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벨트' 집값, 벌써 들썩인다… "보유세 인상" 카드 꺼낸 청와대

신지후 2026. 6. 22.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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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범 정책실장 "부동산 과세 정상화해야"
반도체 기업 성과급에 경기 남부 집값 들썩이고
주택 공급 부족해 매매·전월세 매물 동시 급감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과표구간 조정 등 거론
18일 서울 시내의 부동산 공인중개업소에 매물 정보가 표시돼 있다. 뉴시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반도체 호황에 따른 막대한 유동성이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보유세 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직후부터 부동산 시장 개혁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어온 만큼 다음 달 세법 개정안에 어떤 수준의 보유세 인상안이 담길지 관심이 쏠린다.


유동성 급증하는데 공급은 제자리걸음

김 실장은 지난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부동산 과세를 정상화해야 한다"며 "보유세와 양도소득세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은 필요하고 옳은 방향"이라고 적었다.

그는 코스피 9,000 돌파와 반도체 기업의 영업이익 급증, 경상수지 흑자 등을 근거로 "역대급 호황"이라고 평가하며 "하반기부터는 부동산 매수 심리가 다시 꿈틀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이번에는 빚을 내는 사람들이 아니라 현금을 가진 사람들이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며 "세금을 내고도 남는 장사라는 확신이 생기면 어지간한 규제로는 역부족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의 발언은 반도체 호황에 따른 유동성 확대가 부동산 시장 과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보유세를 포함한 추가 안정화 대책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사실상 보유세 인상 방침을 공식화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 같은 우려는 이미 반도체 기업이 자리한 경기 남부 지역에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 반도체 기업 직원들뿐 아니라 이들의 자금 유입을 기대하는 투자 수요까지 최근 '반도체 벨트'라 불리는 경기 남부 지역에 몰리면서 이 지역 부동산이 들썩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경기 화성시 동탄구는 6월 셋째 주 기준 아파트값이 한 주 만에 2.22% 급등했다. 서울 서초구의 올해 누적 상승률(2.26%)과 맞먹는 수준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출퇴근 셔틀버스 노선과 가까워 이른바 '셔세권(셔틀버스+역세권)'으로 불리는 용인시 수지구의 올해 누적 상승률도 9.03%에 달한다.

신규 주택 공급 부족이 이어지는 가운데 서울 아파트 매물이 다시 감소세로 돌아선 점도 정부로선 고민거리다. 양도세 중과 유예를 앞두고 지난 3월 중순 8만 건대까지 급증했던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은 21일 현재 6만1,000건(아실 집계)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는 1년 전(2025년 6월 21일·7만7,802건)보다 20% 가량 감소한 규모다. 여기에 전월세 매물 부족 현상까지 심화하면서 서울 인근 수도권 지역의 매매 수요도 확대되는 추세다.


공정시장가액비율, 종부세 과표구간 손질하나

그래픽=신동준 기자

시장에서는 공급 부족과 유동성 확대가 맞물릴 경우 집값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시장이 원하는 수준의 주택 공급을 단기간에 늘리기 어려운 만큼 정부는 보유세 강화 등 세제 개편을 통해 과열 수요를 억제하는 데 우선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8일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의 (주택) 보유세가 대체로 낮다"며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정부 안팎에서는 다주택자와 비거주 1주택자, 고가주택 보유자를 겨냥한 세 부담 강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보유세 개편의 첫 번째 카드로는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이 거론된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재산세와 종부세의 과세표준을 정할 때 적용하는 공시가격의 반영 비율을 말한다. 이 비율은 오랫동안 80% 수준에서 운영되다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95%까지 상향됐고, 이후 윤석열 정부 출범 첫해인 2022년 60%로 낮아져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정부가 시행령 개정만으로 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 수단으로 활용하기 쉽다. 특히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문재인 정부 시절 수준으로만 높여도, 세율을 손대지 않고 즉각적인 보유세 인상 효과를 낼 수 있다. 다만 이는 일반 중산층에도 전방위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시장의 반발을 어떻게 관리할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의 과세표준 구간 및 세율 체계 개편 가능성도 거론된다. 예컨대 현재 종부세는 과표 3억 원 이하부터 94억 원 초과까지 7단계로 나눠 0.5∼2.7% 세율을 적용하는데, 고가주택 구간을 세분화해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 양도세와 관련해선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 축소 또는 폐지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재는 실제 거주 여부와 관계없이 일정 기간 보유만 해도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적용받을 수 있어 실거주자와의 형평성 논란이 제기돼 왔다.

시장은 이러한 세제 개편이 현실화할 경우 최근 집값 상승과 맞물려 보유세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신규 주택 공급이 녹록잖은 상황에서 보유세와 양도세를 동시에 강화할 경우 매물 유도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보유세를 올리면서 양도세까지 올릴 경우 집주인이 주택을 보유하지도, 시장에 내놓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라며 "보완적인 정책을 통해 퇴로를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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