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란 다음은 11월 美 선거용 ‘김정은 쇼’ 인가

미국과 이란이 19일 종전 양해각서에 서명한다. 트럼프는 SNS를 통해 ‘이란과의 종전 및 비핵화 합의’를 공개한 직후 8년 전인 2018년 6월 12일 미·북 1차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과 싱가포르 호텔에서 나란히 걷는 사진을 올렸다. 이란 다음은 북한이란 의미일 수 있다.
트럼프의 이란전 성적표는 신통치 않다. 핵심 명분이던 ‘이란 핵 완전 제거’도 추후 협상 결과를 봐야 한다. 100일이 넘는 전쟁 동안 미국민은 고유가와 고물가에 시달려야 했고 트럼프 지지율은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대로면 11월 미국 중간선거 전망은 어두울 수밖에 없다. 트럼프로선 8년 전처럼 김정은과 이벤트를 성사시켜 외교·안보 성과로 포장하고 싶을 수 있다.
김정은도 이란 다음이 자신이 될 것이란 점을 충분히 예상했을 것이다. 김정은이 최근 ‘북핵 폐기는 절대 없다’는 것을 몇 번이고 못을 박는 것은 트럼프와 만나더라도 ‘북한 비핵화’는 꺼내지도 말라는 사전 통보와 같다.
이미 트럼프는 북한을 ‘핵 세력(nuclear power)’으로 부르고 있다. 김정은은 미국과 대화 조건으로 ‘핵보유국 인정’을 내걸고 있는데 트럼프가 호응하는 취지의 언급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트럼프가 북한에 핵보유국 인정과 대북 제재 해제라는 선물을 주고 그 대가로 미국을 위협하는 장거리 미사일 폐기와 북핵 일부만 축소하고서 이를 성과로 포장해 11월 미국 선거에 이용할 수 있다. 우리에겐 최악의 시나리오다.
트럼프·김정은 쇼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중·러가 이미 북핵을 인정하는 태도를 보이며 대북 제재를 무력화하고 있어 김정은 입장에선 트럼프가 크게 필요하지 않다. 도리어 북한 내에 미국과 한국에 대한 환상이 퍼질 위험이 있다. 하지만 트럼프의 성격상 11월 선거를 앞두고 어떤 극적 장면을 연출하려 할 가능성은 여전하다. 지금 우리 국내엔 이를 견제하고 안보를 지킬 정치 세력은 없다시피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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