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노란봉투법 100일, 산업계는 무엇을 기준 삼아야 하나

이혜미 기자 2026. 6. 18.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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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 시행 100일. 산업 현장에는 하나의 질문이 남았다.

산업계에서는 법이 정한 안전관리 의무를 충실히 이행했는데 그 행위 자체가 사용자성 인정의 근거가 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산업 현장에는 예측 가능한 기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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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 100일, 원청 사용자성 인정 잇따라
안전관리·시설개선 권한도 사용자성 판단 근거
산업계 “책임보다 예측 가능한 기준 필요”

노란봉투법 시행 100일. 산업 현장에는 하나의 질문이 남았다. "도대체 어디까지가 원청의 책임인가."

최근 중앙노동위원회가 포스코와 한화오션 사건에서 잇달아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하면서 산업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노동계는 법 취지에 부합하는 판단이라고 평가하지만 기업들의 시선은 다르다. 사용자성 인정 자체보다 그 범위가 어디까지 확대될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출발점은 포스코였다.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4월 위험요인 제거와 안전설비 설치 등 산업안전 관련 사안에 대해 포스코가 실질적인 지배·결정 권한을 갖고 있다고 판단했다.

최근 중노위도 이를 유지했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한국노총 금속노련, 민주노총 금속노조, 전국플랜트건설노조 등 최소 3개 노조와 각각 교섭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당시만 해도 산업계는 이를 산업안전이라는 특수 영역에서 나온 판단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있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원청의 안전관리 책임이 강화된 현실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범위라는 시각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한화오션 사례는 또 다른 물음을 던졌다. 중노위는 급식·세탁·통근버스 운영 등을 담당하는 협력업체 웰리브 노조에 대해서도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선박 건조와 직접 관련이 없는 후생·지원 업무까지 원청 교섭 책임이 확대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해진 것이다.

산업계가 긴장하는 이유는 사용자성 인정 자체보다 판단 근거에 있다. 안전설비 설치나 작업환경 개선, 위험요인 제거와 같은 사안은 제조업 현장에서 원청이 책임질 수밖에 없는 영역이다.

만약 이러한 관리·결정 권한이 사용자성 인정의 핵심 근거가 된다면, 원청 사업장 안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하청노동자에 대해서도 사용자성이 인정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문제는 제조업 현장의 구조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점이다.

조선소와 제철소는 하나의 기업이라기보다 작은 산업 생태계에 가깝다. 생산공정뿐 아니라 설비 정비, 물류, 안전관리, 시설 운영, 급식, 세탁, 통근버스 등 다양한 업무가 외부 전문업체를 통해 이뤄진다. 많게는 수백 개 협력업체가 동시에 움직인다.

그런데 최근 판단 흐름을 보면 사업장 내 관리 책임과 사용자 책임의 경계가 점차 겹쳐지는 모습이다. 안전관리와 작업환경 개선에 대한 영향력이 있다는 이유로 사용자성이 인정된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어느 범위까지가 통상적인 관리이고 어느 시점부터 교섭 의무가 발생하는지 예측하기 어렵다.

실제 경영계가 가장 우려하는 지점도 여기에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한화오션 사례와 관련해 고용노동부의 개정 노조법 해석지침과 중노위 판단 사이에 괴리가 있다고 지적한다.

산업계에서는 법이 정한 안전관리 의무를 충실히 이행했는데 그 행위 자체가 사용자성 인정의 근거가 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안전을 관리하지 않으면 책임을 묻고, 안전을 관리하면 사용자 책임까지 확대되는 상황이라면 현장의 혼란은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산업 현장에는 예측 가능한 기준이 필요하다. 사용자성 인정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원청이 어떤 경우 교섭 의무를 부담하는지에 대한 보다 명확한 기준 없이 논란만 커진다면 갈등 역시 반복될 수밖에 없다.

포스코와 한화오션 사례는 조선과 철강을 넘어 제조업 전반이 마주할 새로운 현실의 예고편에 가깝다. 산업계가 원하는 것은 책임의 회피가 아니다.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지 알 수 있는 분명한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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