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날 때 박스권 갇힌 코스닥···"형식적 대응만으론 역부족"
퇴출 압박 속 167곳 주식병합···미봉책 그쳐
3단계 승강제 추진 속 펀더멘털 개선 시급

오는 7월 상장유지 및 퇴출 요건 강화를 앞두고 코스닥 시장이 무더기 주식병합 등 형식적 조치로 몸살을 앓는 가운데, 사상 최고치 랠리를 펼치는 코스피와의 양극화 현상이 날로 심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개인 자금 이탈에 따른 수급 공백, 저조한 이익 체력, 금리 변동성에 취약한 성장주 중심의 구조를 원인으로 지목한다. 이에 금융당국이 프리미엄 세그먼트 도입 등 3단계 승강제 카드를 꺼내 들었으나 임시방편을 넘어 실적 기반의 자생력을 확보하는 금융 생태계 구축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 종가보다 3.34%(34.34포인트) 급락한 966.59에 장을 마감했다. 투자 주체별 수급 동향을 살펴보면 외국인과 개인이 각각 4957억원, 796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지수 방어에 나섰으나 기관이 5867억원에 달하는 매물을 쏟아내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이날 유안타증권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증시가 매크로 변동성을 이겨내고 반등하는 국면에서 코스피와 코스닥의 양극화 현상이 드러나고 있다. 주간(6월 12일~18일) 기준으로 코스피 지수는 16.7% 급등하며 7400포인트 선까지 밀린 지 일주일 만에 9000포인트를 돌파했다.
코스피 시장의 급등은 미·이란 종전 MOU 체결로 국제 유가가 안정되고 미 국채 금리가 하락한 데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매파적 점도표 조정을 시장이 불확실성 해소로 받아들이면서 코스피 대형주 중심으로 외국인 매수와 숏커버가 대거 유입된 것에 기인한다. 반면 같은 기간 코스닥 지수의 상승률은 0.4%에 그치며 1000포인트 선을 하회하는 등 반등 강도가 제한적이었다.
유안타증권은 코스닥 시장이 코스피의 랠리에서 소외된 원인을 단순한 낙폭 과대 문제가 아닌 구조적인 세 가지 한계점에서 찾고 있다. 첫째는 장기 순매수 주체였던 개인투자자의 이탈이다. 과거 코스닥 시장을 지지해 주던 개인 자금이 대거 이탈해 코스피 대형주 랠리로 이동하면서 코스닥은 수급 공백을 겪고 있다.
둘째는 코스피 대비 저조한 이익 체력이다. 코스피는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이익 추정치가 상향 조정되고 있으나, 코스닥은 이익 개선 속도가 제한적인 상황이다. 셋째는 금리 변동 국면에서의 취약성이다. 미 연준(Fed)의 매파적 기조 등 금리 인하·동결 기조가 멈추고 인상 우려가 시사되는 환경에서는 고PER 성장주 비중이 높은 코스닥 시장이 할인율 상승 압박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실제 과거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 국면에 진입했을 때도 코스닥은 코스피 대비 상대적 열위를 나타낸 바 있다.
7월 퇴출 요건 강화 앞두고 주식병합 21배 폭증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되는 한국거래소의 코스닥 상장유지 및 퇴출 요건 강화 제도는 코스닥 기업들에게 직접적인 재편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거래소는 저가주 난립을 막고 부실기업의 잔류를 방지하기 위해 시가총액, 유동성, 수익성 기준을 상향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관리종목 지정이나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 포함될 것을 우려한 기업들이 무더기로 주식병합에 나서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주식병합을 결정한 코스닥 상장사는 167곳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곳)과 비교해 약 21배 폭증했다. 주식병합은 여러 개의 주식을 하나로 합쳐 주당 가격을 높이는 행위로 저가주 이미지를 탈피하고 상장유지 기준을 맞추기 위한 정량적 조치다.
