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수요 급증에 ‘에너지 믹스’ 속도···“지역, 또 에너지 정책 희생양” 비판도

한수원, 신규 원전 부지 선정
‘원전 밀집’ 경북 동해안에 추가 신설
인프라 미비…전력망 부담 커질 듯
재생에너지 비중 30% 달성도 계획
신규 대형 원자력발전소와 소형모듈원자로(SMR)를 지을 부지가 각각 경북 영덕군과 부산 기장군으로 선정되면서, 이재명 정부가 내세우는 ‘에너지 믹스’(원전+재생에너지)가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그러나 수도권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비수도권에 발전소를 짓고 대규모 송전망을 구축하는 구조가 더 공고해졌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선정된 지역은 인구 감소와 경기 침체를 돌파할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대체로 환영했다.
17일 에너지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정부가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따라 대형 신규 원전을 짓겠다고 결론 낸 건 지난 1월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신규 원전에 다소 회의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는 “원전 지을 데가 없다”면서 “당장 엄청난 전력이 필요한데, 원전은 지어서 가동하는 데 최소 15년이 걸린다”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가 애초 에너지 믹스를 내세우긴 했지만,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에 훨씬 무게를 두고 신규 원전 건설 정책은 축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반도체 등 첨단산업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기차, 전기화 등에 따라 전력 사용량이 급증해 재생에너지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의견이 힘을 얻었다.
정부는 신규 원전을 건설할지 논의하는 토론회를 열고 지난 1월 대국민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11차 전기본에 따라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해야 한다’는 응답이 한국갤럽 69.6%, 리얼미터 61.9%로 나왔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신규 원전은 계획대로 추진한다고 발표했고, 한국수력원자력은 부지 유치 공모 절차를 시작했다.
신규 원전이 건설되는 동안 재생에너지 보급도 속도를 낸다. 앞서 기후부는 2030년 100GW(기가와트) 조기 보급, 2035년 발전 비중 30% 이상 달성이라는 목표를 담은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을 지난달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에너지업계에서는 송배전망 등 전력 인프라 확충까지 담은 종합계획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발전설비 증가 속도보다 송전망 구축 등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재생에너지뿐 아니라 원전의 출력제어 횟수도 증가하고 있다. 특히 동해안 지역은 신한울 원전과 강릉·삼척 지역의 대형 화력발전소 등 발전설비가 집중돼 있다. 영덕 원전까지 추가될 경우 전력망 부담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송전선로 건설과 관련해 주민 수용성이 크게 낮아져 전력망 구축에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이재명 정부의 에너지 믹스 정책의 성패는 결국 발전보다 송전에 달려 있다”며 “에너지 고속도로를 비롯해 교통 인프라 확충, 지역 발전 전략을 아우르는 국가 차원의 통합계획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단체들은 원전이 밀집된 동해안 지역에 추가로 원전을 설치하는 데 반발했다. ‘신규 핵발전소 저지 전국비상행동’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원전 밀집 지역인 경북 동해안에 또다시 원전을 설치하는 것은 전형적인 에너지 식민지 정책”이라고 했다. 환경운동연합도 “원전과 핵폐기물, 송전선로를 지방에 집중시키면서 지역을 국가 에너지 정책의 희생양으로 만들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선정된 지역 주민들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김광열 영덕군수는 “영덕의 100년 미래를 새롭게 설계할 수 있는 역사적인 결정”이라 밝혔고, 이창호 장안읍현안대책위원장은 “SMR 초도호기 유치의 기회를 얻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다양한 지원금을 통해 낙후된 장안 지역이 발전할 수 있는 동력을 얻었다”고 했다.
김경학·오경민·김현수·김준용 기자 gomg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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