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종전은 선언됐지만 평화는 아직 오지 않았다…김태준의 美·이란戰 중계<42>

정충신 선임기자 2026. 6. 16.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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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재개방과 중동 질서의 불안한 휴전
미국·이란 전쟁 종전협상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KRISA) 소장 AI 그림
프롤로그: 미국과 이란의 종전합의…새로운 형태의 전략적 교착

2026년 6월 16일, 미국과 이란은 106일 동안 이어진 전쟁을 사실상 종결하는 합의에 도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석유가 흐르도록 하라”며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선언했고, 이란 역시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종전을 발표했다. 국제 유가는 하락했고 금융시장은 안도했다. 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릴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결과였다.

겉으로만 보면 전쟁은 끝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번 합의를 곧바로 평화의 도래로 해석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트럼프는 전쟁의 종료를 말하고 있지만 핵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이란은 종전을 선언했지만 제재 해제와 동결자금 반환이라는 핵심 요구를 아직 얻지 못했다. 호르무즈 해협 역시 재개방이 예정되어 있을 뿐, 기뢰 제거와 선박 통항 정상화, 보험시장 안정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미국과 이란은 같은 합의를 두고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미국은 전쟁이 끝났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란은 이제부터 후속 협상이 시작된다고 말한다. 미국은 질서 회복을 강조하고 있고, 이란은 체제 생존을 강조하고 있다. 전쟁은 멈췄지만 갈등의 원인은 그대로 남아 있는 셈이다.

이번 협상은 어느 한쪽의 완전한 승리로 이뤄진 결과가 아니다. 미국은 이란을 굴복시키지 못했고, 이란 역시 미국을 중동에서 밀어내지 못했다. 결국 양측은 상대를 제거하지 못한 채 협상장으로 돌아왔다.

지금 중동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은 평화가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전략적 교착(Strategic Stalemate)’인지도 모른다. 전쟁은 멈췄지만 경쟁은 끝나지 않았다. 호르무즈는 다시 열릴 수 있지만, 중동의 불안정성과 미국·이란 간 전략 경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따라서 지금 세계가 목격하고 있는 것은 종전 그 자체가 아니다. 그것은 전쟁 이후의 새로운 질서가 어떻게 만들어질 것인가를 둘러싼 또 다른 경쟁의 시작이다.

106일간 전쟁이 멈춘 상황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KRISA) 소장 AI 그림
Ⅰ. 106일 전쟁은 왜 지금 멈췄는가

이번 종전협상을 이해하려면 먼저 한 가지 질문부터 던져야 한다. 왜 지금인가?

미국은 압도적인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3개 항모강습단과 2개 상륙강습단, 전략폭격기와 ISR 자산까지 동원하며 중동에 막대한 전력을 전개했다. 군사력만 놓고 보면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강의 해양·공중 통합전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반면 이란은 경제제재와 군사적 압박을 동시에 받고 있었다. 핵시설과 주요 군사시설은 반복적으로 공격받았고, 국가경제 역시 상당한 부담을 안고 있었다. 전력의 규모와 질에서 미국과 이란은 비교 자체가 어려운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전쟁은 어느 한쪽의 결정적 승리로 끝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이번 전쟁이 단순한 군사력 경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해상질서와 에너지 수송망을 유지하려 했고, 이란은 그것을 완전히 차단하기보다 지속적으로 불안정하게 만드는 전략을 선택했다. 실제로 호르무즈 해협은 완전히 봉쇄되지 않았지만 국제 에너지 시장은 끊임없이 흔들렸다.

원유와 LNG는 제한적으로 이동했지만 보험료는 상승했고, 선박들은 우회 항로를 검토했으며 국제시장은 공급 부족보다 공급 차질 가능성 자체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결국 미국은 해협을 지키고 있었지만 완전히 안정시키지는 못했다. 반대로 이란은 해협을 닫지는 못했지만 세계시장을 지속적으로 불안하게 만드는 데는 성공했다.

전쟁이 장기화할수록 양측이 감당해야 할 부담은 커졌다. 미국은 군사비용과 국제 유가 불안, 동맹국들의 우려를 동시에 관리해야 했다. 이란 역시 경제적 압박과 군사적 피해가 누적되면서 더 이상의 확전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결국 양측 모두 상대를 완전히 굴복시키지 못한 상태에서 전쟁을 지속하는 대가가 협상의 대가보다 더 커지기 시작했다.

