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베선트는 일본은행 그림자 총재? "일본, 미 압박에 금리 인상"
"금리 인상 주저하는 일본은행 압박" 해석 나와
회의적인 다카이치도 수용 "美 의중 감지한 것"

일본이 1995년 이후 31년 만에 기준금리를 1.0%로 올린 데에는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일각에선 베선트 장관이 '일본은행의 그림자 총재'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17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다카이치 사나에 정부가 완화적 통화·재정정책을 강조하는 평소 정책 기조와 달리 기준금리 인상을 수용한 배경에는 베선트 장관이 있었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전날 기준금리인 단기 정책금리를 기존 '0.75% 정도'에서 '1.0% 정도'로 상향 조정했다.
베선트 장관의 압박은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결정 한 달 전에 이뤄졌다. 그는 지난달 11일 일본을 찾아 가타야마 사쓰키 재무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지금 금리를 올리는 편이 나중에 올려야 할 금리 인상 폭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적극적 재정정책'을 내건 다카이치 정권을 의식해 금리 인상을 주저하는 일본은행의 보폭을 넓혀 주려 한 발언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일주일 뒤에는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를 직접 만났다. 베선트 장관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회의에서 우에다 총재와 만난 뒤 엑스(X)에 "우에다 총재가 일본의 통화 정책을 성공적으로 이끌 것이라고 확신한다"는 글을 올렸다. 재무성 내부에서는 이를 두고 "금리 인상에 쉽게 나서지 못하는 일본은행을 압박한 것"이라는 뒷말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베선트 장관의 공개 압박은 단순히 일본을 걱정해서 한 말이 아니다. 일본이 적정 인상 시기를 놓치면 미국 경제에 부담을 줄 것을 우려해서다. 인플레이션 심화로 일본 장기금리가 상승하고, 이에 따라 미국 금융 시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닛케이는 "(베선트 장관은)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경우 인플레이션이 가속화하고 더 가파른 금리 인상을 단행해야 해 금융시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한 것"이라며 "그는 그동안 (일본의 금리 동결이) 미국 국채 매도와 미국 금리 상승을 초래하고 있다는 불만을 표시해 왔다"고 짚었다.
베선트 장관의 압박에 다카이치 총리도 마음을 바꿨다. 다카이치 총리와 우에다 총재는 지난달 22일 총리 관저(총리실)에서 3개월 만에 만났다. 일본은행은 이날 회동 이후 금리 인상 준비에 본격 착수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세계적인 흐름을 고려해 금리 인상을 용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부 내에서) 나오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닛케이는 "미국 행정부의 의중을 감지한 다카이치 정부가 움직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도쿄= 류호 특파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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