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북중미월드컵, 극장골이 유난히 많은 이유

북중미월드컵에서 경기 막판 득점이 유독 많이 나오고 있다. 체력 저하와 전술 변화, 늘어난 추가시간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경기 종료 직전까지 승부를 예측하기 어려운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 2026 북중미월드컵 조별리그가 반환점을 돈 가운데 전체 96골 중 28골(29.2%)이 후반 31분 이후부터 경기 종료까지 터졌다. 경기 시간대로 보면 가장 많은 득점이 나온 구간이다. 전반 31분부터 전반 종료까지 기록된 19골보다도 훨씬 많다.
최근 열린 스위스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경기에서도 그랬다. 후반 막판 교체 투입된 요한 만잠비가 3분 만에 골을 터뜨린 데 이어 멀티골까지 기록했고, 스위스는 후반 25분 이후에만 4골을 몰아치며 4-1 대승을 거뒀다. 보스니아는 월드컵 역사상 후반 25분 이후 4골 이상을 허용한 세 번째 팀이 됐다.
막판 득점 증가는 월드컵의 오랜 특징이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전체 골의 24.4%,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23.0%,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23.9%가 경기 마지막 15분에 나왔다. 반면 이번 대회는 현재까지 29.2%에 달한다. 최근 대회 가운데서는 30.6%를 기록한 2006 독일 월드컵과 비슷한 수준이다.

가장 큰 이유로는 체력 저하가 꼽힌다. 현대 축구는 강한 압박과 빠른 전환이 반복되는 고강도 스포츠다. 특히 월드컵처럼 짧은 기간에 경기를 치르는 토너먼트에서는 피로 누적이 불가피하다. 수비 조직력은 집중력과 소통, 끊임없는 움직임 위에서 유지되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작은 실수가 늘어난다. 순간적인 위치 선정 실패나 수비 간격 붕괴가 곧바로 실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교체 카드의 영향력도 커졌다. 현재 월드컵에서는 최대 5명의 선수를 교체할 수 있다. 감독들은 후반 중반 이후 빠른 공격수나 활동량이 많은 미드필더를 투입해 경기 흐름을 바꾸려 한다. 체력이 떨어진 수비수를 상대로 신선한 공격 자원이 뛰어들면 공간 활용 능력과 돌파력이 극대화된다.
반대로 교체가 독이 되는 경우도 있다.
네덜란드는 일본과 경기에서 후반 중반까지 2-1로 앞서고 있었지만, 공격진을 대거 교체한 뒤 측면 공격력이 약화됐다. 일본은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공세를 강화했고, 결국 후반 43분 교체 투입된 오가와 고키의 헤더로 극적인 동점골을 만들었다.
전술적 변화도 막판 득점을 부추긴다. 한 골 차로 뒤진 팀은 수비를 포기하다시피 하며 공격에 나선다. 풀백이 전진하고 중앙 수비수까지 세트피스 상황에 공격에 가담한다. 그 과정에서 수비 뒷공간이 넓어지고, 역습 기회 역시 많아진다. 경기 종료가 가까워질수록 승부는 더욱 열린 양상으로 흐른다.
이번 대회에서 처음 도입된 의무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도 변수로 꼽힌다. FIFA는 폭염에 대비해 전반 약 22분, 후반 약 67분에 의무적으로 휴식 시간을 운영하고 있다. 냉방 시설이 갖춰진 경기장에서도 예외 없이 시행되면서 일부 비판이 제기됐지만, 감독들에게는 전술을 수정하고 선수들에게 지시를 전달할 수 있는 추가 기회가 됐다.
흥미로운 점은 이번 대회 득점이 가장 많이 나온 시간대가 두 차례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 이후라는 사실이다.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입증하기는 어렵지만, 짧은 전술 회의가 경기 흐름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늘어난 추가시간 역시 무시할 수 없다. FIFA는 시간 끌기와 경기 중단 시간을 보다 엄격하게 계산하도록 심판들에게 지시했다. 과거에는 후반 추가시간이 2~3분에 그쳤다면, 최근에는 8~10분 이상이 주어지는 경우가 흔하다.
가나는 파나마전에서 후반 추가시간 5분에 칼렙 이렌키의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뒀다. 추가시간은 6분이었지만 이후 경기 중단이 이어지며 실제 경기는 101분이 넘어서야 끝났다. 이렌키의 골은 현재까지 이번 대회 가장 늦은 시간에 나온 결승골로 기록됐다.
BBC는 “축구에서 종료 휘슬이 울리기 전까지 안전한 리드는 없다”며 “체력, 전술, 교체 카드, 그리고 길어진 추가시간이 결합하면서 경기 마지막 15분은 그 어느 때보다 가장 예측하기 어려운 시간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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