이번 종전협상은 어느 한쪽의 승전 선언이라기보다 현실적 타협의 결과에 가깝다. 미국은 이란을 제거하지 못했고, 이란 역시 미국을 물러서게 만들지 못했다. 결국 양측은 상대를 무너뜨리지 못한 채 협상장으로 돌아왔다. 바로 이 지점에서 오늘날 국제정치의 새로운 특징이 나타난다.

과거에는 압도적인 군사력이 승리를 보장했다. 그러나 이번 전쟁은 군사적 우위만으로는 상대를 굴복시키기 어렵고, 상대 역시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새로운 형태의 전략 경쟁이 등장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106일 전쟁이 남긴 결론은 명확하다. 전쟁은 군사적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전략적으로 멈추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승리도 패배도 아닌, 전략적 교착(Strategic Stalemate)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종점선언 의미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KRISA) 소장 AI 그림
Ⅱ. 트럼프의 종전 선언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번 종전협상에서 가장 주목받은 인물은 단연 트럼프 대통령이다. 그는 협상 타결 직후 “호르무즈 해협의 전면 개방을 승인한다. 세계의 선박들은 엔진을 가동해 석유가 흐르도록 하라”고 선언했다. 이어 이란과의 합의가 완료됐다고 밝히며 이번 협상을 자신의 외교적 성과로 규정했다.

실제로 이번 협상 과정은 상당 부분 미국이 주도했다. 협상 시한 설정과 압박 수위 조절, 후속 협상 의제 제시 등 주요 흐름은 대부분 미국의 주도 아래 이뤄졌다. 트럼프는 군사적 압박과 외교적 협상을 병행하며 전쟁의 방향과 협상의 속도를 동시에 관리하려 했다. 그 결과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이라는 가장 중요한 목표를 확보했다. 세계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을 완화하고 국제 유가를 안정시키는 것은 미국 경제뿐 아니라 동맹국들의 이해관계와도 직결되는 문제였다.

또한 이란 역시 전면전을 지속하기보다 협상장으로 복귀했다. 미국은 핵시설과 군사시설에 상당한 압박을 가했고, 결과적으로 후속 핵협상을 수용하도록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번 합의를 미국의 일방적 성과로 해석하기에는 여전히 신중할 필요가 있다.

가장 중요한 핵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우라늄 농축과 핵시설 운영, 국제사회의 검증 체계 등 핵심 쟁점은 모두 향후 60일간의 후속 협상으로 넘겨졌다. 미국이 추구했던 전략적 목표가 최종적으로 달성된 것은 아니다. 이란 역시 체제를 유지한 채 협상에 참여하고 있다. 전쟁 과정에서 상당한 피해를 입었음에도 스스로를 패전국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으며, 독립적인 협상 주체로 남아 있다. 이는 중동의 전략 환경이 단순한 군사력만으로 설명되기 어려운 복합적 성격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호르무즈 해협 또한 마찬가지다. 재개방은 예정돼 있지만, 장기적인 안정은 앞으로의 협상과 지역 정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해상 질서의 회복은 군사적 통제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정치·외교적 합의와 시장의 신뢰가 함께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트럼프의 종전 선언은 전쟁의 종결을 의미하면서도 동시에 새로운 협상의 시작을 의미한다. 그는 전쟁을 멈추는 데 성공했지만, 아직 모든 문제를 해결한 것은 아니다. 다만 전장을 협상장으로 바꾸고, 불확실성을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낮췄다는 점에서 이번 종전 선언은 분명한 전략적 의미를 가진다.

전쟁과 협상에서 이란의 득실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KRISA) 소장 AI 그림
Ⅲ. 이란은 무엇을 잃었고 무엇을 지켰는가

이번 전쟁을 바라보는 많은 서방 언론들은 미국의 군사적 우위를 강조한다. 실제로 이란은 매우 큰 피해를 입었다. 핵시설과 군사시설 일부가 공격을 받았고, 경제적 부담 역시 더욱 커졌다. 국제 제재는 계속되고 있으며, 후속 핵협상에서도 상당한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이번 전쟁은 단순한 군사시설 타격에 그치지 않았다. 에너지 시설과 주요 기반시설이 영향을 받으면서 경제와 사회 전반에도 상당한 부담이 누적됐다. 전통적인 군사적 기준으로 본다면 상당수 국가는 이미 전쟁 수행 능력을 상실하고 패전을 인정했을 수준의 피해라고 평가할 수도 있다.

