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시위대에 막혀 칼 빌려 출국한 펜싱 국대, 이게 말이 되나

국가대표급 경기에서 선수들이 손에 익지 않은 장비로 제 실력을 발휘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포인트를 쌓아야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출전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선수들은 속이 타들어 갈 것이다. 펜싱협회는 법인카드와 은행 인증·결제 수단이 사무실에 묶여 있어 호텔 예약비마저 내지 못하게 됐다. 대한민국을 대표해 국제대회에 나서는 선수들을 격려하지는 못할망정 도리어 경기력을 훼손하고 말았다.
핸드볼경기장에는 펜싱협회 외에도 핸드볼협회, 당구협회 등 총 9개 종목 단체 사무실이 입주해 있다. 이들 협회는 당장 지출해야 하는 인건비와 경상비 60억 원이 묶여 직원 월급도 밀렸다고 한다. 22일부터 인천에서 세계선수권대회를 개최하는 대한수중·핀수영협회는 기자회견에서 “대회가 파행되면 국제대회 유치 자격이 영구 박탈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금으로선 언제 업무가 정상화될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체육단체별로 2명씩, 20분간 짐을 가지고 나오려던 계획마저 일부 강경 시위대가 몸으로 막아서면서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오히려 읍소하는 체육회 임직원의 사진과 명함을 공유하며 온라인에서 ‘조리돌림’까지 벌였다니 도를 한참 넘었다. 공권력 투입을 요청한 대한체육회에는 협박성 전화가 쏟아지고, 시위대의 폭언을 듣거나 충돌한 직원들은 충격에 빠져 있다.
시위대는 공권력 조롱, 관계자 소지품 검사까지 하며 타인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시위대의 자정 노력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당국이 단호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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