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하이닉스 호남行… K-반도체 산업 정부 선택은 ‘분산’?

김기웅 기자 2026. 6. 23.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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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에 수백조 원 규모 후공정 공장·생산시설 건립 추진
인프라 갖춘 수도권 아닌 신규 지역 육성에 경쟁력 저하 우려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감도 /연합뉴스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광주·전남에 수백조 원 규모 반도체 공장을 신설하는 게 기정사실이 되면서 국내 반도체 산업이 경기도와 호남 양축으로 분산될 전망이다. 국가 전략산업인 반도체는 한 곳에 생태계를 집중해야만 경쟁력이 생기는데 정부가 비수도권 균형발전만 추구하다가 자칫 다른 나라와 경쟁에서 뒤처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3일 기호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재명 대통령은 오는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국토공간 대전환(지방균형국가)' 관련 민관 합동회의를 주재한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기업 관계자는 이 자리에서 호남 투자 계획을 공유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 다음날인 30일 광주에서 열리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서남권 산업 발전 포럼에서는 구체적 투자 협약이 체결될 전망이다.

호남 투자 규모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두 기업 모두 수백조 원 규모 투자를 단행할 것으로 전해진다. 패키징(후공정) 공장에 더해 반도체 전공정 팹(생산시설)을 짓는 방안까지 거론된다. 용인·평택·이천 등 경기남부를 중심으로 이뤄졌던 반도체 생태계가 호남으로 분산되는 셈이다. 

추미애 경기지사 당선인은 '수용성평오이'(수원·용인·화성·성남·안성·평택·오산·이천)를 언급하며 경기남부를 반도체 벨트로 엮어 산업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구상을 밝히면서 "(반도체 산업을) 분산한다, 이런 말은 절대 나오면 안 된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반도체 산업은 용인·화성·평택·이천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소재·부품·장비 기업까지 연결되는 생태계가 구축돼있다. 경기도가 반도체 산업 입지로 낙점된 건 도로·철도 등 인프라가 잘 깔려있고, 숙련된 인력 수급도 원활하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의 ASML, 미국의 AMAT 등 세계적 기업이 경기도에 투자를 결정한 것도 기업 집적과 인프라 구축 등 산업적 이점이 작용했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 들어 반도체 산업이 '집적'보다는 '분산'에 더 초점이 맞춰지는 양상이다. 정부는 앞서 반도체 클러스터 지정(신청) 요건에는 '수도권 외 지역일 것'이라는 문구를 포함한 반도체특별법 시행령(안)을 마련하고, 경기도에 의견조회를 거쳤다. 이미 반도체 생태계가 구축된 경기도를 산업 육성에서 배제하고, 비수도권에 반도체 산업을 새로 육성하겠다는 기조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기업의 호남 투자가 자발적 의도보다는 정부의 유도에 따라 결정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갖춰진 생태계를 벗어나 신규 지역에 신산업을 육성하려면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호남에 투자하는 게 이미 생태계가 갖춰진 수도권 투자보다 더 큰 이익이 있겠느냐"며 "사실상 정부가 호남 투자를 유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반도체 클러스터 호남 이전론에 "(정부가 강제로) 옮기라고 하면 옮겨지느냐"면서도 "다만 (지방으로 이전하자고) 설득이나 유도는 할 수 있다"고 했다.

김기웅 기자 woo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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