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도 40세까지?… 스포츠 과학·자기관리로 수명 늘린 ‘불혹’의 전성시대
북중미 월드컵 무대엔 7명 등판
"신체 데이터 활용은 곧 팀 경쟁력"

2026 북중미 월드컵은 역대 가장 ‘지혜롭고 노련한 월드컵’으로 기억될 전망이다. 과거 같으면 이미 은퇴해 지도자나 해설위원으로 활동할 40대 선수들이 여전히 세계 최고 무대의 주인공으로 활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대회는 철저한 자기 관리와 스포츠 과학의 발전이 선수 생명의 한계를 얼마나 바꿨는지를 보여주는 무대가 되고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불혹(不惑)의 선수’들이 곳곳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41·포르투갈)는 24일(한국시간) 미국 휴스턴 스타디움에서 열린 K조 2차전에서 우즈베키스탄 상대로 멀티 골을 터뜨리며 월드컵 6개 대회 연속 골 맛을 본 유일한 선수가 됐고, 루카 모드리치(41·크로아티아)와 에딘 제코(40·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도 여전히 팀의 중심이다. 골키퍼로는 크레이그 고든(44·스코틀랜드)을 비롯해 마누엘 노이어(40·독일), 보지냐(40·카보베르데), 기예르모 오초아(41·멕시코)가 당당히 월드컵 무대를 누비고 있다. 불혹을 코앞에 둔 리오넬 메시(39·아르헨티나) 역시 역대 월드컵 최다 득점자에 오르며 새 역사를 쓰고 있다.
스포츠 과학이 늘린 선수 수명

미국 스포츠전문 매체 ESPN은 40대 선수들의 활약 비결로 스포츠 과학과 영양학, 회복 프로그램의 발전을 꼽았다. 동시에 미래의 월드컵에서 이런 ‘백전노장’들의 비중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전망했다. 모드리치의 스승인 안토니오 핀투스 코치(레알 마드리드)는 "모드리치가 여전히 최고의 무대에서 뛸 수 있는 건 훈련과 영양, 그리고 회복 루틴까지 철저하게 관리하고, 현재에 안주하지 않는 마음가짐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물론, 세월에 따른 신체 능력 저하를 완전히 거스를 수는 없다. 포르투갈 포르탈레그레 공대 겸임교수인 루이스 브란키뉴의 연구에 따르면, 축구 선수의 신체 능력은 △속도가 25.7세 △지구력은 24.8세 △폭발력은 26세를 전후해 정점을 찍고, 서서히 하락한다. 브란키뉴 교수는 “호날두도 젊은 시절에 비해 주력과 민첩성이 떨어진 건 사실”이라면서도 “오랜 시간 철저하게 다져진 신체 밸런스로 이를 보완하며 계속 경기에 나서고 있다”고 평가했다.
2002년 황선홍과 2026년 손흥민

선수 수명의 변화는 한국 축구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황선홍(1968년생)은 34세, 홍명보(1969년생)는 33세로, 대회를 마친 뒤 은퇴했다. 당시만 해도 30대 중반은 축구 선수의 '황혼기'로 여겨졌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현재 34세인 손흥민은 대표팀 은퇴를 서두르지 않고 “내 라스트 댄스는 내가 정한다”며 오히려 자신의 몸 상태와 경쟁력을 직접 판단하겠다는 뜻을 당당하게 밝히고 있다. 골키퍼 김승규(36·울산HD) 역시 이번 대회에서 안정적인 방어 감각을 뽐내고 있다. 철저한 자기 관리만 뒷받침된다면 4년 뒤 월드컵 도전도 불가능한 얘기가 아니다. 대한축구협회 의무위원을 지낸 은승표 코리아정형외과 원장은 "과거엔 스타 선수들이 무리한 출전과 부상 관리 미흡 등으로 선수 생명을 단축시켰다. 지금은 젊을 때부터 신체 데이터를 과학적으로 분석해 맞춤형 대응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선수 데이터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하느냐가 대표팀과 구단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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