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출 막히자 ‘富의 대물림’…양극화 부추기는 부동산 규제

논설위원실 2026. 6. 18.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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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공인중개사에 부동산 매물이 게시돼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로 청년·서민층의 주거 사다리가 흔들리는 사이 상속·증여를 통한 고가 아파트의 대물림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경제신문이 16일 김종양 국민의힘 의원실에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주택 매입 자금에서 대출이 차지한 비중은 2024년 19%에서 올 1~4월 12%로 급감하고 상속·증여 자금 비중은 3.9%에서 7.2%로 높아졌다. 대출이 막혀 자산이 부족한 고소득 청년층의 주거 사다리 상승 기회는 줄어든 반면 부유층 자녀들은 ‘부모 찬스’로 고가 아파트를 물려받고 있는 것이다. 정부 규제가 벌려놓은 ‘기회의 격차’가 자산 양극화를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6·27 대책으로 시작된 부동산 규제의 부담은 무주택 서민과 청년층에 집중되고 있다. 다주택자 규제 여파로 전세 매물이 크게 줄고 전월세 가격이 치솟은 데다 주택 장만을 위한 자금 조달까지 어려워져 주거 사다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된 탓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주택 평균 전세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91%나 올라 2013년 10월 이후 최대 폭으로 상승했다. 서울 월세가격지수도 역대 최고치인 0.81% 뛰었다. 그렇다고 집값이 잡힌 것도 아니다. 서울 평균 주택 매매가는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10억 원을 넘어섰고 향후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도 커졌다. 대출이라는 징검다리가 약해진 상황에서 물려받을 자산이 없는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경로는 한층 멀어졌다.

그런데도 정부는 고삐를 더욱 조일 태세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6일 “다주택, 비거주 주택에까지 정부가 인센티브를 줄 필요는 없다”며 7월 말 세제 개편을 통한 규제 강화를 시사했다. 시장에서는 전세대출 조이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수요 억제에 초점을 둔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쏟아진 지난 1년간 서민들은 주거 불안에 빠졌고 부유층은 ‘부의 대물림’을 서둘렀다. 성실한 국민들까지 투기꾼으로 모는 세제·금융 규제책은 득보다 실이 크다는 것은 이미 확인됐다. 부동산 안정을 위한 근본 해법은 결국 충분한 주택 공급이라는 것을 정부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논설위원실 opini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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