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가담’ 박성재 징역 25년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12·3 불법계엄에 가담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사진)이 1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국헌 문란 목적의 내란 행위였음을 재차 확인하면서 이에 동조한 박 전 장관의 책임이 무겁다고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재판장 이진관)는 22일 박 전 장관의 내란 중요임무종사,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재판에서 이같이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앞서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은 박 전 장관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는데 더 높은 형이 선고됐다.
박 전 장관은 2024년 12월3일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법무부 간부회의를 소집해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에 검사 파견 검토를 지시하고, 교정시설 수용 여력을 점검하는 등 내란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박 전 장관은 계엄 해제 뒤 법무부 감찰과에 계엄을 정당화하는 논리가 담긴 문건을 작성하도록 지시해 직권남용 혐의도 있다.
법원은 박 전 장관의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와 직권남용 혐의를 모두 유죄로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법무부 장관으로서 헌법을 수호해야 할 무거운 의무를 지는데도 내란이 성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끝내 이를 외면하고, 오히려 그 일원으로서 가담하기를 선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피고인이 수행한 임무는 윤석열의 정치적 반대세력을 제압해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를 저지한다는 ‘12·3 내란의 핵심적인 전제 조건’을 달성하기 위한 필수적인 요건”이라며 “이로 인해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가 유린당한 어두운 과거로 회귀해 헤어나오지 못하게 될 수 있었다”고 했다. 법원은 “피고인은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서슴없이 허위로 진술하거나, CC(폐쇄회로)TV 같은 물증이 있는데도 ‘아무런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태도로 일관했다”며 “법정에 이르러 신문 과정에서 ‘많은 책임감을 느끼고 죄송하다’고 했으나 그 진정성은 인정하기 어렵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법원, 계엄 다음날 ‘안가 회동’서 내란 후속 대책 논의 판단
법원은 박 전 장관이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목적 중 하나로 국회 무력화와 함께 ‘명태균씨 사건 무마’라는 점을 인식했다고 판단했다.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선포 전에 박 전 장관에게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명씨의 공천개입 의혹 사건을 언급하며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밝힌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박 전 장관은 지난해 5월 김 여사로부터 명품가방 수사 관련 문의를 받고 실무진에 확인하도록 해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도 기소됐다. 법원은 이 건은 특검법이 정한 특검 수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공소기각 판결했다.
재판부는 비상계엄 다음날 박 전 장관과 김주현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이 서울 삼청동 대통령 안가에 모인 이른바 ‘안가 회동’에 대해 내란 관련 후속 대책이 논의된 자리라고 봤다. 안가 회동에 앞서 열린 당·정·대(당·정부·대통령실) 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 탄핵 소추와 수사 대응 계획이 논의됐고, 안가 회동에서 참석자들이 계엄의 정당성·불가피성에 관한 논리를 구성해 이를 윤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법원은 이 회동과 관련해 박 전 장관과 함께 재판을 받은 이 전 처장의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에 대해 공소기각 판결했다. 이 전 처장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안가 회동을 ‘친목모임’이라고 진술해 위증한 혐의를 받았는데, 재판부는 특검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다만 법원은 “공소기각이 확정될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적법한 절차에 따라 다시 수사하고 기소해 적법 절차 원칙과 실체적 진실 규명 사이 조화를 도모할 수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박 전 장관은 선고가 이뤄지는 약 1시간 동안 굳은 얼굴로 허공을 응시했고, 재판부가 “징역 25년을 선고한다”고 주문을 읽을 때도 표정에 변화가 없었다.
재판 뒤 박 전 장관 측 변호인은 사실 관계와 법리에 대해 다시 다투겠다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특검 측 장우성 특검보는 “법무부 장관은 인권과 헌정 질서 수호의 최후 보루임을 확인해준 판결”이라고 말했다.
김정화 기자 cl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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