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째 몽니...MSCI선진지수 불발 3대 원인

한국 주식시장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시장(DM) 지수 편입 문을 두드린 시간은 23년이나 된다. 한국은 1992년 신흥시장(EM) 지수에 편입됐다. 이후 2003년 재정경제부가 MSCI에 처음 선진시장 지수 편입을 요청했다. 그리고, 2008년 선진시장 지수 관찰대상(watch list) 명단에 올랐다.
그러나 공교롭게 그해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다. 불똥이 유럽으로 옮겨붙어 가까스로 진화가 될 무렵인 2014년 위기에 시달리던 한국은 선진시장 지수 관찰대상 명단에서마저 제외됐다. 정부는 2021년 편입 재도전을 공식화하며 제도 개선에 나섰다. 하지만 23일(현지시각) 발표된 MSCI 연례 시장 분류 리뷰에서 관찰대상 등재에 또 고배를 마셨다.
한국은 MSCI와 함께 양대 글로벌 지수로 꼽히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스탁익스체인지(FTSE) 선진 지수에는 2009년 9월 이미 편입을 완료했다. FTSE는 가입했는데 MSCI만 번번이 미끄러지는 이유는 뭘까? 3가지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① 국내 외환시장의 제약
먼저 MSCI는 역외(域外) 외환시장에서 원화의 환전이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MSCI는 “원화는 역외에서 실물 인도(delivery)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원화는 한국 밖 외환시장에서 실물을 주고받으며 결제할 수 없는 통화라는 뜻이다.
현재 원화는 역외 시장에서 실물 인도가 아닌 차액만 달러로 정산하는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위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1997년 IMF 외환위기의 트라우마 때문에 외환당국은 국내 외환시장을 개방하는데 큰 부담을 느껴왔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바뀌었다. 한 고위 외환당국자는 “국내 외환시장을 개방해 거래 규모를 늘리는 게 더 이득이 될 수 있다”며 “한국의 경제 체력도 감당할 수준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릇의 깊이가 깊을 수록 물의 출렁임이 작아진다는 말이었다.
실제, 정부는 다음달 6일부터 원달러 외환거래를 24시간 무중단 거래 방식으로 운영하고, 내년부터는 외국 금융기관이 국내에 원화 계좌를 두고 직접 원화를 운용할 수 있도록 ‘역외 원화 결제망’을 본격 시행할 예정이다.
② 공매도 거래 부담
다음으로 MSCI는 작년 3월 이후 공매도가 전면 재개된 것과 관련해서도 시장 참가자들이 새롭게 도입된 시장감시규정 체계하에서 상당한 운영상 부담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공매도 전산화 시스템에 대한 문제가 거론된다. 현행 공매도 규제는 잔고 관리를 중심으로 이뤄지는데 예외들이 적용되면서 혼란이 야기된다는 것이다. 잔고는 전산 관리되나 주식을 빌리는 대차거래는 여전히 수기로 이뤄지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관리 시스템이 소위 ‘유령 주식’으로 불리는 무차입공매도 위험을 실효적으로 잡아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공매도 관계자는 “한국에선 금융사에게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수준의 시스템 구축 부담이 부과된 반면, 제도의 실효성에는 여전한 의문이 남는 상황”이라며 “제도 개선이 안된다면 MSCI 편입에 계속 걸림돌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③ 지수데이터 사용 허가 기싸움
몇년 전 미국 MSCI 본사에서 대표를 만나고 온 외환당국자는 “MSCI 측에서 한국 지수 데이터를 사용하게 해달라고 요구해 곤혹스러웠다”고 말했다. MSCI는 코스피200 등 한국 대표 지수의 역외 파생상품 거래 허용(지수 데이터 사용권)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KRX)는 오랫동안 MSCI가 요구하는 역외 파생상품 허용 및 지수 데이터 사용권에 대해 수용 불가 입장을 견지해 왔다. 시장 감독권 무력화 및 개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왝더독(Wag the dog)’ 우려가 이유였다. 이 외 국내 파생상품 시장의 공동화, 국가 데이터 주권 상실 등도 이유로 제시됐다.
그러나 정부가 MSCI 선진시장 지수 가입 방향을 정하자 한국거래소도 어쩔 수 없이 사용권을 내놓기로 했다. 작년 3월 MSCI와 정보이용계약을 체결했다. 그 후 독일 파생거래소(Eurex) 등에 MSCI 한국 지수선물이 상장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해묵은 지수 사용 허가 기싸움은 일단 MSCI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쪽으로 진행되고 있다.
④ 내년 3수해도 2029년에야 편입
한국은 내년 6월 삼수에 도전해야 할 처지가 됐다. MSCI 선진 지수 편입을 위해선 후보군인 관찰대상에 1년 이상 올라야 한다. 이후 글로벌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시장 접근성 등에 대한 심층적인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다.
관찰대상에 등재돼도 최소 2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글로벌 자금들이 돈을 옮길 수 있도록 시간을 줘야 하기 때문이다. 내년 등재돼도 지수 편입 발표는 2028년 6월, 실제 편입은 2029년 5월말이나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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