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미래를 만난 사람들, 포항을 다녀가다

경북매일 2026. 6. 16.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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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방문한 치유FC 감독과 코치, 팀 닥터가 포항 스페이스워크를 찾았다. 유튜브 ‘창박골’ 캡처. /박귀상 시민기자 제공
말라위 3부 리그 치사파FC 대 치유FC 경기가 룬두그라운드에서 진행중이다. 유튜브 ‘창박골’ 캡처. /박귀상 시민기자 제공
한국을 방문한 치유FC 감독과 코치, 팀 닥터가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FC안양 원정 경기를 참관하고 있다. 유튜브 ‘창박골’ 캡처. /박귀상 시민기자 제공

“천 년 미래로 온 것 같습니다.”
 지난 4월 포항 환호공원 스페이스워크를 찾은 동아프리카 말라위 출신 축구 지도자들이 한국에 도착한 첫날 충격 속에서 던진 말이다. 그리고 그 감탄과 충격은 서울, 안양, 대구에 이어 포항으로까지 이어졌다.

이들은 말라위 3부 리그에 속한 ‘치주물루 유나이티드’(이하 치유FC) 축구단 감독 맥팔른과 코치 맥슨, 팀 닥터 로버트다. 한국인 대학생 이동훈 구단주와 FC안양의 지원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약 20일 동안 머물며 프로구단의 훈련시스템과 운영방식을 배우고 한국 축구 문화를 직접 체험하는 특별한 기회가 주어졌다.

그들이 포항을 찾은 이유는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K리그 FC안양의 원정경기를 관람하기 위해서다. 경기 관람에 앞서 포항의 대표 관광명소인 환호공원 스페이스워크를 찾았다. 동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스페이스워크에 오른 이들은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와 잘 정비된 공원, 거대한 철제 구조물이 만들어내는 풍경이 그저 신기한 듯 감탄을 이어갔다. 높은 곳에 대한 두려움도 이겨내며 끝까지 오른다. 포항스틸야드 축구장에서의 경기 역시 치주물루 작은 섬에서 살아 온 그들에게는 뜻 깊은 경험이 되었다. 

치주물루는 동아프리카 말라위 호수 안에 위치한 작은 섬이다. 주민이 약 6000명. 대부분 농업과 어업으로 생계를 이어간다. 한국에서 그곳까지 가려면 비행기와 차량, 배를 갈아타며 50여 시간을 이동해야 할 만큼 먼 곳이다.

치유FC는 이 작은 섬을 연고로 하는 축구단이다. 환경이 열악하여 돌부리가 널린 모래운동장에서 훈련을 하고, 파이프로 만든 골대는 그물조차 없다. 경기장 라인은 막대기로 직접 긋는다. 제대로 된 유니폼과 축구화가 없어 경기가 있는 날이면 다른 팀 선수들의 것을 힘들게 빌려 입었다. 선수들 대부분이 생계와 운동을 병행해야 하는 현실도 녹록하지 않다. 그러나 이들은 축구에 대한 열정 하나로 운동장을 누빈다.

변화는 한국의 한 청년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축구를 좋아하는 평범한 한국 대학생이 ‘알려지지 않은 축구단’을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 ‘창박골’을 운영하면서 아프리카에서 가장 열악한 축구팀을 찾아간 것이 치유FC와의 인연이다. 리그 참가비 75만 콰차(약 40만원)가 없어 출전을 포기하려는 그들에게 단발성 지원보다 차라리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팀을 살려보자는 결심으로 초대 구단주가 된다. 그는 한국에서 유니폼 제작과 판매, 후원사 모집 등을 통해 운영비를 마련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선수들은 제대로 된 유니폼과 축구화를 신고 경기에 나선다. 안정적인 지원의 보답은 승리. 섬 전체가 축제분위기다. 축구를 사랑하는 치주물루 주민들은 이를 두고 “꿈같은 변화”라고 말했다. 이번 한국 방문 역시 그 연장선에 있으며 한 유튜버의 민간외교 모범 사례가 되고 있다.

잘 정비된 도로와 공원, 편리한 대중교통, 안전한 거리, 정확하게 지켜지는 시간 체계 등 한국의 일상 하나하나가 이들에게 “천 년 미래에 와 있는 것 같다”는 인상을 남긴다. 포항시민들에게 익숙한 풍경들조차 놀라움과 부러움의 연속이었다. 우리가 매일 누리는 이 평범한 일상이 그들에겐 꿈같은 미래다. 우리는 지금, 누군가가 꿈꾸는 천 년 미래 속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박귀상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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