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수첩] 기후부 존재 이유는 산업촉진 아닌 환경보전

이한 기자 2026. 6. 15.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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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연료에 의존하는 탄소문명을 종식시키고, 재생에너지 중심의 탈탄소 녹색문명으로 대전환하기 위한 첫걸음입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홈페이지에 올려 둔 인사말 첫머리다. 그러나 최근의 정책 흐름은 이 약속과 다소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기후부가 기후위기 대응과 환경보호라는 본연의 역할 대신 핵산업계 이해를 대변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환경부가 기후에너지환경부로 확대 개편된 지 1년 가까이 흘렀다.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 환경보전을 통합적으로 다루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최근 기후부의 행보에 대해 '정작 환경보전이라는 본연의 역할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최근 시민사회와 환경단체 등에서도 이런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환경의 날인 지난 5일, 시민환경단체들이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을 공개 고발하며 환경행정 정상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단체들은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 이후 정부 정책이 에너지·산업 분야에 집중되면서 생태·환경 의제가 뒷전으로 밀려났다고 주장했다. 단체들은 기후부가 개발 지원이나 산업 진흥보다 환경과 자연생태계 보전을 우선해야 하는 기관임에도 최근 행보는 그렇지 않다고 비판했다.

"기후부, 산업계 대변 말고 본연의 역할에 집중해야" 

하나씩 짚어보자. 원자력발전소, 신공항, 국립공원 개발, 4대강, 탈플라스틱 정책까지. 분야는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기후부가 환경적 위험을 따지고 개발에 제동을 거는 규제 부처라기보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조건을 조정하고 사회적 수용성을 관리하는 지원 부처처럼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강하게 문제가 제기된 분야는 원전 정책이다. 기후부는 지난 5월 공개한 '2025년 주요정책 자체평가 보고서'에서 '원전산업 생태계 지원 및 미래 경쟁력 확보' 관련 행보가 '미흡'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계속운전 원전 허가 확대와 신규 원전 건설, 원전 탄력운전 기술개발, 소형모듈원전(SMR) 특별법 제정 등을 '개선방안'으로 제시했다. 

당시 신규핵발전소저지전국비상행동은 "기후부가 기후위기 대응과 환경보호라는 본연의 역할 대신 핵산업계 이해를 대변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정부가 에너지 안보와 탄소 배출량 감소 등을 이유로 원전을 활용하겠다는 정책적 판단을 내릴 수는 있다. 그러나 환경을 책임지는 부처의 성과지표에 원전산업 생태계 지원이나 미래 경쟁력 확보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산업통상자원부와는 다르다. 환경을 다루는 기관이 원전을 바라보는 기준이 '산업 경쟁력'이라면 그건 바로잡아야 한다. 

환경을 담당한다면 원전을 이야기할 때 먼저 안전성과 방사성 폐기물, 지역 수용성, 생태계 영향 등을 언급하고 꼼꼼하게 점검해야 한다. 그러나 기후부의 설명에서는 산업 경쟁력과 수출, 공급망, 미래 시장에 대한 언급이 잇따라 등장했다. 원전을 둘러싼 사회적 논쟁의 핵심 쟁점들은 상대적으로 뒤로 밀려났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신공항 문제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반복된다. 가덕도 신공항과 새만금 신공항 논란은 단순히 지역 개발사업이 아니다. 기후위기 시대에 대규모 토목사업을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가의 문제다. 특히 활주로 주변의 조류충돌 위험이 항공 안전과 직결된다는 인식이 높아지면서 이 문제는 더욱 무겁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럼에도 관련 사업들은 여전히 경제성과 지역발전 논리를 앞세워 추진되고 있다. 환경영향평가가 사업 자체를 재검토하는 장치라기보다 사업 추진을 위한 절차로 기능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시민사회에서는 기후부가 사업의 환경적 위험성을 적극적으로 제기하기보다 사업 추진 과정의 조정자 역할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한다. 환경을 최우선 가치로 검토해야 할 부처인데 그 역할에 충실하지 않고 있다는 취지의 비판이다. 

신공항 건설 관련 쟁점에 대한 판단은 사람마다 또는 기관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경제성과 지역발전 논리를 앞세운 사업이 추진될 때 환경적 위험을 가장 엄격하게 따져야 할 부처가 어디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명확하다. 그 역할은 국토교통부가 아니라 기후부가 맡아야 한다. 그러나 최근의 모습은 그 기대와 거리가 멀다.

국립공원 정책도 마찬가지다. 국립공원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엄격하게 보전해야 할 자연 공간이다. 국토 면적의 일부에 불과하지만 수많은 멸종위기종의 마지막 서식처 역할을 한다. 그래서 국립공원 정책의 핵심은 이용보다 보전을 우선해야 한다는 시선이 많다. 

하지만 설악산 오색케이블카와 내장산 파크골프장 등을 둘러싼 논란에서는 그 기준이 엄격하게 적용되지 않았다. "국립공원이기 때문에 안 된다"는 시선 대신 "조건을 충족하면 가능하다"는 관점에서 논의가 이뤄졌다. 

물론 지역 주민들의 요구 등을 무조건 외면할 수는 없다. 환경문제가 중요한 만큼, 관광 활성화와 지역경제 회복 역시 놓칠 수 없는 정책 목표다. 그러나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존재하는 이유는 개발 과정에서 지켜야 할 가치들을 보전하기 위해서다. 개발 요구를 조정하는 것은 다른 부처도 할 수 있지만, 자연생태계 보전을 최우선 가치로 판단하는 부처는 사실상 기후부밖에 없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사례가 개별 현안이 아니라 하나의 흐름으로 읽힌다는 점이다. 4대강 재자연화는 국정과제로 채택됐지만 정작 강의 자연성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좀처럼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탈플라스틱 정책 역시 생산 자체를 줄이는 방향보다는 재활용 확대와 자원순환 정책에 머물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시민들에게는 텀블러 사용과 대중교통 이용을 권하면서도, 정작 정부 차원에서는 대규모 개발사업과 에너지 공급 확대 정책이 우선되는 모습이다.

기후위기 시대 환경 관련 부처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문제는 경제와 산업, 안보 등에 모두 걸쳐 있는 과제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환경 부처는 강한 원칙을 가져야 한다.

환경을 지키라고 만든 부처가 산업을 지원하는 부처와 같은 언어를 사용하기 시작하면, 개발의 속도를 견제할 수 있는 존재는 사라진다. 

강력한 환경정책은 누군가에게 불편을 줄 수도 있다. 개발을 늦추거나 비용을 늘릴 수도 있다. 그러면서도 때로는 "안 된다"거나 "멈추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존재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이름이 바뀌었다고 역할까지 바뀌어서는 안 된다. 다른 부처들이 "해야 한다"고 말할 때 "정말 그래도 되는지" 묻는 것, 그것이 환경을 담당하는 부처의 역할이다. 

원전이든 신공항이든 케이블카든 파크골프장이든, 어디서든 마찬가지다. 환경을 다루는 부처가 경제성과 산업 경쟁력을 먼저 이야기하기 시작한다면, 환경을 대변해 브레이크를 밟을 기관은 사실상 사라진다.