그러나 투자업계의 시선은 회의적이다. 주식병합 이후 주가가 일시적으로 상승하는 착시효과가 나타나기도 했지만 대부분 거래량 감소와 투자심리 악화로 인해 얼마 못 가 주가가 다시 반락했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기업의 내재 가치나 시가총액에는 변화가 없어 가치 개선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점이 입증된 셈이다.
'코스닥 세그먼트 개편안' 세부 방안 내달 공개
정부와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코스닥 시장 '세그먼트 개편안' 역시 시장 재편 압력을 고조시키는 변수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16일 벤처기업협회, 벤처캐피탈협회, 학계 및 투자업계 관계자들로 구성된 '코스닥 세그먼트 자문단'을 출범하고 첫 회의를 개최했다.
개편안의 골자는 코스닥 시장을 재무 상태와 기업 규모, 가치 제고 성과 등에 따라 '프리미엄', '스탠다드', '관리군' 등 3단계 등급으로 분리해 승강제 형태로 운영하는 것이다. 기업 간의 가치 제고 경쟁을 유도해 시장 전체의 질적 수준을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다.
당초 프리미엄 세그먼트에는 약 80~170개 사가 편입될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자금의 실질적인 유입 효과와 펀드 상품화 가능성을 고려해 상위 등급의 구성을 압축하는 방향이 검토되고 있다. 해당 세부 방안은 다음 달 초 예정된 코스닥 30주년 기념 행사를 기점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펀더멘털 개선 전까지 코스피 대비 열위 지속"
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제도적 변화가 단기적인 지수 반등을 이끌기보다는 코스닥 시장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진단한다.
유안타증권은 코스닥 시장이 개인 수급의 복귀와 이익 추정치의 반등이라는 본질적인 펀더멘털 개선을 증명하기 전까지는 코스피 대비 상대적 열위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투자 대응 역시 확산보다는 실적과 수급이 증명되는 대형주 중심으로의 압축 접근이 유효하다고 제언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 요건을 맞추기 위한 형식적인 주식합병은 상장폐지 위기를 타개할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하며, "코스닥 기업들이 자생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자본 구조의 내실을 다지고 본질적인 사업 경쟁력을 강화해 체질 개선을 증명해야 하며, 시장 전반의 신뢰 회복을 위해 거래소와 금융당국 역시 면밀하고 정교한 심사 기준을 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숏커버(Short Covering): 주식시장이나 선물시장에서 공매도(주식을 빌려서 매도)를 했던 투자자들이 매도한 주식을 되갚기 위해 다시 장내에서 주식을 매수하는 행위를 말한다. 숏커버 물량이 특정 대형주에 집중적으로 유입될 경우 주가가 단기적으로 급등하는 촉매제로 작용하게 된다.
☞ 이익 추정치(Consensus): 시장의 주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특정 기업이나 시장 전체의 향후 실적(매출액,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등)에 대해 분석하고 제시한 예측치들의 평균값을 의미한다. 이익 추정치가 지속적으로 상향된다는 것은 해당 업종이나 시장의 펀더멘털이 강화되고 있음을 뜻한다.
☞ 할인율(Discount Rate): 미래에 발생할 기업의 현금흐름이나 이익을 현재 가치로 환산할 때 적용하는 비율이다. 시장 금리가 상승하거나 위험 프리미엄이 커질수록 할인율이 높아지며, 할인율이 상승하면 고PER(주가수익비율)를 적용받는 성장주의 내재가치는 상대적으로 더 큰 하락 압박을 받게 된다.
☞ 패시브 자금(Passive Fund Capital): 특정 주가지수(코스피200, 코스닥150 등)의 수익률을 그대로 추종하도록 설계된 인덱스 펀드나 ETF(상장지수펀드) 등에 유입되는 자금을 말한다. 펀드 매니저가 재량으로 종목을 고르는 액티브 자금과 달리, 시장 지수를 구성하는 종목의 시가총액 비중 등에 맞춰 기계적으로 매수가 집행되는 특징이 있다.
여성경제신문 허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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