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26년 집권’ 삼성전자 무너뜨린 원동력은 ‘ADR’과 ‘ROE’
美 ADR 상장 기대감에 주가 급등···높은 ROE에 멀티플의 마법도
2000년 닷컴버블 붕괴 당시처럼 강세장 끝물 신호 논란도 재점화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SK하이닉스가 코스피 부동의 시가총액 1위였던 삼성전자를 제치고 코스피 대장주에 등극했다. 삼성전자가 코스피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내준 것은 지난 2000년 11월 이후 약 25년 7개월 만이다.
SK하이닉스 시가총액이 삼성전자 시가총액을 넘어선 핵심 원동력은 미국예탁증권(ADR) 상장 기대감이다.
여기에 모바일과 가전, 파운드리 등 여러 가지 사업을 병행하는 삼성전자와 달리 메모리반도체 사업에 집중하는 SK하이닉스의 사업구조 특성상 높은 기업가치를 부여받는 '멀티플의 마법'이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의 코스피 대장주 등극을 놓고 미래 기업가치의 선반영인지 강세장의 끝물 신호인지를 놓고서 여러 말이 나오고 있다.
◇ ADR 기대감이 이끈 SK하이닉스 대장주 등극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SK하이닉스 주가는 전거래일보다 +5.61%(15만5000원) 상승한 291만9000원에 장을 마쳤다.
이날 종가 기준 SK하이닉스 시가총액은 2080조3782억원으로 삼성전자(2066조6595억원)를 13조7187억원 차이로 제치고 코스피 시가총액순위 1위에 등극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 전거래일 대비 –0.14% 하락한 35만3500원에 그쳤다. 다만 삼성전자는 상장한 우선주 179조 7311억원까지 더하면 전체 기업가치에서는 여전히 SK하이닉스에 앞선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0년 11월 21일부터 코스피 시가총액 1위를 굳건하게 지켜왔다. 25년 7개월 만에 SK하이닉스에 코스피 대장주 자리를 내준 것이다.
이날 장중인 12시 40분경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 시가총액을 넘어섰다. 이후 삼성전자가 다시 1위를 탈환하기도 했지만 SK하이닉스가 다시 역전하며 그대로 장을 마감했다.
SK하이닉스 주가는 지난 10일 204만8000원이었다. 이후 외국인과 개인들의 순매수가 이어지며 이날 포함 8거래일 연속 주가가 급등했다.
최근 SK하이닉스 주가 급등을 이끈 원동력은 ADR 상장 기대감이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증시에 ADR을 상장하기 위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신청서를 제출하는 등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다. 외신에 따르면 이날 밤에서 오는 23일 새벽에 승인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SK하이닉스 ADR이 상장되면 현재 SK하이닉스 주가가 더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 ADR이 상장하면 해외 투자자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주가가 재평가되고 장기적으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등 글로벌 반도체 지수 편입 가능성도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6.6배로 저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증시에 상장돼 있는 동종 경쟁사 마이크론의 경우 12개월 선행 PER이 10배 이상을 받고 있다.

◇ 멀티플의 마법인가···강세장 끝물 신호인가
SK하이닉스 시가총액이 삼성전자를 넘어선 것을 놓고 기업가치 본질 보다는 사업구조와 증시 수급의 특성으로 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실적 컨센서스에서 SK하이닉스는 매출,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등에서 모두 삼성전자에 미치지 못한다. SK하이닉스의 올해와 내년 예상 당기순이익은 삼성전자의 70% 수준이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메모리반도체 단일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반도체 외에도 스마트폰, 가전, 디스플레이, 파운드리 등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SK하이닉스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삼성전자보다 월등히 높다. 올해 예상실적 기준 삼성전자의 ROE는 52.64%지만 SK하이닉스는 95.10%에 달한다.
같은 실적이라더라도 ROE가 높으면 기업가치를 산출하는 배수인 PER이 높게 책정된다. 이른바 '멀티플의 마법'이다. 실제로 순수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인 TSMC 역시 높은 ROE 덕분에 다양한 사업을 하는 삼성전자보다 높은 PER을 부여받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SK하이닉스 시가총액이 삼성전자 시가총액을 넘어선 것을 놓고 코스피 과열의 신호로 해석하기도 한다.
앞서 지난달 18일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시총이 삼성전자를 추월하는 경우 강세장의 종료를 판단하는 하나의 신호가 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당시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삼성전자의 85% 수준이었다.
이 연구원이 내민 버블의 근거는 과거 2000년 닷컴버블 붕괴 사례였다. 2000년 3월 27일 당시 시스코시스템즈는 마이크로소프트와 GE를 제치고, 시가총액 1위 기업에 등극했다. 2000년 시스코시스템즈의 순이익은 27억 달러로 이는 당시 GE의 순이익 대비 20%, 마이크로소프트 대비 28%에 불과했다.
허지만 당시 시스코는 인터넷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필수적인 라우터와 스위치를 공급했기에 미래 성장에 대한 기대감과 수급 영향만으로 마이크로소프트와 GE의 시가총액을 제칠 수 있었다.
당시 이 연구원은 "2000년 버블의 종료는 이익 규모와는 상관없이 주가 과열로 시총 1위 기업만 바뀐 상황에 나타났는데, 그래도 아직까지는 삼성전자의 순이익 규모 추정치가 SK하이닉스보다는 크다"며 버블이 아니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실제로 이 같은 시가총액 역전이 한 달 만에 벌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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