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연준 의장 재임 ‘미 경제의 마에스트로’ 그린스펀 별세
닷컴 버블 때 주식 과열 경고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22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100세.
NBC방송 등 미 언론들은 그린스펀 전 의장이 이날 오전 세상을 떠났다고 보도했다. 그린스펀 전 의장의 부인인 안드레아 미첼 NBC방송 수석 외교 담당 기자는 성명을 통해 “앨런은 오늘 아침 100세의 나이로 파킨슨병 합병증으로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며 “그는 수십년간 미국 경제를 형성하는 데 기여한 거인이었지만, 언제나 실수를 인정하는 데 정직했다”고 밝혔다.
그린스펀 전 의장에 대해선 20년가량 연준 의장으로 재직하며 미국 경제 호황기를 이끈 ‘마에스트로’이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어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 동시에 따른다.
1926년 3월6일 뉴욕에서 태어난 그린스펀 전 의장은 뉴욕대 학부와 대학원 석사과정에서 경제학을 공부했으며, 컬럼비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컨설팅회사 대표를 맡다 1968년 당시 공화당 대선 후보인 리처드 닉슨 대선캠프에 합류하며 정치계에 입문했다. 1974~1977년 제럴드 포드 행정부에서 경제자문위원회(CEA) 의장을 지냈다.
1987년 폴 볼커 연준 의장의 뒤를 이어 연준 의장에 취임했다. 이후 2006년까지 네 명의 미국 대통령 시기를 거치며 연준 역사상 두 번째로 긴 재임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재임 기간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와 1998년 러시아 디폴트, 2000년대 초반의 ‘닷컴 버블’, 2001년 9·11 테러 등 굵직한 사건들을 거치면서 인플레이션 억제에 집중했다. 그러나 그린스펀 전 의장이 추진한 저금리 정책이 이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이어지는 계기가 됐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시장에 충격을 최소화하고 연준의 정책 방향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기 위해 특유의 길고 모호한 화법을 구사하는 것으로도 정평이 나 있었다. ‘닷컴 버블’ 시기 미국 주식시장을 ‘비이성적 과열’ 상태라고 표현한 발언은 인공지능(AI) 열풍이 거센 지금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경제학을 공부하기 전 줄리아드 음대에서 음악을 전공하고 밴드에서 색소폰을 연주하는 등 음악 애호가이기도 했다.
김유진 기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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