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 창간 26주년 기념포럼] 김근교 NC AI 실장 "한국형 풀스택으로 데이터 주권 지킬 것"
김근교 NC AI 글로벌사업실장이 19일 이코노믹리뷰가 주최한 창간 26주년 기념 'AI×프로덕티비티(productivity)' 포럼 무대에 올라 게임에서 출발한 AI 기술이 제조와 국방, 물류 현장의 생산성 혁신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풀어내며 "게임에서 출발한 우리 기술이 미디어와 콘텐츠, 패션과 커머스를 거쳐 제조와 유통 등 산업 전반의 AX를 지원하며 글로벌 산업 혁신을 이끌고 있다"고 밝혔다.
챗봇과 이미지 생성으로 출발한 인공지능이 제조 라인과 물류 창고, 국방 작전 현장까지 파고드는 흐름을 정조준한 발언이다.
NC AI가 그리는 그림의 출발점은 범용 AI의 한계다. 김 실장은 "범용 AI가 해결하지 못하는 특수 산업의 도메인 데이터를 학습해 현장의 전문 용어와 워크플로우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솔루션을 제공한다"고 회사의 정체성을 제시했다. 누구나 쓰는 챗봇이 닿지 못하는 영역, 제조와 국방과 물류처럼 고유한 언어와 절차를 가진 산업의 빈틈을 정조준하겠다는 전략이다.

회사의 발자취를 따라가면 기술의 진화가 단계별로 드러난다.
김 실장은 "2011년 사내 AI TF에서 출발해 2021년 언어모델 TF를 만들면서 생성형 AI를 연구해왔고 그 기술을 연합뉴스 속보 처리에 적용해 지금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3년 8월 VARCO LLM 1.0을 내놓으며 국내 모델 최초로 AWS 점프스타트에 등재돼 글로벌 신인도를 인정받았고, 2025년 분사 6개월 만에 정부의 국가대표 AI 5대 기업에 선정됐다는 설명이다.
소버린 AI를 보는 시각부터 달랐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그는 "당시 다른 기업들은 한국어를 잘하거나 한국 문화를 잘 이해하는 모델을 소버린 AI로 봤지만 우리는 국방과 제조, 물류처럼 한국이 글로벌 톱이 될 수 있는 산업군을 AX로 세계 최고로 만들고 그 AI가 글로벌로 진출할 수 있어야 진정한 주권 AI라고 평가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산업특화 모델이라는 콘셉트를 국가대표 AI 선정 당시 회사만 내걸었다는 이야기다. 12월 산업특화 파운데이션 모델 VAETKI를 발표하며 게임 AI에서 생성 AI, 멀티모달 AI를 거쳐 피지컬 AI로 진입하는 궤적을 그렸다.
오픈AI와 구글이 거대 인프라 경쟁을 벌이고 마이크로소프트와 세일즈포스가 기업용 에이전트 플랫폼을 키우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은 자국 데이터와 산업 특성에 맞춘 소버린 AI 전략으로 활로를 찾고 있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NC AI가 내세우는 강점은 데이터와 모델, 플랫폼을 한 회사가 통합해 제공하는 풀스택 AI 공급자라는 위치다.
김 실장은 "데이터와 모델, 플랫폼 중심의 통합 솔루션을 제공해 최적화된 AI 환경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구축한다"고 말했다. 인프라부터 서비스까지 수직 계열화를 완성해 외부 기술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의미다.
이를 위한 승부수도 던져진 상태다.
먼저 게임과 미디어 콘텐츠를 겨눈 VARCO와 제조 건설 국방 물류 같은 산업용 AX를 위한 VAETKI다. VARCO의 성과는 게임 산업에서 먼저 검증됐다. 한국 최초의 생성형 3D 모델링 서비스인 VARCO 3D는 4주 이상 걸리던 3D 제작 과정을 10분 이내로 줄인다. 김 실장은 "3D 애셋 하나를 만드는 데 디자이너와 아티스트가 최소 2주에서 4주는 걸리는 노동 집약적인 일인데 우리는 이걸 5분 이내로 거의 다 만들어낸다"면서 "오토 리깅으로 관절을 붙여 모션 캡처 없이 움직임까지 구현한다"고 말했다.
3D 기술이 중요한 이유를 김 실장은 물성에서 찾았다. 그는 "버튼 같은 것들이 3차원화가 되어야 물성을 반영할 수 있다"면서 "엔비디아나 텐센트처럼 피지컬 AI에 앞서 있는 기업들이 모두 게임을 배경으로 물성을 반영하는 모델을 만들어왔다"고 말했다.
