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한 자작극 파문이 보여주는 개혁신당의 민낯
개혁신당의 사과와 유체이탈같은 꼬리 자르기
전국 기초의원 1명 당선이 드러낸 정치적 파산
혐오와 갈라치기로 쌓아 온 '양두구육'의 한계
막말 파문과 조직력 부재로 자멸한 '청년정치'
간판이 바뀌어도 남는 혐오 정치의 독성 유산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지방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개혁신당 정이한 부산시장 후보의 '음료수 테러' 사건이 자작극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사건 당시 길거리 유세 중이던 정이한 후보는 지나가던 차량의 운전자가 '어린놈이 무슨 시장 출마냐'라며 음료수를 던졌다고 주장했다. 정 후보는 이를 피하는 과정에서 넘어져 뇌진탕을 일으켰고 병원으로 이송되었다고 했다.
당시 개혁신당 지도부는 '기성 정치권과 사회적 편견이 청년 정치인을 향하면서 일어난 심각한 정치 테러'로 이 사건을 규정했다. 그들은 이를 선거 운동의 핵심 이슈로 내세우며 지지층의 감정과 결집을 유도하는 불쏘시개로 삼았다. 그러나 선거가 끝난 이후 경찰의 수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정 후보에게 음료를 던진 운전자는 다름 아닌 그의 긴밀한 지인이자 헬스장 관장이었고, 정 후보에게 뇌진탕 진단을 내린 의료기관은 바로 정 후보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병원이었다. 결국 이 사건은 유권자의 동정표를 얻고 정치적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일으킨 '정치적 기획 자작극'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개혁신당 중앙당은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으나, '우리도 정 후보에게 속은 피해자'라는 식의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와 책임 회피도 하고 있다. 하지만 정이한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과거 국민의힘 당대표로 재임하던 시절부터 의원실과 한덕수 총리실 등에서 일하며 커리어를 쌓아온 인물이다.
이후 이준석 대표를 뒤따라 개혁신당으로 당적을 옮긴 후에도 중앙당 대변인이라는 중책을 맡았고,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부산시장 후보로 단수 공천을 받을 만큼 핵심적인 인물로 대접받았다. 실제 자작극 소동이 벌어졌을 때, 이준석 대표는 목에 깁스를 한 정 후보와 유세를 하면서 극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이를 바탕으로 유권자들의 관심과 동정심을 불러모으려던 시도 속에서 이런 자작극이 나왔다는 것을 누구든 쉽게 눈치챌 수 있다. 그 점에서 이번 자작극의 발각과 실패는 단지 한 사람의 도덕적 일탈을 넘어, 현재 개혁신당이 처해 있는 깊은 구조적 위기와 딜레마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원래 개혁신당은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세 자릿수 이상의 당선자'를 목표로 내세웠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본 실제 선거 결과는 정치적 파산 선고에 가까웠다. 개혁신당이 전국에서 배출한 당선자는 광역의원은커녕 기초의원 단 1명에 그쳤다. 조국혁신당이나 진보당 등 여타 소수 정당들과 비교해도 너무나 적은 출마자 수와 당선자 배출 기록이었다.
그나마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경기도지사 조응천 후보가 얻은 표조차 고작 4.3%에 머물렀다. 더욱 치명적인 지표는 정당의 실질적인 전국적 지지 기반을 보여주는 비례대표 정당 득표율이다. 개혁신당이 획득한 전국 비례대표 득표율은 고작 2.3%에 불과했다. 이는 원내 진입 및 정당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하한선에도 못 미친다.
이 초라한 성적은 이준석과 개혁신당으로 대표되는 이른바 '대안적 보수우파 정치 재구성'의 시도가 마주한 한계와 실패를 증명하고 있다. 이준석은 언론의 클릭장사와 SNS의 알고리즘을 활용하면서, 여성과 장애인 등 소수자 혐오를 정치적 도구로 삼았다. 젠더와 세대 갈라치기를 시도하며 이를 능력주의 담론과 결합했다.
박근혜 탄핵 이후 위기와 분열 속에 헤매던 보수우파 진영에게 이러한 이준석의 도전은 새로운 돌파구이자 희망으로 떠올랐다. 실제로 이준석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결집한 청년(주로 남성)들을 결집하며 보수우파의 정치적 지지 기반을 확대했다. 이는 결국 윤석열 검찰정권 탄생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이것이 바로 2024년 총선과 2025년 대선으로 이어진 '양두구육 시즌2'였다. 이 단계에서 이준석은 기존의 갈라치기 전술에 더해 '청년들의 현실과 요구를 외면하는 양당 정치에 맞서는 제3지대'라는 새로운 프레임을 추가했다. 정치 혐오를 이용하는 이 전략의 결과는 표면적으로 별로 나쁘지 않았다.
