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용사 23개국 언어로... 감사의정원 “감사합니다”
23일 밤 서울 광화문광장 ‘감사의 정원’에서 ‘6·25전쟁 제76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한밤 광화문광장에서 6·25전쟁 기념식이 열린 건 처음이다.
감사의 정원은 6·25전쟁에 참전한 미국, 영국, 캐나다, 튀르키예 등 유엔군 22국과 참전 용사를 기리는 곳으로 지난달 개장했다. 높이 6.25m짜리 돌기둥 23개가 남북으로 나란히 늘어서 있다. 돌기둥은 우리나라와 유엔군 22국을 상징한다. 정원 남쪽부터 한반도에 도착한 순서대로 배치했다. 이날은 23국 국기도 함께 게양했다. 기념식 무대에는 23국 언어로 ‘감사합니다’ ‘영웅들의 헌신을 기억합니다’라고 썼다.

오후 8시가 되자 돌기둥 꼭대기에 불이 켜졌다. 23갈래 불빛이 서울 도심 상공에서 하나로 만났다. 행사에 참석한 참전 용사와 시민 등 600여 명이 “와!” 탄성을 지르며 박수를 쳤다.
가슴에 훈장을 단 류재식(94)씨는 눈물을 글썽였다. 그는 6·25전쟁 때 학도병으로 참전했다가 총상을 입었다. 중학생 시절이었다. 류씨는 “서울 한복판에서 이런 행사가 열리니 눈물이 절로 난다”며 “현충원에 잠들어 있는 전우들도 고마워할 것”이라고 했다.
참석자 중엔 20·30대도 눈에 띄었다. 2022년 군 복무 중 지뢰 폭발 사고를 당한 표정호(26)씨는 “국민들이 국가를 위해 희생한 이들을 잊지 않고 기억해주시니 진짜 위로가 된다”고 했다. 러닝 크루(달리기 동호회) 회원 50여 명은 광화문광장 주변 6.25㎞를 달린 뒤 행사장에 왔다. 모자에 태극기를 달았다. 김모(20)씨는 “소셜미디어를 보고 참가했는데 감사의 정원이 이렇게 예쁜지 처음 알았다”고 했다.

자기 나라 돌기둥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외국인도 많았다. 다스 구랑가 고팔(60·인도)씨는 “한국이 인도인들의 헌신을 잊지 않고 기억해줘서 감사하다”며 “인도에서 기증한 석재를 보고 반가워서 여러 번 만져보고 기념사진도 찍었다”고 했다. 인도는 6·25전쟁 당시 야전 구급대를 파견해 유엔군과 민간인을 치료했다.
23국 돌기둥은 기증받은 석재를 활용해 세웠다. 현재 인도, 네덜란드, 독일, 그리스 등 7국이 석재를 기증했다. 독일은 베를린 장벽 일부를 기증했다. 네덜란드는 기증한 석재에 ‘평화를 위한 희생’이라는 문구를 새겼다. 서울시 관계자는 “스웨덴 등 5국 석재도 조만간 도착할 예정”이라고 했다. 오세훈 시장은 “영웅을 기억하는 방식이 그 나라의 품격을 결정한다고 생각한다”며 “감사의 정원을 감사와 존경이 살아 숨 쉬는 곳, 미래 세대가 보훈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배우는 곳으로 만들어 가겠다”고 했다. 서울시는 오는 27일까지 감사의 정원 일대에서 ‘76년 전 함께 지켜낸 자유, 함께 기억하는 우리’를 주제로 호국보훈의 달 기념 주간 행사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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