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봉쇄에 체육단체 60억 묶였다… 유승민 "공권력 투입해야"
60억 규모 예산 집행 중단된 상태
국가대표, 장비 등 모두 '각자도생'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촉발된 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개표소 봉쇄 시위가 장기화되자, 대한체육회가 정부와 경찰에 공권력 투입을 요청했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은 15일 서울 송파구 서울올림픽파크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선수들의 권익과 체육인들의 생존권이 침해받고 있다"며 "정부와 경찰은 체육단체의 피해를 엄중히 인식하고 조속한 사태 해결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기자회견에는 대한핸드볼협회, 대한펜싱협회, 대한수중핀수영협회 등 핸드볼경기장에 사무실을 둔 9개 단체가 참석했다.
대한체육회는 금전적 피해 등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민·형사 고소 등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9개 단체는 공동인증서와 법인카드, 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OTP) 등 주요 회계 장비를 반출하지 못해 각종 비용 집행이 중단된 상태다. 대한당구협회 사무처장은 "9개 단체에서 임금 등 이번 달에 당장 지출해야 하는 금액만 약 60억 원 규모"라고 밝혔다.
유 회장은 "물리적 충돌을 원하지 않아 지금 당장 필요한 필수 서류만이라도 가지고 나올 수 있게 20분만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지만 그마저도 안 되고 있다"며 "60억 원이 넘는 금전적 피해는 물론 행정 업무와 선수 지원 업무까지 마비된 상태이기에 공권력 투입을 요청드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체육단체들은 업무 마비로 대회 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대한펜싱협회는 19일 인도 델리에서 열리는 아시아펜싱선수권대회에, 대한수중핀수영협회는 22일 인천에서 개막하는 세계핀수영선수권대회에 출전할 예정이다. 대한수중핀수영협회 사무처장은 "당장 내일부터 해외 선수단이 입국하는데 준비에 차질이 생겨 경기 중 안전사고라도 발생하면 저희 협회는 영구히 국제대회를 유치할 수 없게 된다"고 우려했다.
향후 예정된 국제대회에 미칠 여파도 작지 않다. 이번 대회 성적과 랭킹 포인트에 따라 9월 열리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이나 차기 올림픽 시드 배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펜싱협회 사무처장은 "대표 선수들에게 상황을 설명하며 '각자도생'으로 장비를 준비해야 한다고 전달했다"고 토로했다.
시위대의 폭력적 언행에 선수와 협회 관계자들이 겪는 신체적·정신적 피해도 크다. 이날 공개된 영상에는 잠실7동 제2투표소 투표함이 뒤늦게 개표소로 옮겨진 5일 협회 관계자들이 경기장을 나서자 시위대가 "이름이 뭐냐" "미쳤나 이 XX들" "(영상) 찍어"라고 말하며 위협하는 장면이 담겼다. 최근에는 일부 관계자들의 개인 연락처가 온라인에 공개돼 전화와 협박성 문자메시지가 쏟아지는 등 추가 피해도 발생하고 있다.
대한체육회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개표함 이송은 물론,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한 개표소 변경 등 근본 대책 마련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유 회장은 "이번 사태가 해결된 이후 후속 조치도 중요하다"면서 "매뉴얼을 마련해 향후 선거 때마다 사무처가 안전하게 업무를 보고 선수 지원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유럽 순방 중인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국가대표 선수들이 투표소 봉쇄 시위로 국제대회 출전을 못 할 위기에 처했다'는 기사를 공유하며 경찰에 엄중 수사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도 이날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사후에 업무방해 혐의가 확인되면 엄정하게 사법 처리를 할 것"이라며 "아무 생각 없이 옆에서 불법 행위에 동조했다가 공범으로 적용될 경우 패가망신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허유정 기자 yjhe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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