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주 먹이고 '오빠' 호칭 강요"… 소방관 죽음 내몬 갑질, 사실이었다
'가담 의혹' 17명 징계 소방청에 요구도

지난해 10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20대 여성 소방관 사건의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을 조사한 결과 회식과 음주를 강요하고 유가족의 감찰요구를 묵살하는 등 소방의 조직적 비위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공직복무점검단은 11일부터 2주간 소방청과 광주소방안전본부, 광산소방서를 대상으로 집중 점검한 결과, 제기된 의혹이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다고 24일 밝혔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갑질 등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최대치의 문책을 하라고 지시했다.
정부 조사 결과 숨진 A씨는 사내 회식 참여를 사실상 강요받아 2024년 7월부터 15개월간 총 24회 술자리에 참석했다. 일부 회식은 나이트클럽이나 노래방 등에서 심야까지 이어졌다. 상사들은 A씨에게 이른바 '파도타기' 등을 통해 폭탄주를 '원샷'하도록 강요했으며, 서장·과장 등 남성 상사 옆에 앉도록 지시하고 '오빠라고 부르라'며 부적절한 호칭 사용을 강제했다. 장례식장에서 상차림·심부름을 시키고 해외여행을 다녀올 때 술·커피를 사 오게 하는 등 사적 노동이나 의무에 없는 일을 요구하기도 했다.
A씨는 결국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족이 감찰을 요구했으나 광산소방서는 형식적 사실관계 확인만 거쳐 '특이사항 없음'으로 종결했다. 국무조정실은 "갑질 행위 가해자로 확인된 부서장이 감찰부서장으로서 사실상 '셀프 조사'를 했다"고 밝혔다.
A씨 남자친구가 문제를 제기했으나 광주소방안전본부는 "객관적 증빙자료가 제출되면 향후 조사를 시행하겠다"며 차일피일 미뤘고, 소방청 본청은 지난 5월 노동조합의 문제 제기로 뒤늦게 감찰 계획을 수립했으나 이마저도 부실한 수준이었다고 국무조정실은 지적했다. 광주소방안전본부는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남자친구와의 불화가 사망 원인인 것처럼 사안을 왜곡했고, 사망 면직을 알리는 공문서에 A씨 심리상담 자료를 첨부해 외부에 유출하기도 했다.
국무조정실은 광산소방서 9명, 광주소방안전본부 6명, 소방청 본청 2명 등 총 17명에 대한 징계처분을 소방청에 요구하기로 했다. 퇴직자 2명은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다.
국무조정실은 "이번 사망사고는 소방 조직의 전근대적 내부 문화와 부실한 소방관 인권 보호 실태에 기인했다"며 "젊은 나이에 스스로 생을 마감한 피해자와 유족의 슬픔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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