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올려도 못 멈추는 빅테크 AI 투자···왜?
채권·유증·JV 총동원···AI 투자 전면 가세
"AI는 선행 투자 산업"···금리 변수 영향 제한적

[시사저널e=김도영 기자] 최근 주요 투자은행(IB)을 중심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지만, 글로벌 빅테크들의 인공지능(AI) 투자 기조는 꺾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AI 산업 특성상 먼저 인프라를 선점한 기업이 시장 주도권을 쥐는 구조인 만큼 금리 부담보다 투자 규모·속도가 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알파벳, 아마존,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AI 인프라 투자를 위해 채권 발행, 유상증자 등을 통해 대규모 자본 조달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AI 경쟁에서 중요한 건 역량이 아니라 그 산업에 얼마만큼 자금을 투입해 지속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지, 즉 이를 뒷받침할 자금력이 있느냐다"라며 "지금 당장은 모델 성능이 떨어지는 등 역량은 좀 낮아도 여기에 돈을 부어버리면 역량이 급격하게 높아지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AI 산업은 수익이 본격 창출되기 전 대규모 인프라 구축과 연산 자원 확보가 먼저 이뤄져야 하는 대표적인 선행 투자 구조다. 서비스가 시장에 안착한 이후 투자 규모를 확대하는 다른 산업과 달리 AI 산업은 초기 자본 투입 규모 자체가 향후 시장 점유율과 기술 경쟁력을 좌우하는 구조인 것이다.
IT업계 관계자는 "AI 산업은 결국 먼저 고지에 올라가는 쪽이 시장을 가져가는 승자독식 구조"라며 "결국 누가 더 빠르게, 더 많은 자본을 투입해 일정 수준 이상의 기술력과 인프라를 선점하느냐가 향후 시장 판도를 좌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글로벌 빅테크들이 채권 발행과 유상증자를 통해 천문학적인 자금을 AI 투자에 쏟아붓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알파벳은 작년 11월부터 550억달러 이상의 채권을 발행해왔다. 이달 초엔 역대 최대 규모인 850억달러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아마존 역시 올해 초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채권을 발행해 약 540억달러를 조달한 데 이어 지난 9일 캐나다에서 100억달러를 추가로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메타는 작년 10월 300억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고 지난 4월 추가적으로 250억달러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다.
지난 20일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는 "아마존과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주요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올해 AI 인프라에 총 7500억달러를 투입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현금 부자로 꼽히는 구글, 메타 등이 자체 자본이 아닌 부채로 AI 투자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 것은 이례적인 양상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AI 투자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현금을 많이 보유한 기업들도 부채를 내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센터 등 신규 투자에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기 때문에 현금으로는 감당할 수가 없어 해외 각국에서 채권을 발행할 수밖에 없다"라며 "최근에는 AI 기업들이 골드만삭스, 블랙록 등 금융사와 손잡고 조인트벤처까지 설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 등 주요 금융회사들이 AI 기업들과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해 데이터센터 투자에 나서는 것도 이 같은 흐름의 연장선이라는 설명이다.
기업이 자체 자금이나 대출을 통해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면 최근에는 AI 기업과 금융사가 합작법인(JV)을 설립해 데이터센터를 공동 구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데이터센터 자체가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일종의 자산으로 평가받기 시작하면서 금융권 역시 이를 새로운 투자처로 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엔 부동산이나 인프라 자산에 자금을 넣었다가 회수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면 지금은 데이터센터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며 "금융사 입장에선 현금을 투입해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를 만들고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을 배분하거나 기업가치가 올라가면 지분을 매각해 수익을 실현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에 AI 기업들과의 조인트벤처가 빠르게 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IT업계에서는 이 같은 AI 산업의 구조적 특성상 기업들이 시장 유동성을 저해하는 금리 인상 등과 같은 거시 변수에도 쉽게 투자 속도를 늦추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기업 임원은 "미국 금리 인상은 AI 투자에 별다른 타격을 주지 못할 것"이라며 "기업 입장에서 시장에 이미 뛰어든 한, 유상증자 등을 통해 AI 투자를 많이 진행한 상황에선 투자를 멈출 수가 없다"고 내다봤다. 금리 부담 때문에 투자를 늦추는 순간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인식이 더 크게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처럼 AI 투자 명목으로 시장에 수백조원 규모의 자금이 계속 공급되는 상황에선 금리를 소폭 올린다고 해도 긴축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으로 유동성이 일부 줄어들더라도,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투자 과정에서 수백조원 규모의 자금이 다시 시장에 투입되는 만큼 금리 인상 효과가 그만큼 상쇄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지난 17일 연준은 케빈 워시 신임 의장 체제하에서 열린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3.50~3.75%로 동결하기로 했다. 연준의 이 같은 결정은 올해 1월과 3월, 4월에 이은 4번째 금리 동결로 시장 예상과 부합하는 결과다. 그러나 회의 후 발표된 성명에서 향후 통화완화 가능성을 시사하는 기존 문구가 삭제되면서 시장에선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이 점쳐졌다.
특히 FOMC 참가자들의 금리 전망치를 담은 점도표(연준 위원들의 금리 전망치를 점으로 표시해 분기마다 발표하는 표)에서 올해 말 금리 중간값 전망이 기존 3.4%에서 3.8%로 상향 수정됐다. 지난 3월 전망치보다 약 0.4% 높아진 수준으로, 시장은 연준이 연내 금리 인하에서 인상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 투자은행(IB)들은 연준의 이 같은 대응 기조를 매파적 신호로 해석하며 기존 금리 동결 전망을 뒤집고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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