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먹을 거면 우리 줘”…한국인들 참 좋아하는 ‘이 생선’ 때문에 그리스 어업 ‘초토화’

강지원 AX콘텐츠랩 기자 2026. 6. 18.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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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에즈 운하 타고 온 복어, 그리스 바다 점령
천적 없어 그물 찢고 어업 초토화
한국선 자격증 없이 요리하면 불법
은밀복의 모습.Fishbase 공식 홈페이지

수에즈 운하를 통해 지중해로 흘러든 외래종 복어가 그리스 어업을 위협하고 있다. 천적이 없어 개체 수가 폭발적으로 불어난 탓에 어획량이 급감하고 그물 피해까지 속출하는 상황이다.

“바다의 파괴자”…그물 찢고 어획량 갉아먹어

17일(현지시간) AFP통신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그리스 최대 섬 크레타 등지에서 복어 개체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어민들이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

문제의 어종은 몸길이 40~60㎝의 ‘은띠복’(학명 라고세팔루스 스켈레라투스)으로, 홍해·인도양·태평양에 서식하다 수에즈 운하를 거쳐 지중해로 흘러든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스 해양연구센터(HCMR) 생물학자 노타 페리스테라키에 따르면 이 복어가 그리스 해역에서 처음 포착된 건 2005년이다. 한국에선 제주도 인근에서 주로 포획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천적 없이 번식을 거듭하면서 생태계 교란이 가속화됐다. 그리스 어민 야니스 지안카키스는 AFP에 “복어는 닥치는 대로 먹어 치우는 잡식성 물고기”라며 “다른 물고기 중에는 천적이 없어 거리 낄 게 없는 듯하다”고 털어놨다.

피해는 왕성한 식욕에 그치지 않는다. 은밀복은 나무와 금속도 물어뜯을 만큼 단단한 부리형 주둥이로 갑각류·오징어는 물론 어망까지 손상시키는 것으로 전해졌다. HCMR은 복어로 인한 어선 1척당 연간 손실을 8500유로(한화 약 1490만원)로 추산했다. 어민 알렉시스 차를람바키스는 “물리면 손가락이 통째로 잘려 나간다. 바다의 파괴자다”라고 토로했다.

독성에 EU 규정까지…처리도 ‘이중고’

잡아도 처치가 곤란하다. 복어에 함유된 테트로도톡신은 신경계 마비와 호흡 부전을 일으키고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맹독이다. 현재 EU 규정상 복어는 1급 폐기물로 분류돼 소각 외에 다른 처리 방법이 허용되지 않는다.

어민들은 정부 보조금을 통한 포획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2월 크리스토스 켈라스 당시 농업차관은 의회에서 어민 지원 프로그램 검토 의사를 내비쳤다. 이미 이웃 나라 키프로스는 개체 수 감축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그리스 과학자들은 복어의 독성을 중화해 비료나 어류 사료로 활용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HCMR 연구원 마놀리스 만달라키스는 “에너지를 덜 쓰는 대안을 찾고 있다”며 복어의 자원화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한편 한국에서도 복어는 현행 식품위생법상 복어 조리 기능사 자격 보유자만 조리·판매할 수 있으며, 무자격자의 조리는 불법이다. 올해 1월에는 전북 군산의 한 섬마을에서 주민들이 복어를 나눠 먹은 뒤 집단 중독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이송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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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원 AX콘텐츠랩 기자 g1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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