텐센트의 훈위안 3D나 메타, 미국 메시 AI 외에는 갖추지 못한 자체 3D 모델을 보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출시 1~2개월 만에 4만명 이상의 월간 사용자가 발생하며 전문가들이 활발히 쓰고 있다.
사운드와 번역에서도 게임에서 다진 강점이 드러난다. 김 실장은 "VARCO 사운드는 괴물 포효나 발소리 같은 소리를 각각 레이어링해 늘리거나 줄이고 편집할 수 있게 만들었다"면서 "소라 같은 서비스는 영상에 소리가 붙어 나오지만 소리만 따로 편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번역에서는 게임의 대규모 트래픽이 무기다. 그는 "동시접속 수백만 콜의 공성전에서 10개 이상 언어를 동시에 실시간 번역하는 작은 모델로 만들었고 번역되면 안 되는 게임 내 용어까지 글로서리로 잘 구성했다"면서 "세계 최대 번역 학회 WMT에서 도메인 특화 번역 부문 1위를 차지한 기술"이라고 말했다.
토대를 이루는 것은 자체 파운데이션 모델이다. 김 실장은 "프롬스크래치로 구축한 독자적인 파운데이션 모델로 내부 데이터를 안전하게 학습시키고 자산화해 외부 기술 환경에 흔들리지 않고 데이터 주권을 보장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10조 토큰의 코퍼스로 학습하고 토크나이저 어휘의 20%를 한국어에 할당해 한글 자모 조합까지 포함했다"면서 "MLA와 국소 전역 인터리빙 기법을 독자 결합해 메모리 사용량을 기존 대비 약 83% 절감했다"고 말했다. VAETKI LLM은 기존 100여개 산업특화 모델의 추론 비용이 너무 크다는 기업들의 요청에 따라 13B에서 14B 규모로 개발 중이며 1~2개월 내 발표를 앞두고 있다.
한편 NC AI의 전략은 에이전틱 AI와 피지컬 AI라는 두 축으로 정리된다. 에이전틱 AI가 기업 업무를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소프트웨어 지능이라면 피지컬 AI는 그 지능을 로봇과 현장 장비에 이식해 물리적 세계에서 행동하게 만든다. 김 실장은 "지금은 에이전틱 AI도 피지컬 AI 안에 있다고 본다"면서 "피지컬 AI 하부에서 에이전틱이 수행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에이전틱 AI의 핵심은 다양한 AI 모델과 하드웨어 사이를 잇는 미들웨어다. NC AI는 이미 B2C와 B2B 양쪽에서 상용화 경험을 쌓았다. 게임 이용자를 응대하는 NCER 에이전트는 7개 게임에서 150만~300만 DAU 규모로 운영되고, 사내 임직원 업무를 돕는 NANO 에이전트는 5000여명의 실무에 적용됐다.
김 실장은 "앤서 챗봇이 7개 게임 전체 콜의 70~80% 이상을 소화하고 있다"면서 "AICC 전환 니즈가 큰 통신이나 은행에서도 80%까지 전환한 곳은 거의 없는데 우리는 실제로 쓰고 있다"고 말했다.
소화하는 업무의 수준도 높다. 김 실장은 "수천만원에서 수억원까지 가는 비싼 게임 아이템이 사라지면 난리가 나는데 언제 누구와 대화했고 어떤 로그가 남았는지 분석해 이상 발생 시점을 찾아내는 소동 수사 기능까지 챗봇이 수행한다"고 말했다. 사람이 하나하나 찾기 힘든 일을 온톨로지로 연결된 데이터 기반 위에서 AI가 처리한다는 설명이다.
피지컬 AI에서 김 실장이 가장 힘줘 설명한 대목은 디지털 트윈과 월드 모델이다. 그는 "물리 법칙을 정교하게 반영한 디지털 트윈 환경을 구축해 가상과 현실의 간극을 제거한다"면서 "현실에서 수집하기 어려운 시나리오 데이터를 통해 지속 가능한 학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현실에서 위험하거나 확보하기 힘든 상황을 가상에서 무한히 만들어 AI를 훈련시킨다는 발상이다. 그는 "실제 물리 법칙이 완벽히 동기화된 가상 환경으로 복잡한 비정형 공정 내 로봇 제어 정밀도를 99% 이상 달성했다"고 말했다.
