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전국시대 타개할 도파민 찾아라… '실험실' 연 요즘 연프

강유빈 2026. 6. 24. 04:32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연애실험실: 주제·출연자 바꿔가며 옴니버스 구성
스탠바이미: 성별 대신 사람 초점 둔 '다양한 사랑'
연애전쟁: 이별 직전 커플 대상 고민상담 프로그램
넷플릭스 일일예능 '연애실험실'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

시즌제, 스핀오프 형식의 연애 예능 프로그램(연프) 홍수 속 기존 연프의 문법을 과감하게 비튼 실험적인 신작들이 줄줄이 시청자 공략에 뛰어들고 있다. 침대에서 잠옷 차림으로 이뤄지는 소개팅부터 성별 경계를 뛰어 넘는 연애, 결별 위기의 커플 설루션까지. 전에 없던 새로운 도파민을 무기로 연프 마니아층은 물론, 비관여층까지 끌어 모으겠다는 포부다.


"연프도 뷔페·단편소설처럼 골라 본다"

'침대 소개팅'을 주제로 한 넷플릭스 일일예능 '연애실험실' 1회 예고편. 넷플릭스 제공

2021년 티빙 오리지널 ‘환승연애’로 신드롬을 일으켰던 이진주 PD의 ‘연애실험실’이 첫 타자로 나섰다. 17일부터 매주 수요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일일예능 ‘연애실험실’은 기상천외한 돌발 상황 속 연애 세포가 깨어나는 과정을 포착하는 관찰 실험 예능이다. 대부분 연프가 여러 참가자를 한데 모아 긴 호흡으로 최종 선택을 향해 나가는 구조인 데 반해, ‘연애실험실’은 주제와 피실험자를 바꿔가며 짧은 호흡으로 끊는 옴니버스식 구성을 택했다. 23일 제작발표회에서 이 PD는 “지금은 연프 춘추전국시대”라며 “매력적인 신제품을 내놓기 위해 도전하는 마음으로 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개된 1, 2회만 봐도 속도감이 남다르다. 몸과 마음이 이완된 공간에서 낯선 이성과 단둘이 만났을 때 사랑에 빠질 수 있는지를 묻는 ‘침대 소개팅’을 주제로 어색한 첫 만남부터 호감이 싹트는 순간, 불안과 위기, 현실 커플 성사까지 일련의 과정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3회부터는 다시 배경과 출연자를 바꿔 ‘이상형에 가장 가까운 이성, 가장 먼 이성과 산장에 고립된다면 어떨까?’를 실험한다. 관찰자로 출연한 유튜버 찰스엔터는 “불필요한 장면을 걷어내고 엑기스만 모은 느낌”이라며 “평소 연프를 즐겨 보지 않는 시청자도 뷔페나 단편소설처럼 부담 없이 골라서 맛보기 좋다”고 소개했다.


젠더 블라인드·결별 위기 설루션도

웨이브 오리지널 '스탠바이미' 티저 영상의 한 장면. 스탠바이미 유튜브 캡처

남자들의 연애 리얼리티인 ‘남의연애’부터 여자들의 연애를 다룬 ‘너의연애’까지 성소수자(LGBT) 연프를 잇달아 선보였던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는 다양성을 한발 더 넓혔다. 19일 국내 최초 양성애자 연애 프로그램인 ‘스탠바이미’를 공개하면서다. 첫회에선 참가자들의 사전 성향 조사를 바탕으로 인공지능(AI)이 젠더 블라인드로 다양한 동성·이성 데이트 상대를 매칭했다. 이처럼 ‘성별’ 대신 ‘사람’에 집중해 연애 상대를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사랑의 형태를 조명하는 것이 프로그램의 목표다.

설렘 대신 전쟁 같은 연애의 민낯에 초점을 맞춘 연프도 출격한다. 23일 처음 방송되는 JTBC ‘연애전쟁’은 이별 직전에 놓인 커플들을 대신해 ‘연애 외교관’을 자처한 이효리, 서장훈, 김희철이 양측 입장을 대변하고, 제3자 입장에서결판을 내주는 연애 고민상담 프로그램이다. 매칭 위주의 기존 연프와도, 이미 결혼한 부부 간 관계를 다루는 설루션 프로그램과도 결이 다르다. 일반인 출연자 간 감정 싸움이 지나치게 자극적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지만, 연출자인 권해봄 CP는 “자극적인 편집을 지양하고, 양측 입장과 갈등의 맥락을 충분히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JTBC '연애전쟁' MC 서장훈(왼쪽부터), 이효리, 김희철. JTBC 제공

금기를 깨고, 파격에 도전하는 시도는 모두 범람하는 연프 시장에서 시청자 선택을 받기 위한 몸부림이다. 장르가 대중화하면서 식상함과 피로감이 부쩍 커졌기 때문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사랑과 관계에 대한 이야기는 본질적으로 시선을 끄는, 여전히 힘있는 소재다. 연프가 싫은 게 아니라 늘 봐 왔던 연프가 싫은 것”이라며 “매력적인 출연자, 관계의 축적을 잘 보여주는 연출, 뻔하지 않은 시도를 얼마나 잘 결합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짚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