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실패’ 방어 급급한 트럼프… ‘외교승리’ 뽐내는 이란 페제시키안
‘천만에!’ 자화자찬… 11월 중간선거 앞두고 ‘경제적 재앙’ 비판 차단 목적
미국 내 ‘무늬만 합의’ 냉소… 호르무즈 해협 60일 시한부 개방 등 실효성 논란
페제시키안, 친필 사인 MOU 전격 공개… “압박 굴복 안 한 역사적 외교 승리”

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MOU)에 전격 서명한 이후 양국 정상들이 이번 합의를 자신들의 정치적 성과로 포장하기 위해 여론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국내의 냉담한 비판 여론을 방어하는 데 주력하는 반면,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외교적 압승을 거두었다며 승전고를 울리는 등 양측의 분위기는 확연한 온도 차를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본인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주식시장이 방금 사상 최고 기록을 세우고 유가가 급락하는 상황에서 내가 이란에 대해 충분히 강경하게 대응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이 바보들은 질투심에 찬 자들이거나 나쁜 사람들이거나 아니면 멍청할 뿐”이라며 거친 언사로 비판론에 맞섰다. 이는 종전 합의 발표 직후 금융시장과 원자재 시장이 안정세를 보이는 점을 부각해 합의의 정당성을 증명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는 또 다른 게시물에서도 성과 과시를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석유가 흐르고 있고 이란은 결코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세계는 안전할 것이다!)”라며 “주식시장은 급등하고 있고 고용은 사상 최고 수준이며, 물가는 내려가고 있다(생활비 부담 완화!)”라고 주장했다. 특히 글 끝머리에 “우리나라는 어느 때보다 강하고 안전하며 존중받고 있다”며 “천만에!(You‘re Welcome!)”라는 표현을 덧붙였다. 시장 안정과 경제적 지표 호조를 전적으로 자신의 공으로 돌리며 국민들에게 사실상 감사와 찬사를 요구한 셈이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한때 이란전쟁을 두고 자신과 대립했던 레오 14세 교황이 이번 종전 합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는 언론 보도를 공유하기도 했다. 자신을 향한 비판 여론이 고개를 들자 교황의 권위를 빌려 합의의 정당성을 거듭 강조한 모양새다. 스스로를 ‘딜 메이커’로 자처해 온 그로서는 이번 이란과의 합의를 두고 제기되는 국내외의 부정적 평가가 뼈아플 수밖에 없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프랑스 에비앙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마감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달성하고자 했던 모든 목표, 그리고 그 이상을 이뤄낸 것”이라며 “현재의 분쟁을 끝내고,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열고, 이란이 결코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자평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 내부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공표한 성과가 상당 부분 부풀려졌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분쟁의 핵심 거점인 호르무즈 해협은 애초에 미국이 촉발한 이란전 때문에 이란 측이 봉쇄하며 협상의 지렛대로 삼은 곳이다. 게다가 MOU상 통행료 면제 기간이 고작 ‘60일’로 한정되어 있어, 향후 이란이 언제든 통행료 카드로 미국을 다시 압박할 여지를 남겼다는 비판이 나온다. 핵심 과제였던 이란의 핵무기 보유 및 구매 금지 약속 역시 구체적인 이행 방안이 빠져 있어 향후 후속 협상 과정에서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서둘러 봉합에 나선 배경에는 경제적 파국에 대한 공포가 자리 잡고 있다. 그는 전날 회견에서 이란과의 전면전 확대가 “국제적인 경기침체를 초래할 수도 있었다”면서 “내가 보고 싶지 않았던 것은 경제적 재앙이었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유가 폭등과 인플레이션 압박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으며, 이는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행정부에 치명적인 정치적 후폭풍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계산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공세적인 홍보전으로 대내외적 승리를 선언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자신의 엑스(X) 계정에 양국 정상이 서명한 영문 3장, 페르시아어 2장 분량의 종전 MOU 전문을 전격 공개했다. 해당 문서의 모든 장에는 두 정상의 친필 사인이 선명히 담겼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번 합의문을 두고 “역사적 문서이자 강력한 이란이 보내는 메시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이 문서는 어떤 위협과 압박 속에서도 존엄과 독립을 거래하지 않은 한 민족의 목소리를 반영한다”며 “오늘 기록에 남겨진 성과는 국가적 인내, 정치적 합리성, 책임 있는 외교가 결합한 결과물”이라고 치하했다.
이란 국영 IRIB 방송 역시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서명된 합의서를 양손으로 높이 들어 올리며 활짝 웃는 사진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이는 미국의 강력한 군사적 압박에 밀리지 않고 오히려 미국의 양보를 받아내 제재 완화 등 실익을 챙겼다는 점을 대내외에 과시하려는 행보다. 미국 내부의 해명조 분위기와 달리 이란은 이번 종전 합의를 자신들의 완벽한 외교적 승리로 규정하며 내부 결속을 다지는 기회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권순욱 기자 kwonsw8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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