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약 건보 적용하면 연 1800억 든다는데…선별 급여가 대안 될까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탈모약 건강보험 적용을 두고 논란이 거센 가운데 실제 건보가 적용되면 해마다 최대 1,800억 원에 가까운 비용이 건보 재정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잠정 추산이 나왔다. 만약 탈모에 건보를 적용한다면 본인부담률을 크게 높이는 등의 방식으로 재정이 받을 충격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의사 처방이 필요한 탈모 치료제 공급액은 2022년 2,164억2,582만 원에서 지난해 2,568억3,331만 원으로 18.6% 늘었다. 또 환자가 낸 탈모 진료비도 2022년 366억9,794만 원에서 지난해 392억7,527만 원으로 증가했다. 약값과 진료비를 합친 전체 치료비용은 연간 2,900억 원을 넘어섰다. 병원을 찾는 탈모 환자는 매년 23만~25만 명 수준이다.

병원을 찾은 탈모 환자 10명 중 약 6명은 20~40대였다. 40대가 5만3,489명(22.2%)으로 가장 많았고 △30대 5만712명(21.0%) △20대 3만5,803명(14.8%)이었다. 외모가 사회생활의 경쟁력으로 꼽히는 젊은 세대가 적극적으로 치료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탈모 환자들이 병원 진료와 약에 쓰는 비용이 늘고 있는 만큼 이를 건보로 지원하면 재정 부담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해 전문의약품 공급액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환자가 전체 약값에서 내야 하는 비율(본인 부담률)을 30%로 할 경우 건강보험이 연간 약 1,797억 원을 부담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본인 부담률을 50%로 높여 잡아도 약 1,284억 원이 필요하다. 다만 이는 2025년 자료에 기반한 계산이다. 실제 급여화로 탈모 치료 수요가 늘면 부담액은 이보다 더 커질 수 있다.

취약계층·청년 '부분 적용' 대안 거론
정부도 이 같은 부담을 모르지 않는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업무보고 때 탈모약의 건보 적용 확대 검토를 주문한 직후 라디오에 출연해 "유전적 탈모에도 건보를 적용하면 재정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요즘은 (탈모를 미용이 아닌) 생존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언급한 만큼 정부는 건보 지원을 적극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정 장관도 지난 11일 정책간담회에서 "(20~34세 청년층 탈모 치료 건보 적용은) 공론화를 거쳐 하반기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선별 급여 방식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탈모 치료에 건보 적용을 해주되 본인부담률을 50~80%로 높이자는 것이다. 김종명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대표(가정의학과 전문의)는 "탈모 치료가 비급여인 탓에 의사 진료비만 해도 어떤 병원은 1만8,000원쯤 받는데 다른 병원은 3만 원씩 받는다"며 "급여화하면 정부가 가격을 규제할 수 있어 약값을 크게 낮출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김 대표는 "재정 부담이 크다면 환자부담을 50% 이상으로 높이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 소득 기준 이하의 취약계층에 선별적으로 혜택을 주는 방안, 특정 연령대나 범위를 지정해 시범 사업을 한 뒤 만족도와 재정 영향을 분석해 확대 여부를 결정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행정안전부와 복지부는 다음 달 탈모약 건강보험 적용 문제를 주제로 현장 토론회를 열고 국민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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