이러한 점만 보면 이란은 사실상 패전국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국제정치에서 승패는 단순히 군사적 피해 규모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국가가 무엇을 지키려 했으며, 전쟁 이후 어떤 위치에서 협상장에 서 있는가 역시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전쟁은 이란에게도 완전한 패배라고 보기 어렵다. 무엇보다 이란은 국가체제와 협상 주체로서의 지위를 유지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강한 군사적 압박을 가했지만 이란 정권 자체를 무너뜨리지는 못했다. 전쟁 이후에도 이란은 독립적인 행위자로서 미국과 직접 협상에 참여하고 있다.

둘째, 호르무즈 해협이 여전히 중요한 전략 자산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이번 전쟁 동안 해협이 완전히 봉쇄된 적은 없었다. 그럼에도 국제 유가와 보험시장, 해운업계는 지속적으로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실제 공급 중단보다 공급 중단 가능성이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는 이란이 반드시 해협을 차단하지 않더라도 국제경제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호르무즈는 단순한 해상교통로가 아니라 이란이 보유한 중요한 전략적 지렛대임이 다시 한번 확인되었다.

셋째, 이란은 예상보다 넓은 전략적 후방을 확보하고 있었다. 중국은 이란 원유의 주요 구매국이자 경제적 연결 통로 역할을 수행했고, 러시아는 외교적·전략적 차원에서 이란의 완전한 고립을 막는 역할을 하였다. 협상 막바지 이란 외교장관의 중국 방문 역시 이러한 배경 속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것이 이란의 승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경제는 여전히 취약하며 국제 제재 역시 완전히 해제되지 않았다. 후속 핵협상 과정에서는 우라늄 농축과 핵시설 운영 문제를 둘러싼 압박도 계속될 것이다. 전쟁 과정에서 입은 군사적·경제적 손실 역시 단기간에 회복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결국 이란은 승리하지 못했다. 그러나 동시에 항복하지도 않았다. 상당한 피해를 입고도 체제를 유지했고, 협상력 역시 완전히 상실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전략적 자산의 가치가 다시 한번 입증되었다. 그래서 이번 종전협상은 미국의 승전 선언으로도, 이란의 패전 인정으로도 설명하기 어렵다.

오히려 양측 모두 상대를 완전히 굴복시키지 못한 채 협상으로 이동한 결과에 가깝다. 이것이야말로 이번 전쟁이 남긴 가장 중요한 특징이며, 오늘날 국제정치가 점점 더 복합적인 전략 경쟁의 시대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전쟁이후 남겨진 과제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KRISA) 소장 AI 그림
Ⅳ. 호르무즈는 다시 열렸지만 더 어려운 과제가 시작됐다

이번 종전협상의 가장 큰 성과는 호르무즈 해협의 재개방이다.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은 국제 에너지 시장의 핵심 통로다. 종전 소식이 전해지자 국제 유가가 하락하고 금융시장이 안도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해협의 재개방이 곧 위기의 종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전쟁 기간 누적된 불안정성은 하루아침에 사라지지 않는다. 기뢰 제거와 항로 안전성 검증, 보험시장 안정화와 물류 정상화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바다가 다시 열리는 것과 국제시장의 신뢰가 회복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더 중요한 과제는 전쟁 이후의 이란이다. 이번 전쟁으로 이란은 군사시설뿐 아니라 경제와 사회기반시설에도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전통적인 군사적 기준으로 본다면 이미 패전에 가까운 충격을 받은 상태라고 평가할 수도 있다. 국가 재건과 경제 회복에는 막대한 재원과 장기간의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이번 전쟁의 역설이 드러난다. 전쟁은 미국이 주도해 마무리했지만, 전후 안정과 지역 질서를 관리하는 책임 역시 상당 부분 미국과 국제사회가 부담할 수밖에 없다. 이란 경제가 장기간 불안정한 상태에 머문다면 중동의 불안정 역시 반복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결국 지금부터의 과제는 전쟁을 끝내는 것이 아니라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다시 열릴 수 있다. 그러나 이란의 재건, 핵협상, 제재 문제, 그리고 중동의 새로운 세력균형은 이제부터 시작된다.

따라서 이번 종전협상의 진정한 시험대는 전쟁의 종결이 아니다. 그것은 전후 질서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가에 있다.

