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재, 한덕수보다 센 ‘징역 25년’…구속 앞두고 “도주 안해” 항변
“박성재, 12·3 내란의 핵심적 역할…성공 기대하며 동조”
내란 가담 혐의로 기소된 尹정부 주요 국무위원 줄구속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내란 혐의로 기소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이 징역 25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일관되게 혐의를 전면 부인해온 박 전 장관은 도주 우려가 없고 주거도 일정한 점을 내세우며 법정구속을 피하려 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박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에서 정치적 반대 세력 제거를 위한 핵심 위치에 있었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이 성공할 것으로 보고 동조했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22일 내란 중요임무 종사, 직권남용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 전 장관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의 구형량인 징역 20년보다 5년 더 무거운 형이다.
박 전 장관은 "피고인 박성재를 징역 25년에 처한다"는 주문이 나오자 충격을 받은 듯한 표정으로 재판부를 응시했다. 선고 이후 재판부는 법정구속에 대한 의견을 물었고, 이에 박 전 장관은 "한 번도 출석을 거부하거나 도주하려고 한 바 없다. 주거도 일정하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박 전 장관의 마지막 항변을 물리치고 증거인멸 가능성을 지적하며 법정구속을 결정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특검팀 수사를 받으며 두 차례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법원에서 모두 기각됐고, 불구속 상태로 기소돼 1심 재판을 받아왔다.
박 전 장관은 지난 4월 열린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눈물을 흘리며 "국무위원으로서, 법무부 장관으로서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막지 못해 국민에게 충격과 혼란을 드린 점이 송구스럽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도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에 대해서는 강력 부인했다. 그러면서 특검팀을 향해 "그렇게 살지 말라"며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지만 중형을 피하지 못했다.
"박성재, 내란 성공할 것으로 생각"
1심 재판부는 박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이 국헌을 문란하게 하는 내란이자 위법 행위임을 알면서도, 그 성공을 기대하며 불법에 동조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박 전 장관이 계엄 선포 후 법무부 간부 회의 소집 및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교정시설 수용 여력 점검, 출국금지 담당 직원 출근을 지시한 일련의 행위가 내란 중요임무 종사에 해당한다고 봤다.
박 전 장관이 교정시설 수용 여력 점검과 출국금지 담당 직원 출근을 지시하며 직권을 남용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비상계엄 해제 직후 법무부 검찰과에 계엄을 정당화하는 논리가 담긴 '권한 남용 문건'을 작성하게 한 직권남용 혐의 역시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12·3 내란은 성격상 '위로부터의 내란'에 해당하며 '친위 쿠데타'라고도 불린다"며 "국민이 선출한 권력자가 헌법과 법률을 경시하고 위반하는 내란행위를 함으로써 국민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신념 자체를 뿌리째 흔들기 때문에 그 위험성의 정도는 '아래로부터의 내란'과 비교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법무부 장관으로서 그 직무를 수행할 때 헌법과 법률을 준수하고 수호해야 할 무거운 의무를 부담한다"며 "그럼에도 12·3 내란이 성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런 의무와 책임을 끝내 외면하고 외려 그 일원으로서 가담하기로 선택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특히 피고인이 수행한 임무는 윤석열의 정치적 반대세력을 제압해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를 저지한다는 12·3 내란의 핵심적 전제조건을 달성하기 위한 필수 역할에 해당한다"며 "이런 피고인의 행위로 대한민국은 자칫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가 유린당한 어두운 과거로 회귀해 독재 정치라는 수렁에서 장기간 헤어 나오지 못하게 될 수 있었다"고 꼬집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서슴없이 허위 진술하거나 CCTV 영상 등 객관적인 증거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며 "신문 과정에서 '많은 책임감을 느끼고 죄송하다'고 했으나, 이런 태도에 비추어 그 진정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김용현부터 한덕수·이상민·박성재 모두 철창행
박 전 장관의 1심 선고가 나오면서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정부의 주요 국무위원들은 모두 구속 신세가 됐다. 박 전 장관은 내란 핵심 피고인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1심 징역 30년)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형을 선고받았다. 김 전 장관은 현재 서울고법 내란전담재판부에서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국정 2인자였던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1심은 박 전 장관과 마찬가지로 이진관 재판부에서 맡았다. 한 전 총리는 1심에서 징역 23년(특검 구형 징역 15년)을 선고받았지만, 지난달 7일 열린 항소심에서 징역 15년으로 감형됐다.
계엄 당시 언론사 단전·단수를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달 12일 항소심에서 1심보다 형량이 늘어난 징역 9년을 선고받았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박 전 장관의 내란 관련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지만, 김건희 여사의 수사 무마 청탁을 받아준 혐의에 대해선 내란 특검팀의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보고 공소 기각을 선고했다.
또 계엄 해제 직후 이뤄진 '안가 회동'에서 계엄에 관한 논의가 없었다는 취지로 국회에서 위증한 혐의(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함께 기소된 이완규 전 법제처장에 대해서도 같은 이유로 공소 기각을 선고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와 관련해 "참고로 공소 기각이 확정될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적법한 절차에 따라 다시 수사하고 기소해 적법절차 원칙과 실체적 진실 규명 사이 조화를 도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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