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종전] 산업계 ‘숨통’…정유ㆍ항공ㆍ해운 정상화 기대

강주현 2026. 6. 1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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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ㆍ이란 종전이 국내 산업계에 미칠 영향은

미ㆍ이란 종전이 국내 산업계에 미칠 영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AFP=연합

[대한경제=강주현 기자]미국ㆍ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개전 100여일 만에 종전 합의로 매듭지어지면서, 전쟁 내내 원가와 물류난에 짓눌렸던 산업계가 일제히 정상화 시점을 가늠하기 시작했다. 다만 기뢰 제거와 향후 60일간의 후속 협상, 이란의 수수료 징수 주장 등 불확실성이 남아 완전 정상화엔 적어도 두 달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호르무즈는 세계 석유 해상 수송량의 약 20%가 지나는 요충지로, 최근 24시간 통과 선박이 평시의 30분의 1인 2척에 그칠 만큼 마비됐다.

◆원유ㆍ나프타 숨통…2분기 재고손실 우려

15일 업계에 따르면 종전은 원유ㆍ나프타 수급난에 시달린 정유ㆍ석유화학 업계에 호재다. 봉쇄 직후 두바이유는 배럴당 71달러에서 한때 169.75달러까지 치솟았고, 나프타는 2월 말 톤(t)당 633달러에서 3월 말 1089달러로 한 달 새 72% 급등했다. 정유 4사는 1분기 유가 급등에 따른 재고 관련 이익으로 합산 영업이익 약 6조원을 거뒀지만, 이는 회계상 착시여서 유가가 떨어지는 2분기엔 평가손실로 뒤집힐 공산이 크다. 비싸게 사둔 원유의 장부가치가 유가 하락으로 깎이는 재고평가손실에다, 고가 원유로 만든 제품을 낮아진 시세에 파는 래깅 효과까지 겹치기 때문이다.

석유화학 업계는 단기적으로 원료 수급 안정을 반기면서도, 이란산 원유가 정상화되면 중국 기업이 증설에 나서 중국발 공급 과잉이 재확산될 수 있다는 점을 장기 위험으로 본다.

◆연료비 부담 줄어 항공 ‘수혜’…천궁-Ⅱ 입증에 K-방산 기대

항공업계는 이번 종전의 가장 직접적인 수혜 업종이다. 항공사 영업비용에서 유류비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원유 공급망이 정상화되면 연료비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유류할증료 인하로 항공권 가격 부담이 풀리면 여행 수요 회복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전쟁 리스크 완화에 따른 환율 안정도 달러로 결제하는 유류비와 항공기 리스 비용을 낮춰 실적에 보탬이 된다.

방산업계는 종전 이후에도 K-방산 수요가 견조할 것으로 본다. 특히 ‘한국형 패트리어트’로 불리는 요격미사일 천궁-Ⅱ가 이번 전쟁에서 첫 실전에 투입돼 96% 수준의 요격 성공률을 기록하며 성능을 입증했다. 아랍에미리트(UAE)가 도입해 운영 중인 기종이다. 미국의 패트리어트 공급 부족 문제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커 천궁-Ⅱ 수요가 종전 후 더욱 확대될 것이란 기대감이 업계에서 나온다.

오만 무산담(Musandam)에서 바라본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들./사진: 로이터=연합

◆갇힌 韓선박 24척 탈출로 열려…조선은 발주 둔화 우려

봉쇄에 직격탄을 맞은 해운업계는 중단됐던 중동 노선 재개 기대를 키운다. 15일 정부에 따르면 해협에 갇힌 한국 선박은 24척, 선원은 137명(한국 선박 103명ㆍ외국 선박 34명)이다. 당초 26척이었으나 지난달 HMM 유조선 유니버설 위너호에 이어 최근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이 빠져나와 줄었고, 지난달 4일 피격돼 두바이항에서 수리 중인 HMM 화물선 나무호도 포함된다. 미국이 해상 봉쇄를 풀면 한국 선박을 포함해 그간 통항을 기다려온 선박이 순차적으로 빠져나올 전망이다. 다만 기뢰가 남아 안전 항로 확보에 이란의 추가 협조가 필요하고, 좁은 해협에 선박이 몰리며 병목이 빚어질 수 있다.

조선업계는 셈법이 다르다. 전쟁 기간 운임 상승으로 유조선ㆍ가스선 발주가 늘었으나 종전 후 증가세가 둔화할 수 있다. 공급망 다변화와 해양플랜트 투자 확대는 긍정 요인이다.

◆원가ㆍ물류 압박 풀려…식품ㆍ뷰티 2분기 반등 저울질

원가와 물류에 짓눌렸던 식품ㆍ뷰티업계도 2분기 반등 시점을 저울질하기 시작했다. 유가ㆍ나프타ㆍ해상운임이 한꺼번에 원가를 옥죄던 구조가 풀린다는 기대에서다. 식품 포장재에 필수인 나프타는 봉쇄로 1t당 557달러이던 1월 가격이 3월 1019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5월에도 958달러에 머물렀고, 팜유와 밀도 1분기 t당 1049달러, 261달러로 각각 5%, 9% 올랐다. 상승한 가격에 사들인 물량이 2분기부터 투입되며 영업이익 감소 관측이 나왔다. 나프타 수급난은 화장품 용기 부족으로 옮겨붙어 용기 제조사들이 조달처 다변화로 버텼다.

업계는 종전이 유가 안정으로 이어지면 원부자재 수급과 원가에 긍정적 변화를 기대하면서도, 한동안 협상 경과를 모니터링하겠다는 분위기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이번 종전 합의가 유가 안정으로 이어진다면 원유 기반 원부자재 수급과 원가 측면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주현 기자 kangju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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