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해협 '봉쇄 카드' 꺼낸 이란…미·이란 종전 MOU 이틀 만 제동
이란 협상단 스위스 급파…21일 실무회담 예정

미국과 이란이 체결한 종전 양해각서(MOU)가 발효 이틀 만에 파기될 위기에 몰렸다. 이란이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이 계속되자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전격 선언했다가, 같은 날 협상단을 스위스로 급파하며 극적인 긴장 완화를 시도하는 양상이다.
이란군을 통합 지휘하는 하탐 알안비야 중앙군사본부는 20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MOU 제1조 불이행 등 미국의 명백한 신의성실 원칙 위반과 약속 불이행에 대응하고, 레바논 남부에서 이스라엘 정권이 끊임없이 합의를 위반하고 철수를 미이행함에 따라 호르무즈해협을 통항하는 선박에 대해 폐쇄를 선언한다"고 발표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도 "모든 선박은 호르무즈해협에 접근해선 안 된다. 접근하면 안전이 위험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종전 MOU 1조는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군사 작전을 즉각적이고 영구적으로 중단하고 레바논의 영토 보전과 주권을 보장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스라엘은 MOU 발효 이후에도 레바논 남부 공습을 이어왔다. 이스라엘은 19일 헤즈볼라와 휴전에 합의했으나, 이튿날 새벽 전투기와 드론을 동원해 레바논 남부 나바티에 10여 곳을 다시 공습했다. 이 공습으로 16명이 숨졌다고 레바논 민방위 당국은 밝혔다. 레바논 보건부는 3월 초부터 시작된 이스라엘 공습으로 누적 사망자가 4,000명을 넘겼다고 집계했다.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가 이스라엘군을 향해 50여 발의 발사체를 먼저 쐈다"며 "이에 대응해 헤즈볼라 표적을 공습했다"고 반박했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군이 먼저 나바티에에 침입해 발사체를 쐈다며 맞섰다.
이란, 'MOU 이행 요구' 위해 협상 대표단 스위스로 급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에 반대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란은 미국이 이를 묵인하거나 사주하고 있다며 미국에 책임이 있다는 입장이다. 이스라엘의 계속되는 공습으로 19일 스위스에서 예정됐던 미·이란 핵협상 개시도 이미 미뤄진 상황이다.
이란은 이날 오후 협상 대표단을 스위스로 파견하며 MOU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협상 대표단이 스위스로 떠났다"고 확인하면서도 "최종 합의를 위한 협상은 MOU 조항이 이행될 때 비로소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스위스행의 목적은 본협상을 시작하려는 게 아니라 상대방의 MOU 이행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약속 대 약속, 행동 대 행동"이라는 이란의 원칙을 재확인했다.
이란의 이번 호르무즈해협 봉쇄 선언은 해협을 당장 차단하려는 시도가 아닌, 미국을 향한 압박 카드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란은 이 카드를 언제든 재가동할 수 있다는 점을 과시함으로써, 향후 협상에서 효과적인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이 협상단을 이끌고 협상장이 마련된 스위스 뷔르겐슈토크로 출발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을 비롯해 압돌 나세르 헴마티 이란 중앙은행 총재, 알리 바게리 카니 최고국가안보위원회 국제문제 담당 사무차장 등이 협상단에 포함됐다. 미·이란 실무 회담은 21일 스위스에서 열릴 예정이라고 중재국 파키스탄이 밝혔다.
샌프란시스코= 박지연 특파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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