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집 없고 돈줄 막혔다"…송파 재건축發 전세시장 '비상'

이승연 기자 2026. 6. 16.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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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서 올림픽공원까지 수만 가구 이주 수요 대기
갈 집도 돈도 부족…전세대란·강제 월세화 우려 확산
[출처= 오픈 AI]

잠실주공5단지를 시작으로 송파구 전역에서 대규모 재건축 사업이 본격화하면서 서울 동남권 전세시장이 새로운 변수와 마주하고 있다. 재건축은 장기적으로 신규 주택 공급을 늘리는 사업이지만 사업 과정에서는 대규모 이주 수요를 동반한다. 특히 송파구는 잠실권과 올림픽공원 일대 대단지 재건축이 연쇄적으로 추진되고 있어 향후 수년간 수만 가구 규모의 이주 수요가 순차적으로 시장에 풀릴 전망이다. 반면 이를 받아줄 전세 공급은 갈수록 줄고 있어 전셋값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송파 재건축 대이동...전세시장, 장기 수요 압력 

1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송파구에서는 잠실주공5단지와 잠실장미, 잠실우성 재건축 사업이 추진되고 있으며 올림픽선수기자촌과 올림픽훼밀리타운, 아시아선수촌 등 올림픽공원 일대 대규모 단지들도 재건축 절차를 밟고 있다. 잠실주공5단지(3930가구), 잠실장미(4800가구), 잠실우성(2716가구), 올림픽선수기자촌(5540가구), 올림픽훼밀리타운(4494가구) 등 주요 사업장만 합쳐도 기존 주택 수는 2만 가구를 웃돈다. 여기에 잠실우성4차와 가락미륭, 가락우성1차, 가락프라자, 삼환가락, 대림가락아파트 등 중소 규모 사업장까지 포함하면 향후 재건축 과정에서 비워질 주택은 2만5000가구 안팎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시장이 주목하는 부분은 규모보다 시기다. 현재 사업 속도를 고려하면 잠실권 재건축 단지들이 먼저 움직이고 이후 올림픽공원 일대 대단지들이 뒤따르는 흐름이 예상된다. 이른바 '릴레이 이주'가 현실화할 경우 송파 전세시장은 단기간 충격이 아닌 장기적인 수요 압력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이 같은 이주 수요를 감당할 전세 공급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신규 입주 단지와 갭투자 전세 물량이 완충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감소하고 있는 데다 대출 규제 강화와 투자 수요 위축으로 전세 공급 자체가 줄고 있다. 공급 기반이 약해진 상황에서 대규모 재건축 이주 수요까지 더해질 경우 전세시장 수급 불균형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송파 재건축 이주 수요는 다른 지역보다 외부 분산이 쉽지 않다는 특징이 있다. 잠실과 올림픽공원 일대 거주자 상당수는 자녀 교육과 직장, 교통 여건 등을 고려할 때 생활권을 쉽게 옮기기 어렵다. 잠실 학원가와 학교, 지하철 2·8·9호선 교통망이 집중돼 있는 만큼 기존 생활권을 유지하려는 수요가 강할 수밖에 없다. 결국 잠실역과 잠실새내역, 종합운동장역을 중심으로 한 수요는 몽촌토성역과 한성백제역, 올림픽공원역, 문정역·가락시장역 일대에서 먼저 소화돼야 하는 구조다.

하지만 송파 내부에서 대체 주거지 역할을 할 수 있는 단지들의 여유도 크지 않다. 잠실엘스와 리센츠, 트리지움, 파크리오, 헬리오시티 등은 이미 서울 동남권을 대표하는 선호 주거지로 자리 잡으며 전세 수요가 두텁게 형성돼 있다. 강남권으로의 이동 역시 쉽지 않다. 대치동 은마아파트를 비롯해 압구정·개포·도곡 일대 주요 재건축 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어 향후 강남권에서도 추가 이주 수요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과거처럼 강남권 구축 단지가 송파 재건축 수요를 흡수하는 완충지대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갈집도 없지만 돈도 없다

이처럼 생활권을 유지할 집도 부족하지만, 정부가 대출을 조이면서 전셋값을 메울 자금도 부족하다. 가장 큰 부담을 떠안는 것은 세입자들이다. 주요 재건축 단지의 세입자 비율을 약 55%로 가정하면 송파권 재건축 사업장에서만 약 1만3000가구 규모의 세입자 이주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 문제는 기존 보증금을 돌려받더라도 같은 생활권 내에서 전셋집을 구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잠실주공5단지 전용 82㎡ 전세 보증금은 약 5억원 수준인 반면 인근 파크리오 전용 84㎡ 전세는 10억~14억2000만원, 잠실엘스 전용 84㎡는 11억2000만~14억8000만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잠실 안에서 이주하려면 기존 보증금보다 수억원에서 많게는 10억원 안팎의 추가 자금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실거주 조합원들의 사정도 녹록지 않다. 관리처분인가 이후 철거 전까지 임시 거처를 마련해야 하지만 최근 강화된 이주비 대출 규제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과거에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 50% 수준까지 이주비 대출이 가능했지만 현재는 기본 이주비 한도가 6억원 안팎으로 제한됐다. 시세 수십억원대 아파트를 보유한 조합원이라도 과거처럼 충분한 이주비를 확보하기 어려워졌고 다주택자의 경우 추가적인 대출 제한을 받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이주비 조달 문제가 향후 재건축 사업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로선 송파에서 소화되지 못한 수요가 강동구와 경기 동부권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고덕·둔촌 일대와 위례신도시, 하남시 등이 대표적인 대체 주거지로 거론된다. 그러나 이들 지역 역시 여유가 충분하지 않다. 최근 수년간 대규모 입주가 진행되면서 전세 물량 상당수가 이미 시장에서 소화됐고 실수요도 꾸준히 유입되고 있어서다. 하남 교산신도시 등 향후 공급 확대 요인이 있지만 본격적인 입주는 2030년 이후로 예상돼 당장 발생하는 재건축 이주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비업계에서는 갈 집은 부족하고 대출은 막힌 상황에서 대규모 이주 수요가 한꺼번에 몰릴 경우 전세대란은 물론 월세 강제 전환 현상까지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전세 매물을 구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반전세나 월세로 밀려나면 주거비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공급 확대 효과가 나타나기 전까지 송파발 이주 충격이 서울 동남권 임대차 시장 전반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송파 재건축은 단일 사업장이 아니라 대단지들이 연쇄적으로 움직인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다르다"며 "전세 물량 부족과 대출 규제가 맞물린 상황에서 이주가 본격화하면 서울 동남권 전세시장이 상당한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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