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에 전적으로 안보 의존했다 큰 피해… 걸프국들, 이란과 접촉 늘려
호르무즈 대응 못해 경제 손실도

미국과 이란이 종전 합의에 도달하면서 석 달 넘게 이어진 전쟁은 일단락됐지만, 이번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로 꼽히는 걸프 국가들의 고민은 오히려 깊어지고 있다. 이란의 미사일·드론 공격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충격을 고스란히 떠안은 데다, 미국에 의존해 온 안보 체계의 한계에 직면하면서 ‘생존 전략’을 다시 짜야 할 처지에 놓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AFP는 16일 “걸프 국가들은 상처를 입었지만 더 대담해진 이란과, 신뢰하기 어려워진 미국과의 동맹 사이에 낀 처지가 됐다”고 했다. 전쟁 과정에서 이란은 최고 지도자와 군부 핵심 인물 등이 대거 사망하는 등 내부적으로 타격을 입었지만, 결과적으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세를 버텨내며 정치 체제를 유지했다. 동시에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미사일·드론 공격을 통해 걸프 국가들을 직접 압박할 수 있다는 점도 과시했다. 반면 걸프 국가들이 수십 년간 안보를 의존해 온 미국은 이란의 위협을 완전히 막아내지 못하면서 불신을 키웠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전쟁은 걸프 국가들이 대미(對美) 의존도가 높은 자국 안보 모델의 취약성을 절감하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쿠웨이트·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바레인·아랍에미리트(UAE) 등 걸프 주요국에 4만여 명에 가까운 미군이 주둔하고 있고, 이들 국가의 방공망과 주요 무기 체계 역시 대부분 미국산이다. 그러나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은 방공망을 뚫고 공항·정유 시설 등 핵심 인프라는 물론 주거 지역에도 피해를 입혔다. 또 미국이 걸프 국가들의 핵심 원유 수출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선제 대응하지 못하면서 경제적으로도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중동·북아프리카 프로그램 책임자인 사남 바킬은 뉴욕타임스(NYT)에 “미국의 안보 보장은 그들(걸프국)이 생각했던 방식으로는 더 이상 신뢰할 수 없게 됐다”고 했다.
이에 걸프 국가들은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하면서도 이란과의 직접 대화 채널을 넓히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번 종전 합의로 당장의 분쟁은 종식됐지만, 이란이 여전히 건재한 상황에서 향후 호르무즈 해협 등을 다시 무기화해 걸프 국가들을 압박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로이터는 “점점 더 많은 걸프 국가들이 이란이 앞으로도 존재할 것이며, 역내 질서를 흔들 능력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며 “이들은 최근 테헤란과의 접촉을 강화하며, 대결 위험을 줄이기 위한 경제·안보상 이해를 모색하고 있다”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PK 실축+골대 강타’ 메시, 후반전 기사회생… 1골 1도움 역전승 견인
- 뉴욕 한복판 37층 공사 현장 붕괴 조짐…긴급 대피 이어져
- 요리하기도, 먹기도 귀찮은 여름… ‘차가운 단백질’을 쟁여두라
- 해외서 돌연 모바일 티켓 먹통… ‘Will Call’을 찾으세요
- 허리 아프더니 날개뼈까지… 방사통 예방하는 3분 운동
- [23화] 성수동의 사우론이 그린 하트
- [38화] “친인척을 모두 죽이고 재산을…” 이유의 잔혹한 계략
- 포식자를 속여 먹는 ‘가짜 쌍두사’… 인간에게 잡혀야 사는 ‘진짜 쌍두사’
- 칼로 17명 찌르고 징역 7년 반?… ‘도쿄의 살인마’ 이판능
- 성폭행 후 감시, 살해 후 교묘한 진술...여고생 살해범 장윤기의 ‘악마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