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미·이란 종전협상 타결… 핵·제재는 미해결, 60일 추가협상서 판가름
서명 즉시 호르무즈해협 개방, 핵·제재 추가 논의
해협 통행료는 여전히 미지수, 이란 “관리 필요”
전쟁 유발한 네타냐후 “헤즈볼라 공격 계속할 것”
일단 한숨 돌렸으나 추가협상 불발 시 전쟁 재발

전쟁 발발 106일 만에 미국과 이란이 종전에 합의했다.
양국은 오는 19일 종전 양해각서(MOU)에 서명하고 즉시 교전 상태를 종료한 뒤 앞으로 60일 동안 핵 프로그램과 대이란 제재, 호르무즈 해협 항행 문제 등을 둘러싼 본격 협상에 착수하기로 했다.
다만 전쟁의 근본 원인이었던 핵 문제와 경제 제재에서 타결점을 찾지 못하면서 이번 합의가 안정적 평화의 출발점이 될지, 아니면 일시적 휴전에 그칠지는 앞으로 두 달간의 협상 결과에 달리게 됐다.

합의에 따라 미국과 이란은 19일 서명 직후 군사행동을 중단하고 사실상 종전 상태에 들어간다. 특히 세계 원유 공급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도 즉시 개방돼 국제 해운과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될 전망이다.
종전 소식이 전해지자 국제유가는 하락세를 보였고 주요 증시도 상승하며 안도감을 반영했다. 영국과 프랑스 등 서방 국가들 역시 대이란 제재 재검토에 착수하는 등 후속 조치에 나서는 분위기다.
그러나 해협 개방이 곧 완전한 자유항행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통행료 없이 선박들이 항해할 것”이라고 했지만, 이란은 해협의 안정적 관리와 안전 확보를 위해 일정한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협상 과정에서 통행료 부과 여부와 해상 안전보장 체계가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양측이 공개한 합의안에 따르면 앞으로 60일간 진행될 본 협상의 핵심 의제는 이란 핵 프로그램 처리와 대이란 경제 제재 해제다. 미국은 이란의 핵무장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기 위해 우라늄 농축 중단과 고농축 우라늄 처리, 국제사회의 강력한 검증체계 구축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이란은 평화적 목적의 핵 활동은 국가 주권에 속하는 사안이라며 핵 능력의 전면 포기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이란이 보유한 약 440㎏ 고농축우라늄의 이란 내 폐기까지 양보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란은 아직까지 이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합의에서 과거 오바마 정부 때의 핵합의(JCPOA)보다 더 강력하게 이란의 핵개발을 틀어막을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이란은 핵무기 개발 의도가 없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하며 민수용 농축을 포함한 핵 주권을 강조하고 있다.
경제제재 문제도 또 다른 뇌관이다. 이란은 수십 년간 이어진 제재로 피폐해진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해외에 동결된 자산 반환과 제재 해제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이란은 약 240억달러 규모의 동결 자산 가운데 절반을 우선 반환받고 나머지는 추가 협상을 통해 해결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은 비핵화 조치와 연계한 단계적 해제를 주장하고 있어 양측의 치열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국제사회는 이번 합의가 사실상 종전 자체보다 추가 협상을 위한 틀을 마련한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다. 미국과 이란 모두 장기전의 부담에서 벗어나 숨을 돌릴 시간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양측 모두에게 다행이다. 그러나 핵 개발, 제재, 역내 안보 갈등 등 근본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다는 데 주의를 기울인다.
여기에 중동 정세의 최대 변수로 꼽히는 이스라엘도 협상의 불안 요소로 남아 있다. 전쟁 초기부터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탄도미사일 능력 제거를 주장해 온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과 이란의 외교적 합의가 이스라엘을 구속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특히 그는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에 대한 군사 압박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번 합의안에는 이란의 탄도미사일 개발 문제나 역내 대리세력 지원 중단 방안이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이스라엘의 불만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이번 합의는 갈등 국면의 전환이란 평가를 받지만 새로운 협상의 출발선에 선 것으로 봐야 한다. 미국은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원하고, 이란은 제재 해제와 경제 정상화를 요구한다. 양측 모두 상대의 핵심 요구를 선뜻 수용할 수 없다. 그만큼 향후 60일은 전쟁보다 더 치열한 외교전의 무대가 될 전망이다.
만약 핵과 제재 문제에서 접점을 찾지 못할 경우 이번 종전 합의는 일시적 휴전에 그칠 수 있다. 반대로 실질적 타협이 이뤄진다면 중동의 새로운 안보 질서가 형성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규화 대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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