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C 26] “공부 안 하면 부엉이가 죽는다” 듀오링고가 5억명을 붙잡은 비결

최은총 기자 2026. 6. 17.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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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학자도 실패한 앱, 게임에서 답 찾다
공부 독촉하는 초록 부엉이, 글로벌 밈으로 성장
분기당 500회 실험·7일 연속학습에 집착
16일 넥슨 개발자 콘퍼런스(NDC 26)에서 '듀오링고 학습앰의 유쾌한 반전을 가능하게 만든 프로덕트 경험 설계와 마케팅 전략'을 주제로 발표 세션이 진행됐다. 사진=최은총 이코노믹리뷰 기자

공부를 마냥 재미있게 하는 사람이 ?있을까. 듀오링고의 질문이자 출발점이다. 그렇게 동기부여를 위해 게임을 연구했고 흥미를 위해 초록색 부엉이를 만들었다. 이용자가 있는 SNS로 뛰어들어 이용자를 다시 불러내기도 했다. 듀오링고가 세계 최대 언어 학습 플랫폼으로 성장한 비결이다.

"개발했는데 재미가 없다" 게임에서 답 찾은 창업자들

"정말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앱을 만들었는데 결과는 너무 재미없었습니다"

마주연 듀오링고 코리아 대표가 16일 넥슨 개발자 콘퍼런스(NDC 26)에서 창업 초기 이야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현재 전 세계 수억 명이 사용하는 언어 학습 플랫폼이지만 출발은 실패에 가까웠다는 셈이다.

듀오링고의 공동창업자 루이스 폰 안과 세버린 해커는 가난하든 부자든, 어디서든 할 수 있는 언어 학습 앱을 만들자는 목표 아래 서비스를 개발했다. 언어학자와 교육학자의 연구를 반영했고 최신 교수법도 담았다. 교육 서비스로서는 정석에 가까웠지만 이용자들은 오래 머물지 않았다.

실패의 원인을 분석하며 내린 결론은 교육 방법의 문제가 아닌 동기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여기서 듀오링고는 경쟁 교육 서비스가 아닌 게임 업계로 시선을 돌렸다. 마 대표는 "두 창업자가 가장 치열하게 연구한 것이 게임이었다"며 "어떤 요소가 사람들을 매일 들어오게 하고 동기를 유지하게 하는지 배우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전 세계 이용자들을 사로잡았던 앵그리버드 같은 게임이 연구 대상이었고 게임의 문법을 배우기 위해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이용자가 왜 목표를 세우고, 보상을 얻기 위해 반복하고 다시 접속하는지를 분석한 셈이다.

그 결과 현재 듀오링고를 상징하는 경험치(XP), 젬(Gems), 리그, 일일 퀘스트, 연속학습(Streak) 등이 탄생했다. 게임 이용자들의 행동 패턴을 학습 서비스 안으로 가져온 대목으로 특히 연속학습은 듀오링고를 대표하는 기능으로 자리 잡았다. 학습량보다 학습 습관에 초점을 맞춘 결과다.

마 대표는 "언어 학습의 핵심이 매일 꾸준히 하는 것이라면 프로덕트 언어로는 결국 DAU(일간활성이용자수)를 늘리는 것"이라며 "듀오링고의 모든 의사결정은 DAU로 수렴된다"고 말했다. 교육 플랫폼이면서도 게임 회사에 가까운 사고방식으로, 이용자가 얼마나 많은 단어를 외웠는지보다 얼마나 자주 돌아오는지 고민했다는 설명이다.
마주연 듀오링고 코리아 대표. 사진=최은총 이코노믹리뷰 기자

공부 안 하고 놀고 있다면…부엉이가 찾아간다

마 대표는 "사람들이 듀오링고를 안 하는 시간은 바로 소셜미디어를 하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학습 앱의 경쟁 상대는 다른 교육 서비스가 아니라 이용자의 시간을 빼앗는 수많은 콘텐츠라는 설명이다. 마케팅을 위해 이용자가 언어 공부 대신 SNS를 보고 있다면 듀오링고 역시 그 공간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판단의 배경이다.

지금은 듀오링고를 상징하는 존재가 됐지만 초록색 부엉이 '듀오' 역시 처음부터 주목받은 캐릭터는 아니었다. 마 대표는 "창립 후 6년 정도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일반적인 마케팅을 했다"며 "무료 앱이다 보니 조금 더 가난하게 마케팅을 했던 시기"라고 말했다.

