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관위 사태를 ‘원포인트 개헌’ 마케팅에 활용하다니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다루는 국회 국정조사 특위에서 선관위 구조 개편과 감찰을 위한 개헌 필요성이 제기됐다. 노태악 전 선관위원장과 위철환 선관위원장 직무대행은 선관위원장의 상근직화와 감사원 감찰을 위해 필요하다면 개헌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민석 국무총리도 선관위에 대한 통제와 감시를 규정하기 위한 ‘원포인트 개헌’을 주장했다.
헌법상 독립기구인 선관위의 성격 때문에 외부의 견제를 받지 않아 투표용지 부족이나 채용 비리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는 지적은 일리가 있다. 그러나 국가 최고 규범을 변경하는 개헌은 특정 정파가 특정한 문제 때문에 서둘러 추진할 사안은 아니다. 지방선거 직전 민주당은 국힘을 배제한 채 개헌을 강행하려다 무산됐다. 헌법 전문에 5·18을 담고, 계엄에 대한 국회 통제권을 강화하는 개헌이 지방선거를 20일 앞두고 추진할 만큼 시급했는지도 의문이다. 개헌을 하려면 여야 합의로 개헌특위를 구성하고 전문뿐 아니라 대통령제의 폐해를 막을 수 있는 권력 구조 개편까지 개헌에 포함시켜야 한다. 그러나 정부와 민주당은 선관위 문제를 위한 ‘원포인트 개헌’처럼 개헌을 너무 가볍게 다루고 있다. 다른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선관위 문제지만 대통령과 정부도 책임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유일한 상임 선관위원인 위철환 선관위원장 직무대행은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고, 선관위 사무총장도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임명됐다. 최근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는 선관위 사태에 대한 정부 책임론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렇다면 청와대와 민주당은 선관위 질책과 ‘원포인트 개헌’을 주장하기 전에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는 모습부터 보여야 한다.
선관위는 본투표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초래했던 것과 대조적으로, 사전투표 용지는 선거인수의 두 배인 2390만명분을 준비했다. 개헌안의 국회 통과를 대비해 국민투표 용지까지 250만명분을 준비했다고 한다. 선관위가 무슨 이유로 개헌용 투표 용지까지 준비한 것인지 납득할 만한 해명이 필요하다. 선관위 사태의 책임을 덮기 위한 것이 아니라 권력 구조 개편까지 포괄하는 개헌을 야당과 함께 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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