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에 전적으로 안보 의존했다 큰 피해… 걸프국들, 이란과 접촉 늘려

김지원 기자 2026. 6. 18. 00:4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쿠웨이트·UAE 등 생존 전략 고심
호르무즈 대응 못해 경제 손실도
아흐마드 알압둘라 알사바 쿠웨이트 총리와 정부 관계자들이 3일 이란의 공격으로 파손된 쿠웨이트시티 공항을 둘러보고 있다. /AFP 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이 종전 합의에 도달하면서 석 달 넘게 이어진 전쟁은 일단락됐지만, 이번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로 꼽히는 걸프 국가들의 고민은 오히려 깊어지고 있다. 이란의 미사일·드론 공격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충격을 고스란히 떠안은 데다, 미국에 의존해 온 안보 체계의 한계에 직면하면서 ‘생존 전략’을 다시 짜야 할 처지에 놓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AFP는 16일 “걸프 국가들은 상처를 입었지만 더 대담해진 이란과, 신뢰하기 어려워진 미국과의 동맹 사이에 낀 처지가 됐다”고 했다. 전쟁 과정에서 이란은 최고 지도자와 군부 핵심 인물 등이 대거 사망하는 등 내부적으로 타격을 입었지만, 결과적으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세를 버텨내며 정치 체제를 유지했다. 동시에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미사일·드론 공격을 통해 걸프 국가들을 직접 압박할 수 있다는 점도 과시했다. 반면 걸프 국가들이 수십 년간 안보를 의존해 온 미국은 이란의 위협을 완전히 막아내지 못하면서 불신을 키웠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전쟁은 걸프 국가들이 대미(對美) 의존도가 높은 자국 안보 모델의 취약성을 절감하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쿠웨이트·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바레인·아랍에미리트(UAE) 등 걸프 주요국에 4만여 명에 가까운 미군이 주둔하고 있고, 이들 국가의 방공망과 주요 무기 체계 역시 대부분 미국산이다. 그러나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은 방공망을 뚫고 공항·정유 시설 등 핵심 인프라는 물론 주거 지역에도 피해를 입혔다. 또 미국이 걸프 국가들의 핵심 원유 수출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선제 대응하지 못하면서 경제적으로도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중동·북아프리카 프로그램 책임자인 사남 바킬은 뉴욕타임스(NYT)에 “미국의 안보 보장은 그들(걸프국)이 생각했던 방식으로는 더 이상 신뢰할 수 없게 됐다”고 했다.

이에 걸프 국가들은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하면서도 이란과의 직접 대화 채널을 넓히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번 종전 합의로 당장의 분쟁은 종식됐지만, 이란이 여전히 건재한 상황에서 향후 호르무즈 해협 등을 다시 무기화해 걸프 국가들을 압박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로이터는 “점점 더 많은 걸프 국가들이 이란이 앞으로도 존재할 것이며, 역내 질서를 흔들 능력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며 “이들은 최근 테헤란과의 접촉을 강화하며, 대결 위험을 줄이기 위한 경제·안보상 이해를 모색하고 있다”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