전쟁은 끝났지만 앞으로 험난한 협상과정에 대한 전망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KRISA) 소장 AI 그림
Ⅴ. 전쟁은 끝났지만 진짜 협상은 이제부터다

106일 전쟁은 멈췄지만, 가장 어려운 문제들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이번 종전협상은 완전한 평화협정이 아니라 후속 협상을 위한 출발점에 가깝다. 미국과 이란은 전쟁을 중단하는 데에는 합의했지만, 전쟁을 일으킨 근본 원인들에 대해서는 아직 최종적인 결론에 도달하지 못했다.

가장 중요한 쟁점은 역시 핵 문제다. 미국은 이란의 우라늄 농축 능력과 핵개발 가능성을 제한하려 하고 있다. 반면 이란은 평화적 핵 이용 권리와 체제 안전보장을 동시에 요구하고 있다. 향후 협상은 핵시설 운영 범위와 국제사회의 검증 체계, 제재 해제 문제를 중심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경제 문제 역시 중요한 변수다. 이란은 전쟁 이전부터 제재와 경제난에 시달려 왔으며, 전쟁 이후에는 재건이라는 추가 과제까지 안게 되었다. 따라서 이란 입장에서는 제재 완화와 동결자금 해제가 협상의 핵심 목표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미국 역시 쉽게 양보하기 어렵다. 핵 문제에 대한 실질적 진전 없이 제재를 완화할 경우, 협상의 주도권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결국 양측은 협력을 필요로 하면서도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는 복잡한 협상 구조 속에 들어가게 된다.

이스라엘 역시 중요한 변수다. 이번 전쟁 과정에서 이스라엘은 이란의 군사적 영향력 확대를 가장 강하게 견제해 왔다. 향후 핵협상과 중동 안보체제 논의 과정에서도 이스라엘의 입장은 중요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앞으로의 협상은 단순히 미국과 이란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중동의 새로운 질서를 누가 설계할 것인가, 그리고 호르무즈 해협과 같은 전략적 공간을 어떤 방식으로 관리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번 전쟁은 끝났을지 모른다. 그러나 미국과 이란의 경쟁은 끝나지 않았다. 양측은 이제 전쟁터가 아니라 협상장에서 다시 마주하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의 협상 결과에 따라 호르무즈의 미래와 중동 질서의 방향 역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지금의 종전은 최종 목적지가 아니다. 그것은 전쟁 이후의 새로운 중동 질서를 둘러싼 더 길고 복잡한 협상의 시작이다.

106일 전쟁의 끝과 새로운 경쟁의 시작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KRISA) 소장 AI 그림
에필로그

106일 동안 이어진 전쟁은 멈췄다. 미국과 이란은 종전을 선언했고, 호르무즈 해협은 다시 열릴 예정이다. 국제 유가는 하락했고 금융시장은 안도하고 있다. 겉으로 보면 중동의 위기는 일단락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번 합의를 곧바로 평화의 도래로 해석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핵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고, 제재 해제와 동결자금 문제도 남아 있다. 이란의 재건과 중동의 새로운 세력균형, 그리고 호르무즈 해협의 장기적 안정성 역시 앞으로의 협상 결과에 달려 있다.

무엇보다 이번 전쟁은 현대 국제정치의 중요한 현실을 보여줬다. 미국은 압도적인 군사력을 동원했지만 상대를 완전히 굴복시키지 못했다. 반면 이란 역시 상당한 피해를 입었음에도 체제를 유지한 채 협상장에 남아 있다. 결국 양측 모두 상대를 제거하지 못한 상태에서 협상으로 이동했다.

그래서 이번 종전은 어느 한쪽의 완전한 승리로 설명하기 어렵다. 오히려 그것은 전쟁의 지속보다 협상이 더 현실적인 선택이 된 결과에 가깝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국제사회는 군사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새로운 형태의 전략 경쟁이 등장하고 있음을 목격하였다.

호르무즈 해협은 다시 열릴 것이다. 그러나 중동의 경쟁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전쟁은 멈췄지만 협상은 계속되고 있으며, 갈등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다른 형태로 전환되고 있다. 어쩌면 지금 중동에서 시작되고 있는 것은 평화의 시대가 아니라 전쟁 이후의 새로운 경쟁의 시대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번 종전의 진정한 의미는 전쟁의 종결에 있지 않다. 그것은 누가 새로운 질서를 설계할 것인가를 둘러싼 또 다른 경쟁의 시작에 있다.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KRISA) 소장

정충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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