2024년 총선에서는 이준석 본인이 경기도에서 당선되어 의회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2025년 대선에서는 20대 남성층 사이에서 이재명 후보와 김문수 후보를 넘어서는 득표를 하기도 했다. 이 과정 속에서 대다수의 레거시 미디어와 심지어 일부 '진보적' 지식인들마저 이준석을 '청년들의 목소리를 듣고 답변하는 유일한 정치인'이라며 올려치기해 주었다.
조선일보는 "이준석 후보는 '미래 보수'의 등대 역할을 계속하게 될 것"이라며 그를 향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개혁신당의 실질적인 정체성과 노선은 전통적 우파의 도그마와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여전히 극단적인 자유시장 만능주의, 한미동맹 지상주의, 맹목적인 반공반북 노선과 색깔론, 그리고 거친 혐중 선동에 기반하고 있었다.
개혁신당 의원들은 외국인은 댓글을 달지 못하게 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노골적으로 혐중 정서를 부추겼고, 이재명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과도한 군사 행동을 비판하는 SNS 글을 인용하자 이준석은 '국정원이 감시해야 할 반미친북 계정을 공유했다'라며 새로운 차원의 색깔론을 휘둘렀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 개편, 여성 공무원의 병역의무화 등 젠더와 세대를 갈라치는 개혁신당의 공약은 여전했다. 그러면서도 대외적으로는 '공천 비용 무료와 99만원 선거비용'을 내세워 '돈 없는 청년들도 누구나 정치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양두구육 시즌3'였던 셈이다.
하지만 과거 두 차례의 성공과 달리, 이번 시즌3의 대중적인 효과나 호응은 미미했다. 가장 결정적인 원인은 개혁신당과 이준석을 둘러싼 미디어 지형의 변화에 있다. 지난 대선 기간 TV 토론회 막바지에 이준석이 터뜨린 이른바 '젓가락' 막말 파문은 그의 정치적 생명력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했다.

우호적인 미디어 환경과 이준석 개인기에 의존해왔던 정치가 결국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셈이다. 더구나 개혁신당은 '제3지대'를 말해놓고는 정국의 주요 국면과 사회적 쟁점이 발생할 때마다 국민의힘과 크게 다르지 않은 태도를 취했다. 여기에 주가 폭등으로 국민연금 기금의 재정이 안정화되자 개혁신당의 '연금 세대 착취론'같은 무기도 효용성이 떨어졌다.
그들이 적극적으로 수행하던 소수자 혐오는 물론이고 젠더와 세대 갈라치기 역시 이제는 국민의힘이나 윤어게인 극우 세력들까지 모두가 일상적으로 애용하고 복제하는 흔한 카드가 된 지 오래다. 그러면서 개혁신당이 설 자리는 더욱 좁아졌다. 개혁신당이 주로 온라인 공중전과 '키보드 워리어'들에 의존해 온 것도 문제였다.
이러한 조직적 약점은 풀뿌리 표심을 다투는 지방선거 국면에서 여실히 그 한계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내부 권력 투쟁에서 탈락하고 공천을 받지 못한 이들을 '이삭줍기'하는 데도 실패했다. 정이한 부산시장 후보의 자작극 소동은 바로 이처럼 앞 길이 잘 보이지 않는 막막한 개혁신당의 처지 속에서 돌출된, 무모한 발버둥이었다.
현재 보수화(일부는 극우화)하는 청년(특히 남성)들의 마음은 이제 개혁신당을 떠나서 더 힘있는 국민의힘이나, 더 선명한 극우세력들로 흡수·이동하는 추세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 매체들 역시 한동훈이나 오세훈 같은 이들에게서 희망을 찾고 있다. 이준석과 개혁신당 앞에는 당분간 어떤 정치적 돌파구나 반전의 계기가 열리기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이준석 개인과 개혁신당이라는 간판이 사라진다고 해도, 그들이 지난 몇 년간 다듬어 놓은 혐오의 무기와 갈라치기 기술, 그리고 새로운 지지 기반은 여전히 보수우파 진영의 구조적 자산으로 남을 것이다. 이재명 정부가 과감한 사회경제적 개혁에 성공하지 못하고 지지 기반이 흔들리게 된다면 그것은 새롭고 더 위험한 보수우파 세력의 결집과 부활을 위한 중요한 토대가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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