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미국이, 복구는 동맹국 떠넘기기?…450조 이란 재건기금 논란

서지연 2026. 6. 17.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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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기금에 미정부 자금 투입 전무…한국기업 등 절반이상 출자 약속” 로이터 보도
비핵화 검증 전 제재완화·투자 허용 논란
3000억달러 재건펀드 추진에 “오바마 비판하더니 더 큰 돈 푼다” 공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미국 안보법(Secure America Act)’ 서명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EPA]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MOU)에 서명한 가운데 3000억달러(약 453조원) 규모의 이란 재건기금을 둘러싼 논란이 미국 내에서 확산하고 있다. 미국이 일으킨 전쟁의 복구 비용을 동맹국과 민간기업들이 대신 부담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가 확인되기도 전에 대규모 경제적 보상을 제공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의 종전 기본합의에는 3000억달러 규모의 민간 투자펀드를 조성해 이란 경제 재건을 지원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이미 전체의 절반이 넘는 1500억달러 이상이 투자 약정을 확보한 상태로 알려졌다. 한국과 일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미국 기업 등이 참여 의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도 최근 인터뷰에서 이란이 핵 프로그램 폐기와 국제사회의 검증을 수용할 경우 걸프 국가들이 지원하는 3000억달러 규모의 재건기금에 접근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정부 자금은 단 한 푼도 투입되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정치권과 외교안보가에서는 재건기금의 성격 자체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형식은 민간 투자펀드지만 실질적으로는 전쟁 피해에 대한 보상금이나 재건 지원금과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란은 협상 과정에서 미국에 4000억달러 규모의 전쟁 배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직접 배상을 거부하자 민간 자금을 활용한 재건펀드 방식으로 절충점을 찾았다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기금 조성에 걸프 국가와 미국 동맹국 기업들이 참여하는 구조를 두고 “전쟁은 미국이 하고 비용은 다른 나라가 부담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 초기 호르무즈 해협 봉쇄 사태 당시에도 동맹국들에게 해상안보 부담을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번 재건기금 역시 미국의 전략적 목표 달성을 위해 동맹국들이 경제적 비용을 부담하는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보수 진영의 반발도 거세다.

비판의 핵심은 이란이 아직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재 합의된 것은 향후 60일 동안 핵협상을 진행한다는 기본 틀뿐이다. 고농축 우라늄 처리, 농축 활동 중단, 핵시설 폐기,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수용 등 핵심 쟁점은 앞으로 협상해야 한다.

그럼에도 재건기금과 투자 유치, 일부 제재 완화 가능성이 먼저 거론되면서 “핵 포기 전에 보상부터 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미국 언론은 트럼프 행정부가 핵협상 기간 동안 이란의 석유 수출을 일부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실이라면 제재 완화는 비핵화 이행 이후 가능하다는 기존 원칙과 충돌할 수 있다.

공화당 강경파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거론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5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이란 핵합의를 비판하며 “이란에 현금다발을 안겨줬다”고 공격해왔다. 당시 해제된 동결자금 규모는 약 500억달러 수준이었다.

반면 이번 재건기금은 3000억달러 규모로 거론된다. 미국외교안보 전문가이자 트럼프 대통령 측 인사로 알려진 마크 티센은 “어떤 상황에서도 이란에 3000억달러를 주는 것은 재앙”이라며 “나치가 집권한 독일에 마셜플랜을 제공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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