디지털 트윈 기술의 뿌리도 게임이다. 김 실장은 "20년 이상 축적된 MMORPG 가상 세계 구축 기술이 B2B 딥테크 산업 혁신으로 완벽히 융합된 모범 사례"라면서 "조직 내 스캔 스튜디오가 직접 현장에서 실물을 스캔하고 라이다와 비전 센서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캡처로 디테일을 만든다"고 말했다.
그는 사우디 아람코 디지털 사례를 들어 "프롬프팅이나 이미지로는 가운데 뚫린 강관을 만들 수 없는데 우리는 밸브 같은 복잡한 형상까지 구현해 디지털 트윈화할 에셋을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정유와 화학 설비가 많은 현장에서 외산 모델이 따라오기 힘든 영역이라는 이야기다.
월드 모델은 다음 장면을 생성하며 가상과 현실을 동기화하는 기술이다. 김 실장은 "월드 모델은 엔비디아의 코스모스나 구글의 지니3처럼 빅테크만 할 수 있는 기술로 여겨지지만 피지컬 측면이야말로 주권이 더 중요한 필드"라면서 "RFM을 만들기 위한 기반이라고 보고 지난해 말부터 연구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100대 GPU가 있다면 1만 시간 분량의 데이터를 11일 만에 만들어낼 수 있다"면서 "눈이 오거나 낙석이 일어나는 실제로 일어나지 않는 환경까지 적용해 무한한 훈련 시나리오를 만든다"고 말했다.
종착점은 로봇의 뇌다. 가상에서 학습한 지능을 실제 로봇에 이식하는 VLA 모델이다. 김 실장은 "3D 생성 기술로 현실을 가상으로 구현하고 월드 모델이 가상에서 학습하며 현실을 이해한 뒤 피지컬 AI가 현실에서 행동한다"면서 "RFM이 공정을 돌며 모은 데이터가 다시 디지털 트윈으로 돌아와 고도화하는 선순환이 우리가 생각하는 피지컬 AI의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화오션과 용접 로봇 RFM을 계약했고 현대로템과 함께하는 국방 월드 모델 사업에 주관 기업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술적 차별점으로는 잠재 공간 직접 제어를 들었다. 영상을 생성하고 분석해 제어하는 빅테크 방식과 달리 물리 정보가 담긴 잠재 공간을 직접 제어해 응답 속도와 연산 효율을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환각 현상을 제거한 수학적 모델 기반 제어로 제로 디펙트 신뢰성을 확보했다"면서 "렌더링 오버헤드를 없애 저사양 하드웨어에서도 구동이 가능해 운영 비용을 줄인다"고 말했다. 그럴듯한 영상에 의존하다 물리적 오류를 일으키는 위험을 원천 차단했다는 의미다.
자원 효율성이야말로 한국 기업의 활로라는 판단이다. 김 실장은 "글로벌 최고 수준의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필요한 컴퓨팅 자원을 획기적으로 줄였다"면서 "타사 최고 성능 모델 대비 GPU 소모량을 25% 수준으로 낮추고도 글로벌 SOTA에 준하는 80% 이상의 기술 성숙도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의 사례를 들어 "수십에서 수백명이 텔레옵스를 끼고 데이터를 만드는 휴먼 데이터 팩토리 방식의 규모의 경제를 한국이 인건비로는 따라가기 힘들다"면서 "그래서 시뮬레이션의 중요성이 더 높아지고 월드 모델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협력의 폭도 넓다. 한화오션과 조선 자율 용접을, 포스코DX와 중후장대 제조 자동화를 연구하고, 국방부 육군본부 인공지능센터와 국방 전용 온프레미스 LLM과 지휘결심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과 영업점 고객 행동 분석을, MBC와 방송 프로덕션 전반의 AX를 추진하며, 한국콘텐츠진흥원과는 K팝 콘텐츠 제작을 진행한다. 해외에서는 사우디 아람코 디지털과 정유시설 플랜트의 디지털 트윈을 구현하며 한국형 풀스택 AI를 수출한다.
데이터 주권에 대한 고민은 도메인옵스 플랫폼으로 이어진다. 김 실장은 "민감한 자산은 내부 인프라에서 운영해 데이터 주권을 보장하고 확장이 필요한 서비스는 클라우드를 활용해 유연성을 확보한다"고 말했다. 특정 산업의 프로세스와 전문 용어, 규제를 학습한 맞춤형 모델을 복잡한 엔지니어링 없이 배포하고, 기여도에 따라 수익을 창출하는 보상 체계까지 제공한다는 구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