전환점은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던 마스코트에서 시작됐다. 당시 마스코트 마케팅은 한물간 방식으로 여겨졌지만 듀오링고는 듀오에게 귀엽고 착하지만 어딘가 수상하고 집착적인 성격을 부여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마 대표는 "영어로는 언힌지드(Unhinged)라고 표현한다"며 "선한 의도를 갖고 있지만 어딘가 고삐가 풀린 듯한 캐릭터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반응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시작됐다. 듀오링고가 보내는 "더 이상 당신에게 알림을 보내봤자 읽지 않는 것 같네요" 같은 메시지를 본 이용자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농담을 하기 시작했다. "공부 안 하면 듀오가 잡으러 온다", "생각보다 무서운 부엉이다" 같은 밈이 자연스럽게 퍼졌기 때문이다.

듀오를 활용한 전략은 지난해 진행된 '듀오 이즈 데드' 캠페인에서 정점을 찍었다. 듀오링고는 듀오가 갑자기 테슬라 사이버트럭에 치여 사망했다고 밝혔고 부활의 조건으로 전 세계 이용자들이 학습을 통해 경험치를 모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마 대표는 "듀오가 죽었다는 사실이 입소문을 탔고 전 세계 이용자들이 509억 경험치를 쌓으면서 결국 듀오는 부활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은 학습 앱이라고 하면 지루하고 재미없는 이미지를 떠올린다"며 "듀오라는 캐릭터를 통해 재미있는 경험과 유행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듀오를 이야기하고 밈을 만들수록 다시 앱으로 돌아와 학습하게 만드는 구조를 설계한 셈이다.
듀오링고 공식 SNS X에 올라온 부활 캠페인 유도 게시물. 사진=듀오링고 X 캡처

"5억명 모두 각기 다른 알림" 듀오링고의 개인화 실험

마주연 듀오링고 코리아 대표는 듀오링고의 핵심 경쟁력으로 개인화를 꼽았다. 같은 서비스를 사용하더라도 이용자마다 경험은 다르다는 설명이다. 누군가는 아침에 알림을 받고 누군가는 저녁에 알림을 받는다. 어떤 이용자에게는 하루 한 번만 알림이 가지만 어떤 이용자에게는 여러 차례 메시지가 전달된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자극해야 다시 앱을 열 가능성이 높은지를 계속 학습하기 때문이다.

마 대표는 "아침에 알림을 받는다면 아침에 보낼 때 듀오링고를 할 확률이 높다는 것을 머신러닝한 결과"라며 "아침부터 밤까지 계속 알림이 오는 사람은 그만큼 여러 번 자극해야 앱에 들어오는 이용자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개인화의 목표는 이용자가 공부를 포기하는 순간을 최대한 늦추는 것이다. 실제 효과도 확인했다. 마 대표는 "새로 들어온 이용자가 단 7일만 연속학습을 해도 장기 이용자가 될 확률이 240% 높아진다"고 말했다. 하루 1분이라도 일주일 동안 앱을 열게 만드는 것이 이후 수개월의 이용 패턴을 바꿀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개인화는 학습 콘텐츠에도 적용된다. 듀오링고는 자체 AI 시스템인 '버드 브레인(Birdbrain)'을 통해 이용자별 문제와 학습 순서를 조정한다. 마 대표는 "계속 같은 패턴만 나와 지겹다는 이용자도 있지만 그 패턴을 익히면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다고 판단될 때 반복해서 제공한다"고 말했다.

실험은 버튼 하나까지 이어진다. 목표 설정 화면에서 '확인'이라고 적을지 '네 할게요'라고 적을지, '잘할 수 있습니다'라고 적을지까지 비교한다. 마 대표는 "이런 문구 하나만 바꿔도 지표가 오르는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용자는 눈치채지 못하지만 뒤에서는 수백 개의 실험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마 대표는 "유저의 말이 가장 좋은 데이터"라며 "연속학습도, 듀오라는 캐릭터도 결국 이용자들의 사용 패턴과 반응을 보며 만들어진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듀오링고는 사람들이 가진 선한 의지가 계속 굴러가도록 최적화하는 일을 고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