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협상 개시…노동계 '1만2000원' vs 경영계 '동결'

내년도 최저임금을 둘러싼 노사 간 줄다리기가 본격 시작됐다. 노동계는 시급 1만2000원 인상안을 최초 요구안으로 제시한 반면 경영계는 현행 수준인 1만320원 동결안을 내놓으며 양측 격차가 1680원에 달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8차 전원회의를 열고 2027년도 적용 최저임금 수준 심의에 착수했다. 이날 노동계와 경영계는 각각 최초 요구안을 제출하며 본격적인 협상 국면에 들어갔다.
근로자위원은 최초 요구안으로 올해 최저임금(시급 1만320원)보다 16.3% 인상한 1만2000원을 제시했다. 월 환산액(주 40시간·월 209시간 기준)은 250만8000원 수준이다.
반면 사용자위원은 올해와 동일한 시급 1만320원을 제시했다. 사실상 동결안이다. 이에 따라 노사 간 최초 요구안 격차는 시간급 기준 1680원, 인상률 기준 16.3%포인트를 기록했다.
노동계는 고물가와 생계비 부담을 고려한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모두발언에서 “최저임금법은 기업의 지불능력뿐 아니라 노동자 생계비를 최우선으로 반영하도록 설계된 제도”라며 “고유가·고물가로 인한 실질임금 하락과 생계비 위기 속에서 최저임금은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사회안전망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 수출 호조로 경제성장률 전망이 상향 조정되고 있지만 성장의 과실은 노동시장 하부까지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며 “최저임금 1만2000원은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 안정과 소비 진작,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가장 현실적인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현재 최저임금 실수령액으로는 치솟는 장바구니 물가와 공공요금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최저임금 인상은 노동자뿐 아니라 골목상권과 자영업자를 함께 살리는 상생의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경영계는 이미 높은 최저임금 수준과 영세사업장의 경영난을 고려해야 한다고 맞섰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최근 10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은 79.7%로 같은 기간 명목임금 상승률과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크게 상회했다”며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수준도 62.2%로 국제적으로 적정 상한으로 평가받는 60%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이어 “숙박·음식업과 5인 미만 사업장의 최저임금 미만율은 이미 30%를 웃돌고 있다”며 “내년 최저임금은 가장 어려운 업종과 영세사업장의 현실을 기준으로 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옥석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최저임금이 노동생산성 이상으로 인상될 경우 일자리 감소와 무인화·AI 자동화 가속, 투자 위축, 초단기 근로 확대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살리는 것이 현재 경제를 살리는 길”이라고 말했다.
공익위원들은 객관적 자료에 기반한 논의를 주문했다.
성재민 공익위원은 “최저임금은 근로자 생계비, 유사근로자 임금, 노동생산성, 소득분배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며 “경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인 만큼 객관적인 자료와 사실에 기반한 논의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노사는 지난 7차 전원회의에서 숙박·음식업 등에 대한 업종별 구분 적용 여부를 놓고 격돌했으나 부결되면서 올해도 단일 최저임금 체계가 유지됐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앞으로 수정안을 주고받으며 격차를 좁히는 협상을 이어갈 예정이다. 다만 노사 최초 요구안 격차가 16.3%포인트에 달하는 만큼 공익위원들이 향후 제시할 심의촉진구간과 중재안이 최종 결정의 최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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