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종전 합의했지만 '에너지 안보' 큰 숙제 남겼다 [사설]
미국과 이란이 14일(현지시간) 전쟁 종식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에 합의했다. 1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MOU에 서명하면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고, 미국은 해상봉쇄를 풀게 된다. 전쟁으로 막혔던 뱃길이 다시 열린다고 하니 안도할 일이다.
그러나 한국 경제에 종전은 위기의 끝이 아니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에너지 안보' 숙제를 풀라는 명령으로 인식해야 한다. 이번 전쟁은 단 하나의 좁은 해협에 에너지 생명선을 통째로 맡긴 나라가 얼마나 위태로운지를 일깨웠다. 한국은 수입 원유의 70%가 중동산이고 그중 90% 이상이 호르무즈를 통과한다. 지난 석 달 뱃길이 막히면서 가계와 기업은 '고유가·고환율·고물가'라는 3고(高)의 고통을 겪어야 했다.
종전이 곧 유가 안정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호르무즈의 기뢰 제거와 선박 복귀, 정제시설 재가동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아부다비석유회사는 "분쟁 전 물동량의 80% 수준으로 회복하는 데만 최소 4개월, 전쟁 이전 수준 복구는 2027년 1~2분기 이전에는 어렵다"고 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가장 낙관적인 조기 종전 시나리오에서도 유가가 전쟁 이전의 배럴당 63달러로 회복하기는커녕 90달러 선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MOU 체결 후 예정된 미국·이란 간 핵 협상이 틀어지면 호르무즈 해협은 다시 닫힐 수 있다.
정부는 종전의 안도감에 취해선 안 된다. 원유 비축 확대와 도입처 다변화는 기본이다. 원자력발전과 재생에너지를 아우르는 에너지 믹스를 흔들림 없이 끌고 가야 한다. 화석연료는 호르무즈라는 길목 하나에 운명을 걸지만, 원전은 국내에서 안정적 확대가 가능하다. 자원 무기화가 일상이 된 시대에 원전을 기반으로 하는 에너지 안보는 국가 생존에 필수다. 전력망과 에너지저장장치(ESS) 투자 확대 역시 더는 미룰 수 없다. 위기 때마다 반복되는 유류세 인하 같은 임시방편으로는 에너지 수급의 구조적 취약성을 해결할 수 없다. 위기는 또 오기 마련이다. 준비된 자만이 위기를 큰 피해 없이 이겨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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