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강 무너진 광주 서구 ‘비위 복마전’
청탁 받고 주정차 과태료 면제
과오납 지방세 환급금 횡령
환경미화원 채용 알선 억대 금품
전수조사 행정 체계 재점검 필요

광주시 서구의 공직 기강 해이가 심각하다. 교통과의 경우 불법 행정으로 감사·수사를 받았음에도, 다시 그릇된 관행으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공직 기강이 무너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주시 서구는 자체 감사를 통해 자동차관리법과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가 확인된 교통행정과 공무원·공무직 14명을 징계할 것이라고 18일 밝혔다.
해당 공직자들은 차량 등록 업무를 하며 ‘골드번호’ 346개(국산차 118대·수입차 228대)를 빼돌려 특정차량에 배정되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오랜 기간 불법 행위를 해오면서도 심각성을 인식하지 않았다는 게 감사실 설명이다.
이들은 감사과정에서 “동료나 전임자에게 배운 방식대로 업무를 처리했으며 위법성이나 사안의 심각성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공직자들과 차량등록 대리인들의 유착 관계가 ‘관행’이라는 점에서 다른 자치구도 예외일 수 없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 전수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광주시 북구 한 행정사는 “차량등록 대리인들은 1997년 차량 등록 업무가 차량등록 사업소에서 5개 자치구 교통과로 넘어가기 전부터 관련 담당자들에게 밥을 사주거나 금품을 건네며 관계를 쌓는 등 관행을 이어왔다”며 “차량등록 대리인들은 공무원을 편하게 해준다. 서류 문제 등으로 공무원들을 귀찮게 하지 않으니 공무원들도 호의적인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서구 교통과 공무원들의 비리는 이번만이 아니었다.
광주지법은 지난 2월 공전자기록변작 등 혐의로 기소된 서구 교통지도과 공무원 4명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각 선고했다. 이들은 지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동료 공무원과 지인의 청탁을 받고 적정한 사유 없이 불법 주정차 과태료를 면제해 준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광주시가 감사를 벌인 결과 서구는 4169건의 불법 주정차 과태료를 면제해 주는 등 부정하게 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액수로만 1억 3000만원에 달한다.
공무원들은 고지서 송달 기간(7일) 안에 거듭 과태료를 물게 돼 면제된 경우(3141건), 15분 안에 자진이동(171건), 단속유예 구간 주차(145건), 공무수행 중(29건), 생계형 차량(13건) 등 면제 사유를 꾸며내 과태료를 면제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시 서구 공무원들에 대한 비리는 최근 들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8급 세무직 직원이 지난해 10월 말부터 두 달여 동안 6차례에 걸쳐 과오납된 지방세 환급금 총 3284만여원을 횡령해 가상화폐 투자를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서구는 해당 직원을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고발하고 광주시 인사위원회에 중징계 처분을 요구했다.
지난 2023년에는 환경미화원 채용 알선을 대가로 억대의 금품을 받아챙긴 서구청 공무직 2명이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를 받고 징계를 받기도 했다.
서구 관계자는 “감사를 통해 기존에 잘못한 직원들에 대해 응당한 징계를 하고,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예방하겠다”며 “안 좋은 관행들을 계속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반복되는 공무원 비위에 강력한 제재는 물론, 전수조사를 거쳐서 전반적인 행정 체계의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 나온다.
박재만 참여자치21 대표는 “이번 서구 공무원들의 비위를 보면, 관행을 이유로 공직사회에 유사한 비위가 만연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며 “공직자들이 뼈를 깎는 자정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은 물론, 전수조사를 통해서라도 비위의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원 기자 jwpak2@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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