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성 기회 만들어준' 엄지성 "크로스 올릴 때 가나전 생각나"[월드컵 인터뷰]
[사포판(멕시코)=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멕시코전서 한국을 구원할 뻔했던 엄지성이 긴박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19일(이하 한국시각) 오전 10시 멕시코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A조 2차전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0-1로 패했다.
두 팀은 앞서 12일 각각 체코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을 꺾으면서 승점 3을 확보했다. 이후 이날 오전 1시 열린 체코와 남아공의 경기가 무승부로 끝나면서 이날 경기 승자 멕시코는 승자승 원칙에 따라 조 1위를 확정했다.
한국으로서는 단 한 번의 실수가 너무나도 큰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키고 말았다. 후반 5분, 김승규과 왼쪽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잡은 뒤 이기혁과 충돌해 이를 놓쳤다. 공은 루이스 포모에게 향했고 포모는 빈 골문을 향해 오른발 슈팅을 작렬, 득점에 성공했다.
한국은 이후 모든 교체카드를 활용해 어떻게든 멕시코의 골문을 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절호의 기회도 있었다. 후반 42분, 측면에서 엄지성이 올린 크로스가 정확히 조규성에게 갔고 조규성이 이를 헤딩으로 연결했지만 멕시코 골키퍼의 엄청난 선방에 막혀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결국 경기는 한국의 패배로 끝났다.
20일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의 치바스 베르데 바예에서 열린 회복훈련 전 인터뷰에 임한 엄지성은 "홍명보 감독님이 사이드 일대일에서 크로스 올리는 것을 주문하셔서 열심히 연습했다. 기회가 나왔지만, 살리지 못한 건 운이라고 생각한다. 그 장면은 지나갔기 때문에, 다음에 더 좋은 장면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조)규성이 형을 보고 올린 게 아닌 약속된 플레이였다. 크로스를 올렸는데, 슬로우모션처럼 천천히 지나갔던 기억이 있다. 당시 카타르 월드컵 가나전이 머릿속에 스쳤다. 그 골로 승점을 가져오고 다음 경기를 준비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생애 첫 월드컵에 임하는 마음과 현재 선수단 분위기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월드컵을 응원했던 사람이라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 경기장에서 긴장도 덜 되더라"며 "선수단 분위기는 좋다. 32강에 올라갈 기회가 남아있기에 잘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멕시코가 거칠게 나온 것에는 "경기 후에 경기에 대해서는 크게 얘기하지 않았다. 준비한 대로 기회를 만들었지만, 운이 없게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다. 손흥민, 이강인 같은 선수들은 상대의 타겟이 돼 거칠 수밖에 없었다고 본다"고 전했다.

대표팀이 좋은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는 동력에 대해서는 "퀄리티가 뛰어난 선수들이 많아 자신의 역할을 분명히 잘 알고 묵묵히 준비한다. 1차전에 교체 선수들이 승리를 가져온 이유도 그런 데서 온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내가 잘할 수 있는 부분과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은 공격적인 부분이고, 많이 표현하려고 노력한다"며 "규성이 형과 헤딩 상황에 대한 얘기를 했는데 당시에 판단에 대한 설명을 나누고 다음번에 어떻게 하겠다는 말을 나눴다"고 전했다.
엄지성은 마지막으로 "최종 명단 승선 이후 워낙 축하를 많이 받아서 감사하다. 보답하기 위해 잘 준비하고 있다. 멕시코전에 승점을 가져오지 못한 것에 반성한다. 그래도 남아공전을 어떻게 할지에 큰 동기부여가 됐다. 자신감도 여전하다. 장점을 극대화해서 남아공전에서 결과를 가져오겠다"고 말했다.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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