당할 의료 시스템의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로 볼 것인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폐기물관리법 위반 여부를 중심으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와 함께 의사협회와 보건복지부 등 관계 기관 자문을 받아 의료법 위반 여부도 살펴보고 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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